“이렇게 재밌는 줄 미처 몰랐어요. 너무 짧아 아쉬워요”
“벌써 끝났어요? 교육에 푹 빠졌어요. 활력있는 강사님 멋져요”
“유쾌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나의 감정을 내가 관찰하는 신비한 체험을 했어요”
지난 4월 26일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갈등관리교육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육생들의 솔직한 반응이다. 한누리갈등관리센터 조정혜 센터장이 직접 교육했다. 2시간 동안 쉬는 시간없이 진행됐다. 교육을 마치자 대부분 “벌써?”라며 서로 쳐다봤다. 흥미진진한 영화를 감상하고 객석을 떠나지 못하는 관람객처럼 모두 아쉬워했다. ‘1시간 더 했으면….’의 바람이 솔솔 느껴졌다. A4 크기의 큰 취재수첩의 7p가 작은 글씨로 꽉 찼다.
교육생들은 소그룹과 대그룹의 모임을 형성하면서 그때마다 주어지는 규칙과 방법을 통해 ‘갈등과 관리와 관찰’의 의미를 스스로 체득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졌다는 것은 상대를 향한 배려와 상대를 대하는 자신의 자세를 스스로 관찰하는 법을 익힌 전문가 그룹이어서, 의사소통과 갈등의 속성을 깊게 간파했다. 초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사회는 좋은 뜻으로 장수시대의 개막이고, 나쁜 뜻으로 늙은 사회로 진입했다. 늙음은 돌봄과 소통이 동반된다. 한국의 전통사상 ‘孝’는 어른과 자식의 돌봄관계를 표현한다. 사회복지사들은 초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한국가족의 든든한 울타리이다.
이번교육은 서울시노인복지협회(이희근 회장) 소속에서 실시한 직무교육 프로그램이며, 교육장소는 서울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박준기 대표)에서 열렸다.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는 사회복지법인 온누리복지재단이 서울특별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노인전문요양시설로 2005년 개원했다. 지난 10년,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는 가족친화 복지 서비스로 어르신을 가족처럼 케어하며, 집처럼 편안한 환경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배려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표요양시설로써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복지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울타리를 만들어주세요. 모두 원으로 모여요. 큰 원 2개입니다.”
조정혜 센터장의 주문은 간단했다. 낯설음의 발걸음을 촘촘촘 거리를 좁혔다. 하나의 큰 원이 2개로 쪼개졌다. 순간 분리됐다. 울타리안에 위치한 교육생은 안쪽만 관심있고, 밖의 울타리는 신경쓸 겨를이 없다. 구조가 변경되면 감정이 변화되고 울타리에 속한 ‘지금의 가족’ 이름 불러주기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부모는 없고 모두 친밀한 첫 번째 모임가족들이다. 이름앞에 ‘잇몸웃음’ 000, ‘모자쓴’ 000, ‘잘생긴’ 000을 계속 붙여가면서 이름을 불러주는 교육이다. 낯설음이 이름을 불러주면서 스르르 멀어진다.
“갈등, 웬지 불편하죠. 이 갈등이 정확히 뭐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을 못합니다. 갈등을 정의하면, 불명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감정입니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불편하면 갈등이 발생한 겁니다. 불편한 감정은 상황이 바뀌면 금방 바뀝니다. 감정의 숨겨진 비밀이예요. 옆사람과 자리를 한번 바꿔보실래요” / 조정혜 센터장
내 옆에 머리 긴 복지사가 앉아있을 때와 초록색 교육생이 앉아있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감정의 좋고 나쁨이 아니고 변화가 발생했다. 마치 창문을 열자 바람이 불어오듯 감정이 약간 이동한 것 같다. 나를 옆에 둔 교육생들도 감정변화를 경험한 듯한 표정이었다. 사과가 떨어질 때 대부분 다가가 손으로 주울 때 뉴턴은 ‘누가 밑에서 사과를 잡아당겼나?’라고 예리한 관찰을 하며 힘(力)의 존재를 발견했다. 자신을 관찰하면 보이지 않는 감정의 존재가 보이게 된다. 상황을 변경하면서 내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느낌의 변화차이. 조정혜 센터장은 “불편한 감정, 갈등이 내면에서 발견되면 상황을 바꿔보세요. 가족의 갈등도 식사하는 자리만 변경해도 신선한 변화가 발생합니다. 감정(感情)은 상황과 구조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재발견하길 바래요”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위치, 사물의 위치에 따라 감정은 시시각각 변한다는 이야기다.
◆ 관찰언어로 칭찬하기
언어는 성격을 갖고 있다. 어떤 언어는 ‘돌’처럼 단단해서 들으면 아프다. 어떤 언어는 ‘솜’처럼 부드러워서 들으면 따뜻해진다. 어떤 언어는 ‘칼’처럼 날카로워서 들으면 고통스럽다. 어떤 언어는 ‘봄’처럼 화사해 들으면 꿈에 부푼다. 돌같은 언어로 ‘욕’이 있고 솜같은 언어로 ‘칭찬’이 있다. 칼같은 언어로 ‘죽여버린다’는 단어가 있고, 봄같은 언어로 ‘사랑해요’가 있다. 또한, 언어는 사람이 만들었다. 만물은 사람이 만들지 않았으나 그 만물에 이름을 붙인 것은 사람이다. 이미 만들어진 존재들에 대한 단어들은 사물이며 관찰이 가능하다. 이들은 누가 봐도 그러한 단어들이다. 산, 강물, 새, 물고기, 색깔, 무지개, 옷, 해, 웃음, 눈물, 머리, 손등, 보조개, 이빨 등이 그러하다. 존재사물과 다르게 추상명사도 있다. 사람은 존재물인데,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존재물이 아니다. 생각과 감정에서 파생된 모든 단어가 추상명사다. 이런 단어는 누구나 사용하지만 그 의미가 각자 다르다. 정의, 아름다움, 슬픔, 행복, 사랑, 고독, 희망, 그리움, 절망, 기쁨, 죄, 나쁨, 좋음, 선악 등이다. 웃음은 존재명사이지만 기쁨은 추상명사이다. 눈물은 존재명사이지만 슬픔은 추사명사이다. 눈물은 보여도 슬픔은 보이지 않는다.
조정혜 센터장은 ‘관찰언어로서 상대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위로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관찰언어가 아닐 경우 해석과 판단이 들어가면서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가 상대에게 전달된 때는 상대의 언어로 재해석되면서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 관찰언어로 칭찬하면 칭찬하는 사람과 칭찬받는 사람의 언어가 동일해서 뜻이 거의 일치한다. 칭찬의 표현이 관찰적인지 판단적인지 그것을 스스로 관찰하는 눈을 뜬 것만 해도 교육의 목적은 달성된 듯 했다. 나의 주변 교육생들도 교육내용을 수첩에 꼼꼼히 메모했다. <오늘 정말 예뻐요 : 해석적 칭찬> <오늘 분홍빛 스카프를 입으셨네요. : 관찰적 칭찬>
조정혜 갈등관리·조정전문가는 중재원에서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한누리다문화사회적협동조합의 한누리갈등관리·조정센터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정혜 센터장 프로필>
조정혜 한누리갈등관리·조정센터 센터장
현) 서울시 도시재생지역 [진로갈등관리]
현) (재)아산 사회복지기관종사자 [갈등관리 역량강화]
현)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노사전문가 과정] 강의교수
현)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
현) 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 연구교수
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구대학교, 수성대 학교 강의교수
전) 대구교육청 Wee센터 외래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