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 군주 가면의 주인 8회]=이 드라마 매력적이다. 흡인력, 짱!!!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고서 이리저리 설득력있게 파고드는지, 시청자는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이다. 내가 주목한 곳은 3곳. 대목(허준호)이 아내를 잃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우보 앞에서 과거 회상 장면. 과거엔 우보가 높았고, 대목은 힘이 없었다.
“너가 너의 힘을 깨달으면 그때 비로소 주인이 된다.”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된다는 것!!! 대목은 스스로 주인이 되었으나, 권력의 노예가 되어서 기존의 권력자보다 더 악랄한 존재가 되버렸다. 우보가 사람을 잘못 키웠던 것!!! 인성이 말살된 지성의 성장은 이와 같다. 인성이 들어간 지성의 성장이었다면 대목같은 존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보의 비유가 ‘이리’라고 지목한 것도 ‘복선의 계시’였던가? 복선(伏線)은 어차피 작가가 설치하는 전선줄에 불과하지만. 자율성은 자신이 스스로 규율하는 것이며, 자기주도적 학습도 같은 맥락이다. 학생이 가장 먼저 학습해야할 것이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미닫이 문이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해야한다. 좋아서 하면 실력이 쑥쑥 늘고 오래 해도 지루하지 않는다. 오르막길에도 숨을 몰아쉬면서 그 일을 하고 있다. 밤을 새도 재밌는 것은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다. 10년후 그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다. 스스로 내면의 힘, 내면의 잠재력을 깨닫는 것, 그것이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2번째 장면은 세자 이선의 통탄장면이다. 상황은 비슷하다. 대목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이 비루했던 장면을 떠올렸고, 그 자리에 세자 이선이 놓여있을 뿐이다. 세자는 세자이지만, 껍질일 뿐 힘은 없다. 백성은 물조차 맘대로 마실 수 없는 지경이다. 물을 주고 세자의 목숨을 지켰다는 왕의 변병을 듣고, 세자 이선은 더더욱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데….. 그가 우보에게 묻는다. 편수회를 없앨 방법이 없느냐고?
“다르게 볼 수 있는 곳에서 새로운 눈으로 보아라”
이는 관점의 이동이다. 똑같은 것도 새롭게 보면 새롭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평면도, 측면도, 조감도 등은 같은 사물에 대한 관점의 이동이다. 사진촬영에도 관점의 이동은 적용된다. 위에서 촬영하면 피사체는 낮아지고, 밑에서 올려보면 피사체는 높아진다. 멀리서 찍으면 멀어지고, 가깝게 촬영하면 가까워진다. 배경을 흐려지게 피사체를 선명하게 촬영하면 아웃포커싱 기법이다. 드라마에서 세자 이선은 신분의 관점을 변경한다. 역시, 작가는 작가다. 위치의 관점이동이 아닌, 신분의 관점이동을 명확히 표현했다. 천민 이선과 세자 이선의 등장도 그렇다. 세자 이선이 천민 이선의 아버지를 살리려다가 죽게 한 것에 대한 자신의 무능함을 분통하게 여기면서 그 증표로서 옥패를 건냈던 것, 그것이 상징적 복선이었다. 증표같지만, 앞으로 사건이 그렇게 될 것을 암시하는 묘한 장면이다. “옥패를 가졌다고 세자가 아니다. 세자는 하늘이 내는 것, 그처럼 물을 가졌다고 물이 너희 것이 아니다. 물은 하늘이 내는 것”이라고 세자의 대사가 있다. 이 또한 앞으로 전개될 드라마의 매우 중요한 사건전개 줄거리가 될 것 같다. 관점의 이동은 사건을 시소처럼 흥미롭게 한다.
마지막 장면은 세자 이선이 직접 대목(허준호)을 찾은 것이다. 그들이 자축할 때, 기습적으로 방문했다. 세자는 세자다. 드라마에서도 그 위세와 풍채가 당당하다. 적들의 세계에 바로 진입했는데 전혀 떨리지 않으면서 예를 갖추라고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는데, 상석을 안내하는 대목에게 ‘사양’하고, 아래에 앉자, 대목도 아래에 내려올 수 밖에 없다. 대목이 “법도를 지켜달라”고 하니, 세자 이선은 “법도를 논하려거든 그대는 마당에서 무릎을 꿇고 나를 맞이해야할 것”이라고 따지니, 대목은 꼼짝없이 마주 앉는다. 난초 하나를 선물하면서, 세자 이선은 “이 난초는 마당에서 심어놓은 것인데, 아무리 가꿔도 꽃이 피질 않아서,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3년이 지나도 꽃이 피지 않아서 알아보니 온실에서 자라니 꽃이 피질 않는다고 하여 눈보라 찬바람을 맞아야 피는 난초라고 하여서 이렇게 올해는 꽃이 피었다”고 자랑하며 내놓는데, 자신의 존재를 난초에 비유해서 대목의 마음을 찌른 최고의 화법이다. 눈속에 피는 꽃은 매화다. 매화는 보통 설중화(雪中花)라고 하는데, 이 드라마는 난초를 설중화로 해석하면서 고통을 인내롭게 보내는 인생의 절박함을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