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마을과 학교가 만나는 마을교육공동체는 무엇인가? 조희연 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만나, 교육청과 서울시가 함께 학교교육을 책임지기 위해서 만든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이다. 큰 그림은 교육청과 행정기관의 협력체이다. 지자체 중심이므로, 교육지원청과 각 구청의 협력체계가 마을교육공동체이다. 이론은 이렇고, 핵심은 학교다. 마을교육공동체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가? 출발점을 따져봐야한다. 그래야 목적이 보인다.
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을 ‘학생’으로 본다. 서울시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실시할 때, 취재했던 기억을 되살리면 ‘온 마을이 아이의 교육에 책임진다’는 말로 표현했다. 교육의 핵심은 ‘자녀’이고, ‘학생’이다. 왜 마을교육공동체가 필요한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학생이 학교에만 있지 않아서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학생은 집에서 생활한다. 기숙사 생활을 한다면 마을교육공동체가 중요하지 않다. 군생활을 하는데, 마을군대공동체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군대에서는 단지 ‘대민지원’으로 마을을 돕는 봉사활동만 한다. 학생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집으로 귀가한다. 수업이 끝나면 집에서 보내는 생활이 존재한다.
가족공동체는 가장 강력한 ‘조직체계’이다. 교사와 학생의 사회적 관계는 아무리 강해도 ‘상호작용의 느슨한 관계’이다. 가족공동체의 인력(引力)이 강한 것은 자주, 오랫동안 상호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학교입장에서 학부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과거에 가정방문을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녀의 교육환경을 살펴서, 학부모의 인식관을 바꿔서 자녀를 바꾸기 위한 전략적 접근도 있었다. 아무리 교사가 학생을 교육해도, 학생이 집에서 따뜻한 교육환경을 갖지 못하면 교육효과가 좋을 수가 없다. 학생 입장에서 마을교육공동체는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교육공동체이다.
담임교사 입장에서 20명의 학생을 날마다 학부모에게 교육과정을 알려줄 수도 없고, 그렇게 알려준다고 해서 교육협력은 아니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담임교사와 학부모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이 학생을 위한 마을교육공동체이다. 운동회는 마을교육공동체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조희연 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하기전에도 이미 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 운동회를 개최하면서 마을교육공동체 교육사업을 해왔다. 학부모 총회도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고, 부모님 참관수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러한 교육사업은 1년에 몇 번 할 뿐이다. 운영위원장과 녹색 어머니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몇몇 학생에게 국한된다. 모든 학생이 모든 학부모와 연결해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실현될 수 있을까?
운동회를 날마다 개최한다고 해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한다면, 학부모들이 반대할 것이다. 직장을 가야하고, 교육효과가 있지도 않을 것이다. 날마다 학부모가 참관수업을 한다고 해서 교육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학부모와 담임교사는 학생중심 마을교육협력체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학교가족공동체’가 형성된다면, 학생을 위한 교육효과는 급증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마을교육공동체는 이런 관점에서 연구되야한다.
담임교사와 학교는 운동회와 작품 전시회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한다. 더불어, 각 학생의 학부모와 담임교사의 교육협력체가 중요하다. 지금은 전자매체(카톡과 인터넷)를 활용해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같은 공간에 모이지 않아도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므로, 담임교사는 학생의 활동상황을 학부모에게 자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알릴 것인지, 그것은 고민해야한다. 가령, 언론기사에 학생들의 활동이 공신력있게 보도된다면, 그 내용을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내용을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것은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는 것과 같다. 소통은 횟수가 중요하다. 자주 만나면 친해지는 것이다.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소통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학생’이다. 학생은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교량역할이다. 담임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을 위한 교육협력체이면서, 동시에 학생을 매체로 연결된다. 나는 학생을 교육하는 기자교실을 운영하면서, 가족에게 질문하는 숙제를 내준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자교실에서 자주 활용하는데, “부모님께 물어보세요”라는 숙제를 내주면, 아이는 그 숙제를 하려고 부모님께 물어볼 수 밖에 없다. 가족끼리 대화가 부족한 현대사회에 가족공동체 유대관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학생이 부모님께 의견을 물으면서 학부모는 학생을 통해 학교와 연결된다. 1주일에 1번 정도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 학교와 마을, 학급과 가족은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 가족 소개하기’라는 에세이를 썼다고 하면, 담임교사는 반드시 그 내용을 듣고서 학부모에게 반응을 보여줘야한다. 만나지 않고도 만난 것보다 더 끈끈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한자로 이름을 쓰고, 부모님께서 그 이름을 지어주신 의미를 알아오세요”라는 숙제를 내준다면, 학생이 부모님께 질문을 던질 것이고, 부모님은 본인들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가족간 대화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학생을 통해 부모와 의사소통하는 마을교육공동체 교육사업이 상당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