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 에세이]=가령, 창의성을 논한다면 뭔가 신대륙이 펼쳐지거나, 병아리가 껍질을 깨듯 완벽한 세상의 변화를 기대한다. 과연, 창의성(創意性)은 그러하다. 창의성은 뜻을 창조하는 성향이다. 뜻은 곧 의미다. 창의성은 생각을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곧 창의성이며, 창조성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인절미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인절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그 절묘함은 여름만 되면 그것을 즐겨찾기에 추가한다. 가나 초콜릿만 알던 내가 초콜릿의 매력에 흠뻑 빠진 계기는 ‘인절미 초콜릿’에 있다. 한국쇼콜라티에협회를 처음 방문했을 때, 신데렐라 구두 초콜릿에 시선을 뺏겼고, 초코절미라 불리는 ‘인절미 초콜릿’에 혀를 붙들렸다. 초콜릿에 인절미를 결합시키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인절미와 초콜릿을 같은 시간에 먹다가 떠오른 것인가? 맛의 절묘함은 창의성이다.
해와 달이 한글로 만나면 ‘해달’이지만, 해와 달이 한자로 만나면, ‘明’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초콜릿의 재료융합은 ‘한자의 결합법칙’과 매우 흡사하다. 한자는 낱글자마다 그 뜻이 명확하면서 서로 결합하는 소통능력이 탁월하다. 원소 주기율표를 꺼내서 논한다면, 할로겐족(17족) 원소와 같다고 할까? 그렇다. 초콜릿은 반응성이 강한 할로겐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단짠 초콜릿’을 시식했다. 달면서 짜다는 의미로서 ‘단짠’ 솔티 초콜릿으로 불리는데, 나에게 그 초콜릿은 ‘짠단’ 초콜릿으로 느껴졌다. 짠맛이 먼저 다가왔고, 혀끝에서 스르르 녹는데 초콜릿 본연의 단맛이 여운으로 감돌았다. 이런 매력적인 맛이 또 어디에 있을까? 언어로서 ‘초콜릿’은 감미로운 나눔의 사랑을 뜻하는데, 물질로서 초콜릿은 매우 다양한 맛으로 사람을 자극한다. 초코절미, 단짠 초콜릿처럼 초콜릿에 새로운 맛을 결합해서 그 의미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창의성은 자유로운 상상력에 있다. 그냥 좋아서, 재밌어서, 놀면서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은 훗날 초콜릿 예술가로서 명성이 날개를 달 것은 당연하다. 그 명성의 날개는 ‘좋아서 그것을 즐기는 설레임’이다. 나는 펜을 잡고 받아쓰기하는 것이 취미요, 즐거움이다. 남의 생각이 나의 주된 관심사다. 왜 그 사람은 초콜릿에 열정일까? 왜 그 사람은 그림에 빠졌을까? 왜 그 사람은 다문화에 열열할까?
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나 역시 생각의 초콜릿처럼, 제법 결합법칙이 강한 친밀감의 인물이 된 듯 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초콜릿이 좋다. 그 중에서도 ‘단짠 초콜릿’과 ‘초코절미’가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