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한자칼럼 / 장창훈]=닭둘기의 오명을 쓴 비둘기, “배가 불렀다”는 표현이 딱 맞다. 닭은 배가 부른 새다. 일본어로 니와토리(庭鳥_마당에 있는 새)라고 한다. 닭도리탕도 닭새탕의 일본식 표현이다. 닭의 조상은 비둘기였을까? 오리의 조상은 기러기였을 확률이 높다. 닭은 비둘기였거나, 혹은 꿩일 확률이 높다. 살이 포동포동 찐 닭이 달걀을 낳아주면서 인간은 넉넉한 단백질을 섭취하게 된 것인데, 웬걸 AI에 모자라 ‘살충제 계란’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닭띠해에 닭의 수난시대다.
어쨌든, 닭둘기로 오명을 쓴 비둘기는 순전히 사람의 인심(人心)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많이 먹고 운동 안하면 누구나 살이 찐다. 비만(肥滿)에 가까운 비둘기들은 사람 근처에 살면서 정겹기도 하지만, 도시에서 비둘기는 정겨움보다는 징그러움에 가깝다고 해야한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구구구”의 소리를 내는 비둘기의 울음소리는 정겹다. 울음소리만 들어도, 까치처럼 정겨운 것이 사실이다.
비둘기 구(鳩)는 의성어 ‘구구구’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새를 한자로 표현할 때 자주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다. 오리도 그렇다. 오리는 “꽥꽥꽥”하니까, 갑(甲)을 합쳐서 압(鴨)을 만들었다. 울음소리는 곧 동물을 표현하는데 최적이다. 비둘기는 ‘구구구’해서 九가 합쳐진 것이다. 또한, 비둘기는 함께 모이는 성격이 짙다. 까치나, 독수리, 백조와 다르다. 기러기는 군대행렬처럼 오와 열을 맞춘다면, 비둘기는 머리를 맞대면서 집단적으로 몰려다닌다. 이런 모습이 토론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비둘기 학(鷽)은 배울 학(學)에 새 조(鳥)가 합쳐졌다. 배우는 새, 공부하는 새가 바로 비둘기이다.
구수회의(鳩首會議)는 비둘기들이 머리를 합쳐서 회의를 한다는 것이다. 비둘기도 회의를 하는데, 사람들이 회의를 하지 않으면 되겠는가? 회의는 자신의 의견을 꺼내놓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변경하는 것이다. 회의(會議)는 나의 의견과 상대의 의견을 똑같은 무게줌심에 두고서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말하기와 경청은 같은 시간과 같은 집중이 필요한 과정이다.
학구소붕(鷽鳩笑鵬)은 비둘기들이 봉황을 비웃는 것이다. 비둘기는 작고, 봉황은 크다. 봉황(鳳凰)은 멀리서 혼자 있으니, 비둘기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봉황에 대해 판단하고, 구설수에 돌려서 말들을 한다. 온갖 소문을 만들어서 흉을 본다. 학구소붕이 그런 뜻이다. 비둘기가 약간 부정적으로 사용된 사자성이다.
鳩는 피라미드 토론과 같다. 비둘기들이 함께 모여서 머리를 맞대며, ‘구구구’ 하듯이, 2-4-8, 또는 3-9의 피라미드 토론을 하게 되면 서로의 의견을 말하면서 상대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3-9 피라미드 토론은 9명이 3팀으로 나뉘어서 3명이 각각 3개의 의견을 말해서, 9개에서 3개의 의견을 정하고, 각 팀이 다시 모여서 최종적으로 3개의 의견을 정하는 토론과정이다.)
그럼, 토론(討論)은 뭘까? 나에게 물으면, 토론은 ‘싸움’이 아니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조금 전에 밥을 먹고 집으로 귀가하는데, 조그만한 골목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차에 내려서 젊은 청년을 향해 “오토바이를 빼라고 했어, 안했어, 날마다 왜 그래!!! 사고날 뻔 했잖아!!! 도로에 이렇게 두면 위험하잖아!!!”하면서, 손가락을 지적질하면서 핏대를 올리는데, 청년은 어른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다가, 그 할아버지가 가시돛힌 말을 더 퍼붓자, “알았어요”라고 하니, “알았어요” 그 말을 트집잡으면서 할아버지는 싸움닭처럼 달려든다. 무서운 불독같다. 지나가면서 쳐다보는데, 개싸움하듯 사람들이 싸우는데, 백번 그 할아버지의 잘못으로 해석되었다. “구구구” 말하기와 듣기는 항상 함께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