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한문칼럼 / 장창훈]=무궁화는 왜 국화(國花)일까? 나의 인식은 교육의 산물 덕분이다. 나에게 국화를 정하라고 한다면, 전혀 다른 ‘나만의 꽃’을 정하고 싶다. 솔직히, 국화(國花)에 대한 국민투표도 다시 해보는 것이 어떨까? 그렇다면 전혀 새로운 꽃이 국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개나리꽃, 혹은 국화(菊花), 혹은 장미 등등이다. 나는 난초(蘭草)의 깊고 은은한 향도 좋고, 봄의 전령사 매화(梅花)도 좋다. 매란국죽(梅蘭菊竹)은 4군자로 칭할 정도로 이미 인정받았는데, 무궁화는 들어있지 않다. 어쨌든, 무궁화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꽃이다.
무궁화(無窮花)는 발음을 다시 한자로 적은 한자어이다. 풀이하면, “가난한 사람이 없는 꽃”, 즉 “모두가 잘 사는 염원을 담은 꽃”이다. 100일동안 꽃이 피니, 그 끈기는 알아줘야한다. 100일동안 무궁화가 피는 비법은 ‘날마다’이다. 무궁화는 그날 피어서 그날 진다. 하루살이 꽃이다. 그러나, 계속 릴레이로 피니까, 사람들은 무궁화가 100일 동안 피어있다고 믿는다. 꽃의 입장에서는 1일 천하이고, 나무의 입장에서 100일동안 꽃이 핀 것이고, 사람의 입장에서도 무궁화는 100일동안 꾸준하게 핀 꽃이 된다.
무궁화의 어원은 목근(木槿)이다. 즉, 무궁화 나무를 줄여서, 목근이라고 하는데, 목근의 꽃을 목근화, 그것이 무궁화로 변화된 것이다. 목근(木槿)은 목련(木蓮)이나 목화(木花)처럼 나무이름을 정할 때 자주 등장하는 방법이다.
무궁화 근(槿)은 나무 목(木)과 진흙 근(堇)의 합성이다. 진흙은 질긴 흙이고, 가죽처럼 끈질긴 흙이며, 비옥한 땅을 말한다. 한반도 전체가 비옥한 땅이다. 사막에서 잘 자라는 나무는 선인장이고, 물속에서 잘 자라는 풀은 물풀이듯, 무궁화는 진흙처럼 비옥한 땅에서 잘 자라는 나무다. 진흙이 끈질기듯, 무궁화도 끈기있는 나무다. 100일동안 핀 꽃이니 그렇다.
그러나, 무궁화에 대한 사자성어는 부정적이다. 팩트를 중심하면 무궁화는 끈기롭지 못하다. 1일로 꽃은 끝나고, 다른 꽃이 피기 때문이다. 시들었던 꽃이 다시 고개를 쳐들지 않는다. 시든 꽃은 시들고, 다른 새로운 꽃이 하루동안 핀다. 매미는 7일동안 운다지만, 무궁화는 1일로 끝난다. 근화일일(槿花一日)은 무궁화 꽃이 하루만 핀다는 뜻으로 부귀영화의 무상함을 말한다. 근화일조몽(槿花一朝夢)도 무궁화 꽃의 하루아침 꿈이다.
중국을 최초로 세운 임금을 요임금, 순임금이라고 한다. 물론, 그 위에도 임금이 있었는데, 정식으로 시작된 두 임금, 법이 필요없도록 통치를 잘해서 태평성대를 이룬 두 임금을 ‘요순시대’라고 부른다. 요임금은 순임금의 장인이다. 요임금은 사위였던 순임금에게 왕권을 물려줬다. 순임금은 아버지가 재혼해서, 새어머니와 이복동생들로부터 핍박을 많이 받았고, 죽음의 고비를 겪었으나, 효성이 지극해서 그 심성을 보고, 요임금이 순임금을 사위로 맞았다고 한다. 그런데, 순(舜)을 ‘무궁화 순’이라고 한다. 우연의 일치일까? 순하고 순한 순임금이 무궁화의 어원을 갖고 있다는 것, 무궁화는 한번도 전역에 펼쳐져 있다는 것, 아마도 순임금은 동이족의 선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