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흐르는 물처럼 평등하다.
이일섭 행정실장 근무는 합법
법정부담금 납부해온 동구학원 勝
[서울교육방송 취재수첩]=지난해, 탄핵사건이 발생하면서, 한국은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이 제대로 실현된 민주주의 국가임을 실감했다. 권력은 나뉘어져 서로 감시되며, 누구도 절대 갑이 될 수 없고, 법은 법으로 판단됨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 증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법부의 재판을 받는 것이다. 행정부가 사법부의 견제를 받고 직위가 박탈될 수 있음은 헌법재판소를 통해 증명되었고, 나아가 청와대가 헌법재판소 소장을 임명하지 않자, 헌법재판소는 “소장을 임명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삼권분립의 독립성을 명확히 했다. 법은 사람처럼 살아있고, 누구도 법위에 군림할 수 없다. 군림한다고 믿는다면 그곳은 시진핑이 다스리는 공산당이거나, 북한일 것이다. 법은 모두를 평등하고 공평하게 다스린다. 동구학원 판결문에 그러한 법치주의가 면면히 흘렀다. 나는 이러한 국가에 살고 있음에 자랑스럽다. 법(法)은 물방울과 갈 거(去)가 합쳐져, 물이 흐르듯, 흐르는 물을 의미한다. 물은 흘러서 토지를 적시고, 농사를 짓게 하고, 수도꼭지를 타고 흘러 잡을 짓고, 샤워꼭지에서 물이 나오면 몸을 씻는다. 때론, 물이 화가 나면 해일이 되어서 마을을 집어 삼키고, 적도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 태풍은 가을 한복판을 휘젖고 다닌다. 법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법을 지킨 자에게 법은 한없이 관대하고 자유를 허락지만, 법을 어긴 자에게 법은 자비가 없다. 법을 어기면 곧 심판이다. 이것이 법치며, 법의 칼날이다. 부엌칼로 수박을 썰면 두 동강 나듯이, 법이 사건을 썰면 선과 악, 옳음과 그름, 법치와 비리가 쪼개진다. 동구학원 사건에서 법을 지킨 쪽은 동구학원이었고, 법을 어긴 쪽은 서울교육청이었다. 사법부 판결에 서울교육청이 만약 불복한다면, 사법부는 조희연 교육감에게 베풀었던 그 관용을 거두어야 할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집행유예 처분을 받으면서 교육감 직을 유지하고 있다.) 누가 알았으랴. 대통령이 탄핵(彈劾)당해 그 직위가 박탈될 줄을…. 그러므로, 진보는 더더욱 조심해야한다. 국민은 진보가 좋아서 보수를 뒤엎은 것이 아니다. 권력자들의 횡포가 지긋지긋한 것이다. 법은 물과 같아서, 누구든 법위에 서려면 법속에 빠지고 만다. 그러므로,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서울교육청을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경고가 주어졌을 때 스스로 돌아보면서 옷깃을 챙긴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지금 감옥에 있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고 옳다고 우기는 자는 법의 관용을 받을 자격이 없다.
50p 분량의 판결문은 요약하면 3가지다. 첫째, 행정실장의 당연퇴직, 둘째, 공익제보 교사에 대한 수업배제, 셋째 관할청의 징계요구 불응이 동구학원 이사진 해임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히 논하는 것이다.
나는 몇 번씩 눈을 비볐다. 행정실장을 자르지 않아서, 그것 때문에 이사진 전원 해임을 시킨 것으로 기록된 부분이 사실인지, 몇 번이나 읽어보았다.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서울교육청의 판단은 동구학원이 직원 1명을 자르지 않으니, 이사진 전체를 해임시킨 것이다. 연좌제에도 이런 연좌제가 없다. 말을 듣지 않으니, 보복행정을 한 것이다. 이일섭 행정실장을 자르지 않은 것이 과연 이사진 전원 해임사유에 해당할까? 이 부분이 쟁점이 될 줄 알았는데, 틀렸다.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유는 심플하다. 이일섭 행정실장은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즉, 서울교육청이 이일섭 행정실장의 당연퇴직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법이 얼마나 명확한가? 법 헌(憲)에는 눈 목(目)이 들어있다. 법은 눈을 부릎 뜨고서 보는 것처럼 진실을 쳐다본다. 이일섭 행정실장에 대한 당연퇴직 사유는 길게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이일섭 행정실장은 횡령혐의로 조사를 받고, 2010. 10. 29. 집행유예 2년 1심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까지 올라가서 2011. 11. 10 최종 확정됐다. 그 동안에 동구학원은 정관을 변경했다. 본래 정관에는 ‘사무직원이 금고이상 형을 받으면 당연퇴직된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동구학원은 이일섭 행정실장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 해당 조항이 삭제된 정관을 2011. 2. 22.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형이 확정된 후에, 동구학원은 변경된 정관에 따라 이일섭 행정실장에게 감봉처분과 15개월 승급제한의 징계를 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하였고, 구 사립학교법은 교원의 경우 금고형 선고시 당연퇴직되지만, 사무직원은 정관에서 규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동구학원의 경우 변경된 정관에 의해 이일섭 행정실장은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교육청은 “이일섭 행정실장을 구제하기 위해서 정관을 변경한 것이니,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하자, 법원은 “서울교육청이 인가권자로서 동구학원의 변경된 정관을 인가해줬다”라고 판단했다. 즉, 서울교육청이 인가해준 정관이라는 것이다.
(판결문 42p) 동구학원이 이일섭을 계속 근무하게 하려는 부당한 목적으로 사무직원의 당연퇴직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정관을 개정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감독관청인 서울교육청 스스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인가하였고, 그 후 이일섭에 대한 인건비 상당의 재정결함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기존에 지급한 지원금을 반환하는 등 이미 상당한 제재조치가 이뤄졌다.(중략) 사무직원 1인의 퇴직 여부에 관한 정관 규정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로 임원들 전원에 대한 승인을 취소할 당위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만약, 이일섭 행정실장의 당연퇴직이 사법부에서 받아드려진다면, 법이 법을 어긴 꼴이 된다. 법원은 이 부분까지 거론하고 있다. 舊 사립학교법은 사무직원에 대한 정관규정 부분이 문제가 되어, 국회에서 2015.12.22. 제70조의 3을 신설하여, ‘사무직원의 당연퇴직에 대하여 제57조를 준용한다’를 규정하였다. 개정취지에서 “사무직원의 정원, 임면, 보수, 복무 및 신분보장에 관해 정관 등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결과, 그 취지와 달리 과도한 신분불안으로 직무의 안정적 수행을 저해할 수 있고,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하는 사무직원의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관 등을 개정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국회가 해당 조항을 개정한 것은 당연퇴직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으로 개정할 경우, 사무직원은 당연퇴직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정관을 변경해도 당연퇴직된다면 국회가 해당 조항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 법원은 “학교법인의 정관등에서 사무직원의 당연퇴직 규정을 삭제한 경우, 종전 규정의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당연퇴직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한다”라고 판단했다.
결국, 서울교육청이 이일섭 행정실장의 당연퇴직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던 것은 “국회의 사립학교법 개정이 쓸데없는 일이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어떤 법률도 소급되지 않는다. 물이 거슬러 올라가지 않듯이 법률은 소급되지 않는다. 물이 위로 올라가려면, 펄펄 끓어서 수증기로 변화해서 하늘로 올라가 물방울이 모인 구름이 되어야한다. 그 방법이 아니면, 물은 스스로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2015년 사립학교법 제70조의3이 신설되면서, 금고형일 경우 사무직원도 당연퇴직이 되도록 개정되었으니, 그 이전의 사건은 정관을 변경했다면 당연퇴직이 아니라는 전제가 성립한다. 법은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모든 것을 살피고, 앞과 옆과 뒤와 주변까지 살펴서 옳고 그름을 논한다. 법은 편파적이지 않다. 법의 판단이 얼마나 아름답고 논리적인가? 법이 법을 지키면서 사건을 판단하는 논리구조를 살펴보면, 산맥을 타는 듯 흥미롭고 신비롭다.
결국, 법원은 3가지 사안에 대해서(이일섭, 공익제보 교사, 교육청 처분 불응) 이일섭 행정실장의 경우는 해임처분에 해당되지 않고, 공익제보 교사의 경우는 처분사유를 다툴 수 있다고 하면서, 과연 공익제보 교사에 대한 징계가 이사진 전원 해임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따졌다. 양팔저울은 그 무게를 따진다. 편의점에서도 음료수를 사면 그 가격을 따진다. 노트북을 사면서 1천원을 지불한다면, 그것은 날강도다. 노트북 가격은 10만원으로도 부족하다. 100만원은 넘어야한다. 그처럼 모든 것은 형평성이 맞아야한다. 공익제보 교사가 서울교육청 입장에서 매우 중요할지는 몰라도, 법이 볼 때 무게를 따져봐야한다. 둘의 경중은 결국 노트북과 1천원의 무게처럼, 해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났다.
(판결문 p42) 결국, 이 사건 처분사유로 인정되는 것은 제2 처분사유뿐이다.(중략) 동구학원 임원들이 정당한 징계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장기간 공익제보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이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거듭된 시정요구에 불응한 것은 위법하고 그 비난 가능성도 적지 아니하지만, 이는 소청위 결정이나 법원 판결에서 공익제보 교사에 대한 징계사유가 일정 부분 인정되고 직위 해제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폭넓은 재량이 인정됨에 따라 동구학원이 이 사건 근무명령이나 직위해제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을 그르쳤기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근무명령이나 직위해제의 적법 여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 이전에 이뤄진 것이고, 법원의 최종 판단 이후에도 다시 위법한 불이익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서울교육청의 생각과 법원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이미 물러간 지난 정권의 잘못은 거울로 삼아서 스스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지난 정권을 질타하면서 본인도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면, 겉만 다를 뿐 속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껍질 뿐이다. 민주주의 시대에 ‘법’이 법을 다스리고, 권력은 삼권분립으로 나뉘어져 법의 평등이 물처럼 면면히 흐른다. 법원의 판단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는데, 그것에 서울교육청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항고한다면, 법은 후회할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집행유예에 대해서. 법도 생각이 있다. 법(法)의 옛날 글자는 ‘灋’였다. 물과 去와 해태(廌)가 들어있다. 법을 어긴 자를 뿔로 받아서 물속에 빠뜨렸다는 의미다. 행정권자는 사법부의 통제를 받아야한다. 사법부가 서울교육청을 향해 엄중히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복하면, 법도 판단할 것이다.
법원은 동구학원이 학생들을 위해 교육을 제대로 실시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교육청은 공익제보 교사를 내세우면서 동구학원 이사진 해임의 명분을 삼았는데, 도대체 학생없는 교육청이 무슨 의미던가? 국민없는 국가는 무의미하듯, 교육청은 학생을 위해서 존재한다. 교복입는 교육감의 자세가 ‘학생을 위한 교육행정’으로 실현되길 희망한다. 다음은 동구학원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내용이다.
(판결문 p43) (서울교육청의) 이 사건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동구학원은 중대한 회계 부정이나 자금 유용, 입시 또는 채용 비리, 뇌물 등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볼 만한 비위 행위는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사립학교에 대한 서울교육청의 지도, 감독의 궁극적인 목적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교육환경을 저해할 만한 사정도 없다. 오히려 동구학원은 법정 부담금을 모두 납부하면서 매년 상당한 금액을 학교운영비로 전출하는 등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