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칼럼 / 장창훈]=황금빛 내인생이 절망의 늪에 빠졌다가, 이제 서서히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누군가를 위한 헌신보다 자신을 향한 정체성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서지안의 경우, 자신이 가족을 부양하고, 남동생과 여동생 뒷바라지를 위해서 희생했다는 관념으로 늘 불만을 가졌다가 자신도 모르게 부모가 저지른 딸 바꿔치기에 휘말려서 부잣집에 갔다가 쫓겨나는 수모를 통해서, 과거와 모든 단절,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즐겼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이는 현재 진로진학 학교시스템과 맞물려 있다. 마이스터고의 경우 이러한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을 통해서 사회진출을 하고, 대학까지 진학하는 코스가 바로 마이스터고이며, 서지안은 과거 자신이 잃어버린 꿈을 조금씩 재발견하고 자아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옆에서 자신을 묵묵히 도와준 사람이 있었으니, 자신을 끝까지 믿고 챙겨준 친구다. 그 친구는 자신이 가장 어렵고 혼란에 빠졌을 때 지안이를 통해서 큰 도움을 받고, 인생의 길을 목공으로 정한 인물이다. 과거에 자신이 받았던 그 은혜를 갚는 것, 이 드라마의 큰 설정 중에 하나다.
선우혁은 서지안이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도록 옆에서 조심스럽게 안내하고, 촉매한다. 이번에는 도마 선물을 이야기하면서, 물고기 도마를 한번 만들어보라고 한다. 지안이는 디자인 도안에도 재능이 있었는데,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과거에 했던 드로잉을 해보니 솜씨가 제법 살아 있었고, 목공예 사장도 지안이가 서서히 자신의 재능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대견스럽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마는 지수에게 선물로 보내졌다. 중간 매개체는 선우혁인데, 선우혁만 아직 지수와 지안이 서로 쌍둥이였고, 쌍둥이가 아니였다가 이제는 결별한 사연있는 관계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갈등의 고리가 서로 얽히고 설켜서 어떻게 풀어야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사건이다.
서태수는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통탄한다. 겨울잠을 자듯이 자신이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늪에 빠져서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장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자, 더 이상 보람을 찾지 못하고 절망의 깊은 늪에 빠져버렸다. 자신이 저지른 죄값보다 깊은 상처는 가족을 위한 희생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자신의 부인도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질책과 무시였다. 딸들도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정말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였다는 것에 대해 자신은 감당할 수가 없다. 지안이 사건을 통해서 서태수도 아버지로서 자아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계기를 갖게 된 것이다. 익숙한 것은 편안함의 즐거움과 평화를 선물로 줄 수도 있지만, 그속에서 권태의 틀을 형성할 수도 있다. 서태수는 그것을 느낀 것이다. 탈출을 하고 싶은데 희망의 끈을 붙잡을 곳이 없다. 그때 베트남에서 친구가 입국해서 서태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베트남에 함께 가자”고. 이러한 친구가 1명 정도 있다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다. 인생은 결국 언덕위에 서있는 외로운 나무와 같다. 언젠가 비바람이 불면 넘어질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함께 지탱해줄 사람, 자신이 넘어졌을 때 보듬아주면서 일으켜 세워줄 마음의 친구는 1명 정도 반드시 있어야한다. 그래야 인생의 끝날이 편안하다.
최도경의 경우, 자신이 운명처럼 정해진 정혼녀와 만났으나, 서지안과 사연으로 사랑의 눈을 뜨게 되면서 마음이 자꾸만 정혼녀에게 가질 않는다. 이것이 혼동스럽다. 최도경은 어떻게 해야할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가문과 기업의 정략적 결혼을 따라야하는 자신과 자신의 사랑 사이에서 어떻게 결정해야할지 알지 못하고 방황한다. 정혼녀를 만났으나, 결혼합시다라는 형식적이고, 규범적인 대화만 나눌 뿐이다. 남녀의 정감을 느낄 수가 없는 그런 무미건조함으로 결혼하게 될 자신의 처지에 대해, 최도경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결국, 자신은 사랑없는 결혼은 택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부모에게 말하자, 발칵 뒤집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