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법률나무 판례해설]=해당 사건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LCD패널을 닦다가 장기간 노출되면서 뇌경색이 걸린 사건으로, 회사에서는 직업과 병의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당사자는 직업환경으로 발생한 병이라고 주장하면서 불거진 내용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직업과 질병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은 근로자에게 있다. 병이 걸린 것은 당사자인데, 회사에서는 증명할 책임이 없으니, 영업기밀의 명분으로 정보를 차단하면서 당사자만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원고는 실제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2002. 11. 18. 삼성전자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2007. 2. 15. 퇴사할 때까지 천안 LCD 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서 모듈공정(부품을 조립하여 LCD 패널을 완성하는 공정) 중 LCD 패널 검사작업을 하였다.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조립된 15~19인치 규격의 LCD 패널을 전원에 연결한 다음 손으로 들고 눈 가까이에서 육안으로 관찰하여 색상과 패턴에 불량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컨베이어벨트로 이동되는 LCD 패널을 1시간당 70∼80개가량 검사하고, 1일 3∼4회가량 이소프로필알코올(isopropyl alcohol; IPA)을 사용해서 LCD 패널이나 팔레트 등에 묻어 있는 이물질을 닦아내야 했다.
원고가 검사작업을 한 이 사건 사업장은 모듈공정 전체가 하나의 개방된 공간에서 이루어져, 작업장 내 어느 하나의 세부공정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별도로 여과되거나 배출되지 않고 작업장 내에 계속 머무르는 구조였다. 부품조립 과정에서 납땜이 이루어졌고, 조립 후에는 LCD 패널을 고온에서 가열하여 성능과 내구성을 검사하였는데[이를 ‘에이징(ageing) 공정’이라고 부른다], 그 과정에서 화학물질의 열분해산물이 발생할 수 있다. 원고의 검사작업은 에이징 공정 바로 다음에 하는 것이었다.
해당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증명의 정도 /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방법 및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이 발병한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판결요지는 아래와 같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