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아침 9시 전화벨이 부르르 울렸다. 1번 울렸는데, 잠깐 밖에 있다보니 못 봤고, 2번째 신호음이 울릴 때 나는 알아차렸다. 전화영어였다. 헬로우로 시작하는 그 경쾌한 음색, 남자였다. 나는 곽영일 전화영어로 수개월 학습을 했는데, 이번에는 남자 선생이 어떠냐고 넌지시 묻는 회사의 조언에 “오케이”라고 대답했다. 남자학생은 여자교사로 연결지어야 학습효과가 높다는 생각은 보편적이지 못하다. 누가 되었든, 영어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나의 의사전달에 대해서 ‘바둑의 원리’로서 배려해주는 그런 교사라면 나는 언제나 오케이다. (그렇다고, 여자 영어교사들이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 알아듣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나는 하루 24시간을 한국어로 생활하는데, 어떻게 영어가 그냥 들리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트는 나와 첫 전화통화에서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서로의 소개로서 넌지시 물었다. 이름이 사실 어려웠다. 케이쓴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케이트”라고 불러달라고 해서, 그때 나는 kate가 생각났다. 케이트는 사실 인터넷 강자였는데, 네이버에 밀렸다라고 나는 네이트와 착각했다. 네이트와 케이트의 착각이든, 어떻든, 이름을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다. 내가 앤디라고 그는 알고 있었고, 그 다음 절차는 순조롭게 ‘나이’를 묻는 시간이다.
46세의 아주 많은 나이가 그에게 부담이 되긴 되는 것 같다. 앞에 미스터를 붙일 것인지, 아닐지, 그는 무척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미스터라고 붙인다는 것은 우리말로 “님”을 붙이는 것과 같다. “씨”라고 부를지 혹은 “회장님”이라고 존칭어법을 사용할지 정중하게 묻는 그의 어법에서 필리핀이 국제사회 언론으로 비쳐지는 ‘한인 경멸주의’가 심하다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범죄자 처단정책은 독재주의의 광란같지만, 그 나라가 어쩌면 범죄자들이 드글드글 할 수도 있겠다는 양단의 생각을 해봤다.
“두테르테”라고 내가 한국말을 섞여서 그에게 물었더니, 두테르테를 분명 알아들었다. 그러나, 나의 영어듣기는 최악이다. 케이트는 27살 청년인데, 나에게 열심히 필리핀 정치상황에 대해 설명했으나,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인지할 수 없었다. 단지, 자국을 사랑하는 젊은 청년임에 틀림없다. 필리핀은 참 먼 나라이다. 그런데, 인터넷 전화를 활용해서 10분동안 서로 격식을 갖춰서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전화영어의 위대한 진화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래서 곽영일 전화영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