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내년 1월, 이사를 하게 됐다. 2년전, 성탄절 때 처음 만나 살게 된 나의 원룸과 이제 작별이다. 작가로서 살다보니, 책을 샀다가 버리고, 샀다가 버려도 남는 것은 책들이다. 포장이사를 할까, 일반이사를 할까, 혼자 생각을 굴리다가, 책들을 나이롱 끈으로 묶다가, 1달 후에 이사를 하게 되는데, 벌써 짐을 싸야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네이버에 포장이사를 검색했더니, 이사몰이 맨 위에 뜬다. 네이버 검색키워드 상위노출로 광고를 하는 업체인데, 그냥 재미삼아서 원룸이사, 1톤 차량, 장안동에서 장안동으로 이사라고 입력했더니, 저녁 11시, 입력하자마자 1분도 안돼서 전화가 온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도대체 어떤 상식이하의 인간이 전화를 하나, 받을까 말까 망설였다. 받았더니, 생각지도 못한 이사몰 젊은 청년이다. 나의 견적을 받고, 1분도 안돼서 연락이 왔다. 짐이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 묻는 이유는 간단하다. 1톤 차량으로 가능한지 확인을 하려는 것이다. 2.5톤으로 하게 되면, 10만원이 추가되니까, 최대한 1톤에 짐을 쌀 수 있다는 것이다.
내려가는 집은 계단, 이사갈 집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원룸에서 원룸으로 이사하는 것은 견적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 젊은 청년은 벌써 이사를 하고 있었다. 열정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내가 이 짐들을 어떻게 포장하나, 걱정하고 있을 때, 전문기술로 훈련받은 이사전문가들은 생각의 차원을 달리해서, 완벽하게 짐을 옮긴다. 그 청년은 고객의 걱정이 기우(杞憂)라는 것을 열정으로 불태워버렸다. 한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듣더니, 그림이 그려지나보다. 견적을 부풀리기 하지도 않는다. 네이버에 광고를 하는 업체가 만약 견적을 부풀리게 되면, 네이버에 신고가 들어가서 퇴출을 당하기 때문에 견적은 착하다. 언어에서 성실성이 풍겼다. 자신이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다시한번 실감한다.
나는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 절대로 거의 대부분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간혹 넘길 때는 하루에 3명 정도 만나게 될 때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뇌가 과부하에 걸리면서 1개 정도 뒤로 미룬다. 하루에 1개의 기사를 쓸 때는 그날 모든 것을 마무리한다. 그것이 내가 지켜온 신조이다. 신문은 그날 신문(新聞)이다. 하루만 지나도 옛문이 되고 만다. 새벽 4시에 편의점에 가보면, 신문은 어김없이 ‘오늘 날짜의 신문’이 꽂혀 있다. 나는 나의 기사도 그러해야함을 항상 철칙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이사몰 그 전문가는 고객이 문의를 하자마자, 1분도 안돼서 견적을 내더니, 벌써 명함을 보내왔다. 명함에는 통장계좌번호가 있어서, 나는 계약금을 지불했다. 1달후에 있을 이사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포장이사 전문업체는 처음 만나본다. 이 세상은 결국 ‘불의 세상’이다. 불을 다루고 만질 줄 알게 되면서 사람은 지혜가 발달하고, 고기를 굽게 되고, 각종 그릇을 만들면서 추위를 이겼고, 동물과 상대해 싸워 승리했다. 불은 곧 열정이다. 열정은 존재의 필수요건임을 나는 오늘도 확인하였다. 그래서 포장이사 전문업체로 ‘이사몰’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