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컴퓨터가 해킹될 위험에 노출됐다. 모든 세상의 컴퓨터가 해커들에게 길을 내줬다. 인텔 칩의 치명적 결함, 도요타 자동차와 폭스바겐과 애플과 삼성전자가 그러했듯이 1등, 일류 기업들의 추락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최고 명성의 기술을 자랑하고 자부하는 그들에게 치명적 결함이 발생해 막대한 손실과 충격을 안겨줄까? 이는 ‘은폐와 숨김’의 오만 때문이다.
인텔에서 발견된 반도체 칩의 결함문제는 자동차의 리콜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컴퓨터의 CPU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체로 비유하면 뇌속에 치명적 문제가 생긴 것이다. 12년전부터, 2006년도부터 생산된 모든 인텔의 반도체 칩에서 발견된 문제다. 그때 설계의 실수가 있었던 것인지, 혹은 속도증가를 위한 인위적인 전략인지 불분명하지만, 인텔은 CPU를 관장하는 칩의 설계도에서 운영체제(OS)와 사용자의 공간을 분리하지 않았다. 아파트를 짓게 되면, 반드시 출입문을 달아야한다. 사용자 공간은 공원과 같고, 운영체제는 집과 방에 해당된다. 둘의 공간은 구분, 분리되어서 38선이 그어져야하는데, 통로를 만들었다. 그 통로를 이용하면, 해커들은 OS로 접근해서, 비밀번호까지 빼낼 수 있고, 컴퓨터 자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데이트를 하게 되면 성능은 30% 떨어진다. 인텔의 줏가가 3%나 하락한 이유다. 앞으로 컴퓨터 회사들과 실제 사용자들이 인텔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될 것이고, 그 액수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를 수도 있다. 예측불가능하다.
1등에 올라선 기업들은 권좌에 앉은 용(龍)이 되어서, 잘 듣지 않는다. 용(龍)은 엄청나게 잘 생겼고, 모든 동물들의 장점을 가졌는데, 딱 하나가 없다. 바로 귀(耳)다. (聾-귀머거리 농) 왕이 왕의 자리를 잘 유지하려면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하는데, 이상하게 듣는 고막이 찢겨져 있다. 왕의 고막은 바로 신하(臣下)다. 신하들이 왕의 눈과 귀의 역할을 해야하는데, 입(口)의 전달자 역할만 하다보니, 1등은 항상 1등이라고 보여질 뿐,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실수를 지적한 자를 문제가 있다고 덮어버리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맹점의 오류’에 빠진다. 이것을 일컬어 ‘1등의 저주’라고 한다. 진정한 일류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을 가진 집단과 인간이다.
1등 기업의 추락은 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통해 자세히 드러나 있다. 왕이 벌거벗었으나, 신하들은 옷을 입었다고 하고, 옷을 벗었다고 진실을 말하는 자들은 처벌을 받으니, 모두 옷을 입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들어날 수치를 덮으면 그 수치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도요타와 폭스바겐과 삼성전자와 애플과 인텔처럼 되는 것이다. (도요타 가속페달 결함 1400만대 리콜 사건, 폭스바겐 디젤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발화로 단종, 애플 구형 아이폰 성능 의도적 저하 사건)
정적(政敵)이 사라지면, 자신의 천국이 시작될 것 같지만, 경쟁(競爭)은 자신을 부패하지 않게 하는 긴장감을 준다. 경쟁이 없다면 태만의 병에 걸린다.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에서 거북이의 근면성이 결국 승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경쟁이 없는 독주는 태만의 낮잠을 잘 위험이 있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이길 듯, 질 듯, 자신이 자신의 경쟁자가 되어서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하다면, 주변의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면 인텔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리 없다. 구글에서 인텔에 6개월 전에 해당 사건을 통보했으나, 인텔은 알고도 묵과했다가 지금 터진 것이다. 모든 사건은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시작된다. 작았을 때, 그때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멈춰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울앞에 선 경청훈련’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결국,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빠름보다 바름이 옳은 시대가 온 것이다. 1등의 독점보다 2등의 협력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