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제목 :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이 흥분이다. 흥분돼야 제대로 하고 희망과 감사와 기쁨으로 한다. (본문, 학개 1:14)
[서울교육방송 신앙칼럼 / 장창훈]=사람은 대부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시소처럼 왔다갔다하다 세월을 허송한다. 어린시절에서 장년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양손에 쥐면서 살아간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나는 10대 학창시절 잘하는 것을 중심으로 대학 학과를 선택했다가 낭패를 당했고, 대학 졸업후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다가 현재의 직업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좋아하는 것을 보다 더 전문적으로 하도록 공부하고, 연습하고, 특기를 살렸더라면 지금의 글쓰는 실력이 더 좋아졌을 것이다. 국문학을 전공했다면, 아마도 장편소설 몇권을 썼을 것이다. 나는 국문학 대신에 기계공학과를 전공하다보니, 책쓰는 것도 기계적으로 상품만드는 방식을 취하고, 대부분 소설가들의 3년, 4년의 집필기간을 거치지 않는다. 4년에 1권의 장편소설을 쓰는 소설가들앞에 나는 하루에 3~4권의 책을 쓰는 미니책 전문가로 불린다.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흥분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기뻐서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참으로 공감되고, 내 삶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말씀이었다. 총 5페이지 정도 적었다. 지금은 370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나의 가장 좋아하는 일은 글쓰는 일, 책쓰는 일이다. 노트북이 안되거나, 인터넷이 고장날 때는 나는 멍하게 시간을 보내야한다. 취재를 하면, 그것을 반드시 글로 변환해서, 뉴스로 보도해야만, 나의 할 일을 했다는 보람을 스스로 만끽한다. 달팽이가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재주가 특기이듯, 나는 매일매일 10년 넘게 이런 일을 해 왔다. 가끔, 취재를 하면 돈을 받는 경우도 있었으나, 99% 돈을 받지 않고 스스로 그 일이 좋아서 했다. 그렇다보니, 수십만개의 기사를 작성하고, 지금은 책쓰는 전문가가 되어서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었다.
나는 중학교 때에도 글쓰는 것이 너무 좋았다. 중학교때 한번은 수필을 쓰라고 해서, 1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글을 작성했다. 그것이 학교 교지에 실렸는데, 친구들이 말하길, “너무 길고, 지루하다”고 해서, 실망감이 컸다. 나는 좋아서 했던 일인데, 부모님도 글이 재미가 없다면서, “내 꿈의 책”이 펼쳐지기도 전에 덮여야 했다. 수학은 경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서, 고흥군 대표로 나갈 정도였으니, 나는 국문학의 꿈은 접고, 남들이 볼 때 두드러지게 실력이 나타나는 분야, 수학과 과학쪽으로 적성을 정해야 했고, 그것이 국민대학교 기계설계학과였다.
대학교에 들어오니, 전공분야가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나뉘었다. 열역학, 기계공학, 유체역학을 배우면서,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음을 4년동안 확인했다. 좋아하지 않은 전공이다보니, 시험때마다 겨우 턱걸이로 C학점, D학점을 받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에 진출하니, 학점관리가 엉망이었다. 대부분 D를 맞으면 포기를 하고 재수강을 했으나 나는 D라도 달라고, 교수에게 사정했다. 졸업장만 따야겠다는 그런 심정이었다. 만약, 국문학을 전공했더라면, 혹은 사람의 관계를 공부하는 심리학과,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나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회한이 남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의 현재모습을 보면서 “기계설계학과를 전공해서 글쓰는 재미가 뭔가 다르고, 독특하다”고 좋게 평가하지만, 그것은 좋게 평가하는 것이고, 진로를 잘못 설계한 것이 정답이다. 나는 국문학의 학과를 미래진로로 설정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문과를 선택해서, 대학교 학과를 정했어야 한다. 단지, 수학점수가 탁월하다고 해서 수학중심으로 진로를 설정한 것이 결국 대학교 전공분야에서 낭패를 본 것이다. 대학교 4년의 그 청년시절은 나무로 비유하면 열매를 여는 단계인데, 나는 그때 아무 열매도 열 수가 없었고, 졸업후에 다시 나무를 심고,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지나고서 언론인이 되어, 10년간의 노력과 몸부림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중학교, 고등학교때부터 지금의 자유학기제처럼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고, 학교 동아리 활동과 창체활동을 통해서 미래의 꿈을 꾸준히 준비하고 관리했다면, 대학교때부터 언론인의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인생은 시간의 함수에 통제받아야하므로, 진로가 잘못 설계된 시간만큼 나는 뒤쳐져 성공에 이르렀다.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좋아서 하는 것”의 중요성이 얼마나 옳고, 합당한지 깊게 깨닫고 인정하였다.
나의 평생에 나는 글쓰는 일로 살아갈 것이다. 밥먹는 것보다 글쓰는 것이 더 좋게 행복하고, 기쁘기 때문이다. 황금빛 내인생 드라마를 보더라도, 서지안(여자 주인공)은 스펙을 쌓으면서 남들이 보기에 좋은 일,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바둥바둥거리지만, 대기업 회장의 딸로 들어갔다가 가짜 딸로 판명되면서 자살의 절벽까지 치닫다가 그때 비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밤(夜)을 새면서 그 일에 몰두하는 장면이 나온다. 잘하는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그것으로 족하다. 잘하는 일이 ‘남이 좋아하는 일’이면, 언젠가 낭패를 보게 된다. 내가 스스로 좋아서 하는 그 일이 미래의 직업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나는 그래서 작가로서 삶이 행복하다.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에 있든 달팽이처럼 평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