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란, 그 이름 석자는 신뢰하는 언론의 상징입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혜란을 변호하는 남편 강태욱(지진희 배역)의 최후 변론에서 나온 말이다. 아내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편 강태욱 변호사의 변론은 깊은 울림을 준다. 언론인으로서 미스티는 사실확인의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감동 스페셜 드라마이다. 공감되는 부분이 정말로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베드로와 요한 등 사도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팩트를 지킨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므로, 신앙적 측면에서 미스트를 통해 느끼는 점이 크다. JTBC는 최근 손석희 뉴스 체제에서 정권을 뒤흔드는 뉴스를 보도하고, 미투운동의 핵심 인물인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까지 보도하면서 법조계, 영화계, 문화계, 정치계, 예술계, 학문계 등 모든 분야에 충격적 지각변동을 발생시켰다. 미스티 역시 JTBC 금토 드라마로서 시청률이 8%에 육박한다. 지상파 방송으로 내보냈다면 30%까지 나올 작품임에 틀림없다. 긴장감과 대사가 흡인력이 강하다. 고혜란은 김남주 배우가 맡았다.
남편은 아내의 무죄를 확신한다. 전체 줄거리가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죽은 이재영의 교통사고와 관련해 남편이 비밀을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실제 강태욱이 살인을 저질렀거나, 혹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가해자일 확률이 높다. 단지, 그것을 외부에 드러나게 말할 수 없을 뿐이다. 이 드라마는 ‘베드로의 심정’을, ‘사도바울의 심정’을 절절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많다. 왜 사도들은 죽음을 무릎쓰고 예수의 이름을 지키려고 했을까? 그 가치가 무엇인가? 구원을 얻기 위함?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는 일본에 복종하거나, 일본과 대항해 싸우거나 둘 중 선택을 했어야 하므로, 목숨을 내걸고 조국의 사람이 된 독립투사들도 생명값과 민족혼을 바꾸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도들의 그 순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미스티 드라마를 통해서 순교의 거룩한 가치를 단면으로 느꼈다.
드라마 미스티는 ‘안개낀’(MISTY)의 뜻으로,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안개낀 듯 의혹과 의심이 점철된 인생사(人生史) 완벽한 남편과 아내는 외부로 알려진 바로 잉꼬 부부였으나 가정생활은 순탄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서 불편했던 가정생활에 대해 재조명이 되고, 남편은 자신의 못난 자존심에 짓밟힌 사랑을 다시 깨닫고, 자신을 지키려다 아내를 잃어버린 편견에 빠졌음을 깨닫는 드라마이다. 사랑의 본질을 아주 세밀하게 나타내고 있다. 매 회마다 감동적으로 봤는데, 특히 아내가 언론인으로 언론을 통해 매도당했을 때, 남편 강태욱 변호사가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저는 제 아내의 남편으로서 아내가 욕을 먹고, 세상의 지탄거리로 손가락질당할 때 저는 아내곁에서 함께 손가락질을 당할 겁니다. 왜냐면, 제가 남편이니까요. 아내를 지키는 것이 제 몫이니까요”라고 말한 대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스도가 고난을 받고 모욕을 받을 때, 과연 함께 모욕을 받을 수 있는가? 그리스도의 이름이 짓밟힐 때 과연 함께 짓밟힐 수 있는가? 아내와 남편의 관계를 그렇게 깊게 설명하는 대목은 당시 처음이었다. 사랑은 추상명사다. 사람이 알기엔 경험과 학식으로 한계가 있다. 결국 성령의 감동과 은혜로서 하나님의 지혜로 깨달아야 깊은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매순간 도전해야할 하나님과 사람의 사랑관계일 것이다.
오늘은 강태욱 변호사가 마지막 변론으로서, 아내 고혜란을 억울한 인물로 보호했다. 그 대목이 뭉클했다. 누군가를 보호하고 대변하고 지킨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가능한 것이다. 방패가 사람의 몸을 막을 때는 방패의 얼굴을 내걸고 막아내는 것이다. 방패가 화살을 받아내지 않고 피한다면 방패로서 역할을 못한 것이다. 세상의 드라마이지만, 과연 울림의 묵시로 내게 다시 다가왔다.
“우연히 발생한 것으로 처리될 교통사고가 왜 사건이 되었을까요? 언론인으로 고혜란 앵커가 입찰비리를 폭로하면서 그 다음날 곧바로 사고가 사건이 되어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죄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각자의 앙심과 분노와 이해관계로 얽혀 모두 양심을 버리고, 진실에 눈을 감고서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고, 참과 거짓, 정의와 불의, 옳고 그름의 가치가 전복되면서 발생한 개인을 향한 인격적 살인입니다. 권력은 꾸몄고, 검찰은 동조했고, 복수에 눈먼 자는 거짓을 증언했고, 남편을 잃은 유족은 방조했고, 언론은 진실에 침묵했습니다.” (각색된 강태욱 변호사의 마지막 변론 취지)
이 대목은 미스티 14회 첫부분에 나온다. 마음이 전율하는 듯 했다. 과연 정의로움이 무엇이고, 불의를 용납해서는 안되는 것이 무엇이며, 사도들이 어떠한 심정으로 산헤드린 공회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지키려고 했던지, 뭔가 깊은 것이 느껴졌다. 이 드라마 보길 잘한 것 같다.
(드라마 칼럼 / 장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