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오늘 아침 내가 싸준 달팽이 상추잎속에 새끼 달팽이가 숨어 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 살 맛 나는 하루였다. 글쎄, 이틀전 집안 구석구석 보물 찾던 마음으로 화분속 흙더미, 나뭇잎과 작은 화분 구석까지 1시간 넘게 찾았으나 새끼 달팽이는 보이지 않았다. 덩치 큰 달팽이만 괜히 내 말의 핀잔을 받아야했다. 형이 동생 관리를 못했다는 그런 식이다. 큰 달팽이는 내 말귀를 알아들은지, 구석에 밀려나서 잔뜩 웅크려 있었다. 결국 흙더미 속에서 발견한 작은 곤충 사체(死體)를 발견하고서 ‘죽었구나’라고 결론을 내린 후, 식물이 달팽이의 놀이터는 될 수 있어도 먹을 거리는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식물을 사온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발생한 사건이다. 괜히 식물을 사왔나 싶기도 했으나, 살아남은 달팽이를 위해서 ‘놀이터’로 화분을 그대로 두고, 상추잎을 상추쌈처럼 돌돌돌 말아서 화분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침대처럼!! 그랬더니 그 침대속에 글쎄 작은 새끼 달팽이가 웅크리고 잠이 들었던 것이다. 죽었던 것으로 알았던 녀석이 그곳에 있으니 내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사 기대치 않았던 사건이 살아나서 끊어진 관계가 이어지고, 적이 친구가 되고, 증오가 사랑으로 되살아나면 그것이 바로 ‘봄’(春)이다. 나는 오늘 작은 봄을 만난 것이다.
큰 달팽이를 위해서도 상추쌈을 다시 만들어서 올려놓았다. 그랬더니 이 녀석은 무슨 재주라도 부리려는지 큰 나무줄기로 몸을 뻗더지 자신의 수십배가 넘는 나무위로 기어 올라간다. 마치 내가 어린 시절 감나무에 올라가듯 그러했다. 어찌나 빠르던지, 나에게 달팽이 속도는 항상 ‘빠름’이다. 느린 달팽이로 생각하고 잠시 딴 곳을 쳐다보면 달팽이는 없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달팽이는 기어이 나뭇잎위로 올라가서 히말리야 정상을 정복한 듯 더듬이를 맘껏 흔들면서 잠시 여유를 부리더니 줄기의 골짝으로 내려와서 그곳에 몸을 붙여 잠시 쉬었다. 달팽이는 내가 사는 방안 화분위에서 넉넉히 산을 정복하고 사람이 멀리 가야 할 수 있는 일들을 행한다. 대단한 집념의 곤충이다. 탐험대로서 손색이 없다.
화분 때문에 방이 비좁은 것이 현실이다. LG 공기 청정기를 틀어놓으면 그 바람이 화분의 식물에게는 강풍이 되어서 흔들리는 잎새 위에서 달팽이는 온 몸 찰싹 달라 붙는다. 살아남겠다고 꽉 붙드는 모습은 온 몸으로 나무줄기에 힘을 실는다. 인생과 거의 흡사하다. 삶은 언제나 격동이며, 환란이며, 풍파다. 2천년 전 예수님도 갈릴리 호수에 배를 띄워서 제자들과 함께 건너 편으로 간 적이 있었다. 성경에는 갈릴리 바다로 기록했으니, 그들에게는 갈릴 리가 마치 동해바다처럼 드넓고, 애착이 갔던 곳이다. 삶의 마당에서 갑자기 풍랑이 불었고, 그때 예수님은 배에 몸을 싣고 잠이 들었다. 제자들은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보려고 노를 붙잡거나 혹은 몸을 숨기면서 발버둥을 쳤으나, 예수님은 흔들리는 배에서 편안하게 안식을 취했다. 그때 제자들이 예수님을 급히 깨웠다. 그때 예수님의 말씀이 압권이다.
“진즉, 깨우지 않았냐? 알았다. 파도야, 바다야, 잔잔하렴!!”
얼마나 위대한 명령인가? 하나님의 방법은 사람의 차원과 다르다. 식물의 줄기가 너무 거세서 내가 리모콘으로 LG 공기청정기 바람을 줄이니 식물은 흔들리지 않았고 달팽이는 안심한 듯 다시 줄기 밑으로 내려갔다. 나의 하나님께서도 내 인생가운데 발생하는 모든 어려움의 환란을 향해 리모콘으로 조정해주시길 기도드렸다. 지구는 반드시 태양의 만유인력의 지배와 관심과 사랑으로 움직이듯이 지구속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과 인생의 삶은 태양과 우주를 창조한 하나님의 마음과 관심과 그 사랑으로 운행됨을 나는 믿는다. LG공기청정기도 리모콘이 있는데 하물며 이 세상 만물과 사회와 정치와 경제를 향한 리모콘이 하나님께 없을리 만무하다.
까페에서 기사를 작성하러 가는 길에 집앞 트럭에서 식물을 판다. 매우 귀엽고, 예쁘고, 달팽이의 안식처로 또한 적격이다. 앞서 샀던 화분은 달팽이에게 밀림같다. 놀이터로 너무 넓다보니 내가 종종 달팽이의 행방을 찾을 길 없어서 ‘실종당한 달팽이’과 시간 싸움을 벌여야 하니, 조금 작은 화분과 공기청정에도 탈월한 식물을 하나 더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잎새도 마치 토란처럼 길게 뻗어서 달팽이를 올려놓으면 잠시 운동겸 산책을 하다가 자신의 쉼터인 상추쌈으로 내려가서 안식을 얻으리라. 오늘은 죽은 줄 알았던 새끼 달팽이도 되살아나고, 기쁨충만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