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면 잠자던 달팽이는 더듬이를 활짝 펼쳐 비를 맞는다. ‘갑자기 흐린 날씨?’ 더듬더듬 배추잎 밑으로 몸을 움츠리는 그 녀석, 중랑천에서 흙 가득 퍼서 가져와 뿌리 배추 열 포기를 심었다. 내 책상위 배추상자는 달팽이를 위한 배추밭, 사각사각사각 파릇파릇파릇 달팽이는 배추잎에 구멍을 뚫고 배춧잎은 간지럼에 까르르르르 나의 배추밭엔 잠깐 비 내렸다가 달팽이를 위해 금새 저녁이 찾아온다.
/ 시인 장창훈 (20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