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학문은 현장속 경험에서
[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 / 장창훈]=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몇 있다. 하나는 쇼생크 탈출, 다른 하나는 에린 브로코 비치이다. 쇼생크 탈출은 팀 로빈스가 감옥에서 동굴을 뚫어, 지질학의 위대함으로 인내심의 결정을 보여준 실화 영화이다. 에린 브로코비치도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했는데, 주인공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변호사보다 더한 실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현장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있는 실력자로서 줄리아 로버츠는 “법률은 곧 마음”이라는 프레임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내 인생은 두 영화의 감동을 늘상 기억한다.
답은 곧 현장에 있다.
주인공은 현장속에 들어가 돼지를 치는 의뢰인의 일을 도우면서 사건 수임을 가져왔다. 아이 때문에 곤혹스러운 아주머니의 아이를 대신 돌보면서 의뢰인의 신뢰를 얻었다. 사건을 맡기고 맡기지 않고는 ‘진실성’에 있음을 넌지시 말해주는 것이다. 반면, 최고의 법률가로 자부하는 명성있는 여자 변호사는 돼지치는 의뢰인에게 전화로 “오세요”라고 했으나, 오지 않자, 현장에 갔다가 돼지 냄새 때문에 인상을 찌뿌린다. 결국 고객의 마음을 얻지 못하였다. 답은 곧 현장속에 있는 것이다.
다문화의 답은 다문화속에 있다. 내가 들었던 정지윤 명지대 교수님의 이야기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정지윤 교수님의 명강의는 바로 “다문화속에 자국민을 넣어야한다는 것이죠”라고 했던 그 문장이다. 돼지 가족의 소풍이야기처럼, 숫자를 세면 꼭 1명이 부족한 것은 자신을 빼고 계산해서다. 다문화는 곧 외국인이 내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문제이므로,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다문화 교육을 받아야하는데, 늘상 다문화 가족만 따로 교육을 받으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지윤 교수님은 현장에서 모든 문제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현장의 문제는 이론과 전혀 다를 때가 많다. 탁상공론(卓上空論)은 현장을 모르는 이론가들의 설명이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도, 그 법이 현실에 적용될 때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가 적용된다. 다문화 문제도 동일하다. 과연, 그 누가 다문화 가족의 미래를 제대로 논할 것 인가?
나는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그러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사회는 보다 아름다운 방향으로 진화될 것이다. 경험(經驗)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고유명사이다. 건물도 내 것이 될 때 비로소 가치가 발휘된다. 내 것과 남의 것은 확연히 다르다. 내 것은 곧 내가 겪은 것이다. 지식의 경험은 곧 현장에서 겪고 느낀 것이다. 언론의 전문용어로 말하면, 사실확인의 저널리즘이다. ‘사실의 확인’은 곧 언론인으로서 그 뉴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기능이다. 그처럼 현장에서 경험한 모든 지식과 정보는 그 누구도 가져갈 수가 없다. 경험은 본인만 알기 때문이다. 요즘 뜨는 드라마 스위치 세상을 바꿔라에서도 사기꾼 사도찬이 아무리 달변가여도, 검사 백준수의 경험은 알 수가 없다. 무늬는 흉내내도 경험은 알 수가 없다. 경험은 곧 소유권이 있어서 그렇다. 경험은 곧 현장에서 얻어지는 열매와 같다.
비내리는 오늘도 현장에서 사람들의 정보를 듣고 다문화 학문에 열정을 살아내는 정지윤 교수님의 소식을 들으면서, 과연 학문의 전문분야는 각각의 사명자가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모든 분야가 역시 그러할 것을 되새기면서, 나도 다문화에 포함되어 다문화 애호가(愛好家)가 점점점 되어감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