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수필 / 장창훈]=5월 3일 달팽이를 위해 집안에 꽃을 심었다. 예쁜 컵에 사는 달팽이에게 쾌적한 환경개선을 마련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중랑천에서 데려온 달팽이 가족들의 과식(過食) 사건으로 배추밭이 망가졌고, 이후 민달팽이 2마리와 몇몇 달팽이만 남겨놓고 달팽이 가족을 정리했었다. 민달팽이 2마리가 살고 있는 컵은 2~3일 마다 배추잎으로 먹을 것을 줬다. 오늘은 까페에 가는 길에 아름다운 꽃향기에 달팽이 생각이 났다. 지갑을 열고 기꺼이 지불했다. 달팽이에게 인연이 되는 꽃이 이렇게 내게 왔다.
꽃나무를 가지고 가는 길, 폭우가 갑자기 쏟아졌다. 빠른 걸음에 도착해 화분으로 만든 곳에 꽃나무를 심고, 달팽이들을 그곳으로 옮겼다. 밖에 나오니, 화창하다. 인생은 이렇게 맑거나, 흐리거나, 비오거나, 사인 곡선을 그리며 계곡처럼 우여곡절의 사연으로 흐르는 것이다. 달팽이에게 꽃나무가 심겨지듯 인생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행복하게 살다가, 훗날 영혼의 사람이 되어서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의 본질(本質)이다. 비가 내려도 인상 찌뿌릴 것 없고, 맑다고 느슨할 것도 없다. 오로지 지금 내가 당면한 과제를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이다. 달팽이는 달팽이로, 꽃나무는 꽃나무로, 사람은 사람으로 그 본분(本分)을 깨닫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꽃나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 그것이 행복의 꽃이다. 내가 달팽이를 위해 마음을 쓰는 것, 그것은 ‘감동’(感動)이다. 감동은 감정의 움직임을 말한다. 내가 마음이 움직여서 무엇인가 하려는 것, 그것은 아름다운 꽃이다. 꽃이 핀 것은 새로운 변화다. 꽃 화(花)에 변화할 화(化)가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새롭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꽃’이다. 날마다 지나다닌 그 길에 꽃을 파는 아저씨를 만나서 사서 가져오는 것, 그것은 변화의 시작이다. 달팽이가 꽃나무속으로 들어가자, 내 마음은 금새 흐뭇해졌다. 마음속에 행복의 꽃이 피는 것은 사소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달팽이는 내가 심은 꽃밭에서 하루의 삶을 살아가고, 나는 까페에서 글쓰는 삶을 살아간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많은 일들, 의미있는 사연들을 정리하고, 생각하고, 음미하면서 그렇게 오늘의 하루가 날씨처럼 흘러간다.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