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츠(suits) 4회
[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사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것, 그것은 정당한가? 2가지 장단점이 있다. 자연과 친화력은 공감능력, 관계성 등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인성(人性)은 사람과 친화력이며, 자연과 친화력도 포함된다. 반면, 사물을 사람보다 귀하게 대함으로 사람을 경시(輕視)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경시는 비교함으로 보다 못하게 보는 것이다. 돈을 사람보다 귀하게 본다면 그 또한 문제지만, 돈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사람의 몸은 피로 돌아가고 사회 시스템은 돈으로 돌아간다. 사회를 유지시키는 ‘생명력’이 돈에서 나오므로 돈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돈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여기에서 사람과 사물의 비교논리가 발생한다. 슈츠 4회에서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은밀하게 보여준다.
장독대 사건이다. 고연우 수습 변호사가 장독대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엄청난 클라이언트인데, 고연우 수습은 할머니 이야기를 우연히 털어놓게 된다. 그 이야기가 장독대 할머니의 마음을 심쿵하게 했고, 결국 계약서를 돌려보내는 상황까지 가게 만들었다. 늙어서 손자들과 어울려 놀고 싶은데 자신은 여전히 일에 메달려서 자식같은 장독대를 공장처럼 찍어내야하는 부당함에 모든 일을 손에서 놓고 싶은 것이다.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진 것이다. 수습의 책임이 결국 고연우 수습에게 돌아왔다.
장독대를 깨뜨리기. 묘수를 찾았다. 고연우 수습은 손자들과 자식들을 모두 불러서 장독대에 모여 놀게 한다. 손자들이 장독대 뚜껑에 자꾸 손이 가다가 툭 떨어뜨렸다. 보통 할머니들은 손자가 다쳤는지 그것부터 걱정하는데, 이 할머니는 장독대 뚜껑이 더 걱정된다. 장독대 뚜껑이 손자처럼 귀하고, 자식처럼 소중해서 그렇다.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살아가니 그런 것이다. 장독대 뚜껑 사건으로 할머니는 자식들과 사이가 결렬되고, 미국 법인 설립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는다. 자식들이 장독대를 사랑하고, 메주로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 일을 사랑하기까지 교육해야겠다는 것이다. 메주가 된장을 만드는 것을 부모가 자식을 낳는 것으로 믿는 할머니였던 것이다. 고연우 수습이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변호사로서 역할이 해결사임을 깨닫게 된다. 변명은 필요없다. 문제는 반드시 열쇠로 풀어야한다.
눈은 모든 것을 보아도 정작 자신은 못 본다.
참 오묘한 말이다. 맞는 말이지만, 사실은 맞지 않다. 눈이 왜 눈을 못보는가? 본다. 눈은 거울로 눈을 본다. 또한 눈은 사물을 보면서 그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본다. 이미 기능을 하고 있으니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유는 성경에 남의 눈에 티는 보면서 정작 자신의 눈에 들보는 못 본다는 말씀과 연결된다. 사랑을 말하면서 정작 자신의 사랑은 깨닫지 못하는 것, 남의 문제는 늘 해결하면서 정작 자신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것, 중도 제 머리는 못 깍는다는 속담처럼 그렇다. 눈은 모든 사물을 보면서 정작 자신은 못 본다는 것은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과 연결되며, 결국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풀어야한다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최강석 변호사는 이혼소송을 소송으로 해결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결국 해결책을 제시했다. 싸우지 않고 서로 해결하는 것,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사랑은 무엇인가? 상대측 변호사는 최강석 변호사가 검사시절 사귀었던 여친이었다. 정말로 긴 시간이 지나서 다시 만난 것이다. 서로 만나도 마음 섞지 않고, 말도 나누지 않는 그런 사이로 멀어진 두 남녀가 이혼소송으로 만난 것이다. 상대측 변호사가 말한다.
싸우면서 사랑하는 시간이어서 좋았어!!
참 멋진 표현이다. 싸움으로 사랑한다는 것, 사랑의 개념이 다르다. 사랑은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다. 서로 만나서 으르렁거리고, 의견이 충돌하면서도 어떤 사건을 놓고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는 모든 과정이 그 시간과 공간과 마음을 나누었으니, 함께 살아낸 것이고, 살았으니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사랑은 꼭 육체의 결합과 결혼의 형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밥을 먹는 것도 밥을 사랑하는 것이다. 왜냐면, 밥으로 살아가므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의 본질은 ‘살아감’에 있다. 생명이 곧 사랑의 근본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것들, 보는 것과 듣는 것과 말하는 것과 마시는 것과 먹는 것 모두 삶으로 살아가니, 곧 사랑하는 것이다. 슈츠 4회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