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18.5.11 A18면)
[서울교육방송 국제뉴스 / 장창훈]=93세 마하티르 前총리가 말레이시아에 대개혁을 선포했다. 한국의 박정희, 중국의 등소평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말레이시아의 고속성장, 추진력에 대한 ‘독재권력’으로 평가받는 마하티르가 다시 정권을 잡았다. 15년만에 정권에 복귀했고, 그가 키우고 권력을 물려준 후계자 나집 총리와 경쟁해 정권을 탈환해,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늙음의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
나는 나집 총리, 마하티르, 등소평, 박정희 등에 대해 잘 모른다.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역사의 서술로 아는 것이고, 그 시대를 살지 않고서 어찌 그들의 업적과 평가를 알 수가 있겠는가? 단지, 나는 촛불집회를 알고,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경제를 얼마나 망쳤는지 그것은 알고 있다. 말로 떠들어서 4대강이 살아날 수 없다는 것, 포장술의 정책으로는 국민경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알고 있다. 최소한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前대통령은 경제적 측면에서는 뭔가 특별했을 것이 분명하다. 군인 출신과 군인출신 아버지의 딸은 다른 것이다.
결국 돈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집 총리는 사실 미하티르가 키운 인물이다. 나집이 재무장관, 부총리 등을 거치면서 2009년 총리가 되도록 마하티르가 막후에서 힘을 보탰다. 그러나, 7000억원 국부가 나집 총리 개인개좌로 입금됐다는 부패 스캔들이 터졌고, 마하티르가 정계에 다시 나오게 된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 “굵은 베옷을 입은 자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는 정명석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있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굵은 베옷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 장례위원장을 상징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더 깊은 비유와 상징이 있겠지만, 나로서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본래 그 자리는 UN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사무총장의 것이었다. 故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가장 큰 업적은 2가지다. 하나는 행정수도 이전, 다른 하나는 반기문 사무총장이다. 해외 순방을 다니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반기문 사무총장이 UN사무총장에 당선될 수 있도록 아프리카 대통령들에게 표를 호소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자살하고, 누군가 장례식 위원장을 맡아야 했다. 그때 1순위가 반기문 사무총장이었고, 진보 진영에서는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장례위원장은커녕 그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故노무현 대통령의 친구요,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굵은 베옷을 입었고, 이후 10년간 슬픔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슬픈 베옷을 입은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나님은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눈물과 고통과 통곡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마하티르 역시 그가 숙청하듯 정적으로 가둔 안와르와 다시 손을 잡고, 자신이 후계자로 키운 인물과 경쟁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슬픈 사연이 있을 것이다. 안와르는 마하티르와 나집이 집권하던 그 시절에 지금까지도 감옥에서 슬픈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하니, 인생의 사연은 어떻게 풀릴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 같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은 안전하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하다. 단적으로 前정권과 前前 정권의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았고, 현재 권력도 드루킹 사건 등등 불안하다. 그러나, 남과 북이 만나서 평화를 약속하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은 분명한 업적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일본 식민지 치하를 거론하면서 이를 부득부득 간다. 독립문이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상징해서 세웠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독립문은 청나라 사절단을 맞이하던 곳에 서재필이 세운 것이다. 독립문의 상징은 곧 중국으로부터 독립이다. 일본은 40년 한반도를 지배했고, 중국은 2천년 한반도를 지배했다. 중국 시진핑은 북한을 지금까지 실효적으로 다스리고 있다. 결국, 한반도의 문제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당사자들이 어떻게 해결하느냐로 그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중국도, 미국도, 일본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제 3자이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인생은 결국 늙고 죽는다. 진정한 늙음은 썩고 부패한 정신이다. 마하티르는 93세에 정권을 탈환했고, 80세 갈렙은 “저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면서, 적군의 철병거가 밀집한 예루살렘를 지목했다. 인생은 생각이 늙고, 권태에 빠지면, 젊어도 늙은 것이다. 태양처럼 맑고, 진취적이고, 힘든 일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렇게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관리하면서 날마다 꾸준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젊음일 것이다. 늙음은 정지된 것이고, 썩은 것이다. 젊음은 변화와 새로움이다. 나이와 전혀 상관없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내 삶속에서 새로움에 도전한다. 슬픔과 아픔의 옷을 인내로서 거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