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와 유방은 1:1로 붙으면 게임이 안된다. 항우는 성격이 황소같아서 맘에 들지 않으면 현장에서 칼로 죽여버린다. 지금 태어났다면 ‘연쇄 살인마’의 호칭을 달았을 것인데, 전쟁이 난무했던 시대였으니 항우같은 인물이 영웅 대접을 받았다. 항량은 항우의 삼촌이다.
항량이 전투중에 죽었다. 진나라 장군 장한이 초나라 봉기군을 격파하고, 그 전쟁에서 항량이 죽었다. 초나라 왕은 새로운 봉기군을 규합해서 사령관으로 ‘송의’를 임명하고, 범증과 항우를 각각 부사령관으로 임명했다. 항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항량과 함께 봉기군을 일으켜서 초나라 왕을 영입한 것인데, 항량이 죽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꿰 찼으니,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초나라 왕이 항우에게 사령관을 맡기지 않은 이유는 황소같은 성격 때문이다.
조나라 왕 헐(歇)이 진나라 군대에 포위를 당했고, 초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했다. 이에 송의는 군대를 끌고서 거록에 도착했으나 지원병을 보낼 생각은 안하고, 40일동안 관망만 한다.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비까지 내리는데, 송의는 아들 송양(宋襄)을 제나라와 MOU체결식에 보내면서, 성대한 축하 파티를 개최한다. 항우는 송의를 사령관으로 인정할 수가 없었다. 익일(翌日), 항우는 사령관의 막사에 들어가서 칼로 목을 벤다.
항우 曰, “회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송의는 회왕의 명령으로 목이 잘렸다. 모두 나를 따르라”
전군 전투태세를 갖췄고, 3일치 식량만 배낭에 담고서 모두 버렸다.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하겠다는 결단의 각오다. 거록을 포위한 진나라 장수는 왕리(王離). 왕리의 할아버지 왕전은 항우의 할아버지 항연을 죽인 바 있다. 시대를 넘어서 손자끼리 다시 붙게 된 것이다. 목숨을 건 항우의 군대는 진나라 군대를 초전박살을 냈다. 승리는 항우의 것.
초나라 왕은 조나라 구원병을 보내면서, 항우가 송의를 죽이고 사령관이 되었다는 뉴스를 듣고서, 생각이 깊어진다. 초나라 왕은 유방을 불러서 진나라 관중에 먼저 들어갈 수 있도록 군대를 파병한다. ‘관중에 맨 먼저 들어가는 자가 관중의 왕이 된다’는 공고문을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항우가 관중의 왕이 되면, 제2의 진시황제가 탄생하는 것이어서,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유방은 친화력으로 진나라 성을 점령했다. 전쟁을 하지 않고서 평화사절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점령해 나갔다. 항복을 하고 문을 열면 그 성주가 계속 성주가 되게 한 것이다. 역이기(酈食其)가 참모로서 ‘합종책과 연횡론’의 전술을 구사했다. 역이기가 먼저 적진속에 들어가서 인맥을 통해 성주를 만나서 MOU 협약을 이끌어낸 것이다.
왕리를 사로잡은 항우는 진나라 장한의 군대와 대치하고 있었다. 왕리의 패전소식에 진나라 호해는 엄청난 문책(問責)을 보내왔다. 이에 장한 사령관은 걱정이 태산, 부하 장사(長史) 흔(欣)을 함양으로 보내서 정보를 알아오게 한다. 환관 조고는 장사 흔을 만나주지 않다가, 오히려 죽이려고 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장사 흔이 장한 장군에게 돌아와서 사실을 말하니, 방법은 딱 하나. 항복밖에 없다. 전쟁에 이기면 이겼다고 조고가 장한을 죽일 것이고, 전쟁에 지면 적군에게 죽거나 패전책임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진나라 장한 사령관은 싸울 명분이 없자, 항우에게 항복한다. 항우는 20만명의 진나라 군대를 고수란히 얻게 된다. 항우는 장사흔에게 진나라 군대 20만명을 거느리게 한다.
유방은 성문을 열면서 관중을 향해 달려갔고, 항우는 70만명의 군대를 얻고서 진나라 관중을 향해 가고 있었다. 빠르기는 유방이 훨씬 빨랐으나, 그는 군대가 역부족이었다. 항우는 늦었으나 70만대군이 있었다. 초나라 왕은 ‘관중에 먼저 들어간 자가 관중의 왕이 된다’라고 약속했고, 유방과 항우의 달리기 경주는 막상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