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 보도국장]=한중무역박람회에서 최고 인기있는 예술인을 1명 꼽으라면, 김경선 도예가이다. 도자기의 혼을 담은 그의 작품은 평범하게 진열되어 있는데, 알아보는 사람들은 그 값을 지불하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른다. 조금만 기울이면 금방 알 수 있다. 모든 제품들이 제각각이다. 수공예품이라서 그렇다. 공장에서 틀로 찍은 것은 모든 모양이 같다. ‘신의 손’이 된 사람은 모든 면에서 다르다. 특히, 말에서 차이가 난다.
다른 어떤 행사에서 도자기 굽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도예가들은 작품만 보여주고, 침묵했다. 무슨 말을 해줘야, 내가 기사를 쓸 것인데, 그들은 사진만 촬영하고, 명함만 주고, 도록을 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그때 그 도예가들은 도록을 중심으로 기사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반면, 김경선 도예가는 달랐다. 행위로서 말을 하는 그의 발물레 도화병 나눔 행사는 수천명의 시민들에게 도예의 씨앗을 나눠준 것이고, ‘도예 예술의 전통’을 선물한 것이다.
게다가, 그와 인터뷰한 시간은 3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3일동안 거의 1시간 동안 새로운 주제로 말을 풀어냈다. 발물레가 돌아가듯이 도자기와 얽힌 그의 사연들은 37년의 세월처럼 길었다. 구불구불 풀어가는 그의 도예 인생은 마치 달항아리 속을 보는 것 같았다.
그가 내게 말했다.
“저 달항아리 속을 본 적 있나요? 밖에서 보면 하나의 완벽한 저 달항아리도, 사실은 2개가 붙어 있어요, 모든 사람과 사건에서 그 내면을 볼 줄 알아야해요.. 2개의 도자기를 붙여서 만든 것이 달항아리예요. 옛날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가 모두 그렇게 제작되었어요. 저렇게 큰 달항아리는 한번에 제작할 수가 없거든요.”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성큼성큼 달항아리 쪽으로 걸어갔다. 속을 보니, 거칠게 붙인 장면이 훤히 보였다. 감쪽 같다. 밖에서 보면 완벽한 달항아리가 속에서는 붙어 있다니,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보여지는 면과 안 보이는 면은 이렇게 다르다. 통찰력을 가진 전문가는 모든 것을 관통하여 볼 줄 알아야한다.
그 달항아리처럼, 김경선 도예가는 시민들과 붙임성이 좋았다. 모두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일 것이다. 시민들은 단지 ‘도화병 때문에’ 발길을 멈췄고, 김경선 도예가는 발길을 멈춘 그 시민 때문에 발물레의 속도가 붙고, 그렇게 만들어진 도화병을 건네는 순간, 예술이 이어진다.
그가 내게 말했다.
“인생은 구불구불 살아가야죠. 볼품 없어 보여도, 바위틈에서 구불구불 자란 소나무는 훗날 왕같은 분재가 되어서 사람들이 우러러 봅니다. 길쭉한 소나무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이죠”
‘구불구불한 분재 소나무’ 이야기가 달항아리 사연처럼 깊은 감동으로 내게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