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장창훈]=나는 드라마를 상당히 좋아한다. TV는 바보상자라고 하는데, 내겐 아니다. 나는 TV 드라마를 통해 글쓰기 습작훈련을 했다. 예술가들이 홀로 있을 때 수백번, 수천번 도자기를 돌리면서 그 형태만들기에 몰입해 도공전문가가 되듯이, 나는 1시간 동안 드라마에 몰입하고, 30분만에 칼럼 쓰기 훈련을 했다. 1시간 30분이면, 드라마 칼럼이 반드시 나와야한다. 그 훈련을 수년동안 반복하다보니, 그 어느날 글쓰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방법을 알고서 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좋아서, 내가 재밌게 본 그 드라마에 대해 쓰고싶어서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는 사람을 드라마처럼 들여다본다. 한중무역박람회에 참여했다. 거기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사연을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 “무인도의 여행”을 방불케 하는 ‘시골 어느 외딴 곳에서 현대문명으로 살아내기’를 들려주던 이휴식 대표만 해도, 세련된 넥타이 회사 대표로서 살아가는 기업인이다. 도전하고, 탐험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을 개발해서 가족의 여행지로 바꾼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1편의 드라마가 훌쩍 끝났다. 이렇게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또 어디에 있을까? 참 묘하게도 드라마를 볼 때마다 습관적으로 노트에 기록하던 버릇이 사람을 만날 때도 나는 글쩍글쩍 흔적을 남기고, 집에 돌아오면 그 글을 통해서 하루를 들여다본다. 그렇게 12년을 하다보니, 기계공학과 공돌이 출신으로 저널리스트 직업에 나름대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미숙 대표도 종이예술의 달인이다. 말을 들어보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언어는 견고한 바위같아서, 질문을 던졌을 때 바로 반응이 나온다. 반면, 질문에 묵묵부답일 경우, 이론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경험주의자이다. 정미숙 대표는 자격증만 30개가 넘는다. 자격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분야에 열정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종이만 보면 쓰고 싶은 작가다. 정미숙 대표는 종이만 보면 접고 싶은 종이예술가이다. 정확히 ‘종이공예’라고 불린다.
진열된 종이공예품이 내 눈에는 모두 동일하게 보였다. 수백개는 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종이재질을 설명하는데, 일본종이, 중국종이, 한지, 냅킨 등등 재질의 특성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끝없이 설명했다. 실제로 손으로 만들어서 예술가로서 자긍심이 대단했다.
언론은 ‘들어주는 직업’이다. 과부하로 머리가 터지지 않는 이상, 나는 항상 듣는 자세로 낮아진다. 계속 듣다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사연이 흘러나온다. 나는 그것을 ‘텍스트’(text)라고 정의한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이다. 형식의 정보가 있고, 내면의 정보가 있다. 나는 내면의 정보를 들을 때마다, 이 사회가 아직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이번 한중무역박람회 다문화 국제팀을 취재하면서 내린 결론이다.
소통의 시대가 되었다. 소통(疏通)은 무엇인가? 소통은 ‘나와 너의 연결’이다. 소통의 다른 말은 ‘나눔’이다. 나눔은 무엇인가? 나눔은 바로 ‘분배’다. 내 것을 상대에게 주는 것이 ‘나눔의 본질’이다. 경제적 이해관계와는 별개의 문제다. 내 것을 상대에게 주기 때문에 ‘내 것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반면, 나눔이 실행되면, 그 사람과 연결되면서 울타리가 넓어지고, 마음은 배(倍)로 행복해진다.
이번 다문화 국제팀은 한중무역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재능을 통해서 6일동안 서울시민들과 소통하고, 자주 물물교환을 하듯이 서로의 것을 나눠주고, 고급 정보도 교류하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서울교육방송도 언론의 재능으로서 다문화 국제팀과 함께 함으로 ‘작은 지구촌 공동체’를 느끼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