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나는 지금 책상에 앉아 어제를 회상한다. 6월 9일 국제평화축구대회가 열린 월명동은 더웠고, 시원했고, 배고팠고, 배불렀고, 평화로웠다. 월명동 가득 월명동 그 사람의 축구중계 음성이 하루종일 울려 퍼졌다. 행복했다. 나는 달팽이처럼 가방을 메고 야심작에 있다가 북편 돌조경에 있다가, 기도동산에 있다가, 연회장 굴속에 있다가, 잔디밭에 있다가….. 하루를 평화롭게 보냈다.
20년 전, 그 어느날 체육대회를 보는 듯…. 오버럽되는 장면속에서 “7번 7번 7번” 외치는 청중의 모습에서 나는 추억과 현실의 중첩현상을 경험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월명동의 배경과 정명석 목사님의 축구 스타일과 청중을 향한 친화력이다.
그는 우리와 더 가까이 올 수 없는 거리로 함께 하셨다. ‘가까이 할 수 없는 당신’으로 지난해까지 존재하셨던 그가 이제는 가까이할 수 있는 존재로 완전히 바뀐 것, 청중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축구선수들도 ‘평화와 화목’의 울타리속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뽐냈다. 누군가 넘어지면, 언제나 들려오는 방송은 “고의적 몸싸움은 아닌 것 같다”라는 메시지다. 위험한 충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은 선수와 선수를 빠르게 오가며, 긴 포물선을 형성하면서 “슛 골인”으로 청중을 흥분시킨다.
“평화”는 무엇인가? ‘진정한 평화’는 무엇인가? 지난 5월 미국과 북한이 ‘말의 전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던 사건이 생각났다. 그때 문재인 대통령은 이쪽과 저쪽을 오고가면서 중재했다. ‘기자회견’으로 긴박하게 양쪽을 조율함으로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됐다.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2차로 열린 것은 누구도 알지 못했었다. 그처럼, 국제평화축구대회에서 양팀 모두를 응원하고, 이팀 저팀 함께 뛰는 모습은 화목과 평화의 움직임이었다. (평화(平和)의 한자뜻은 모두의 화목이다.)
게다가 선수들과 선수를 둘러싼 청중과 함께 하시는 모습은 축구 중계방송으로 성취되었다.
“오늘은 축구하기에 정말 좋은 날씨죠. 야심작쪽과 북편돌조경쪽 양팀이 나뉘어서, 말하는 순간 길게 드로잉을 합니다. 툭툭툭, 패스하고 쭉 찔러줬다가 내려와서 옥신각신, 그러나 둘 다 실패해서 공을 쫓아가는 선수들….” 생동감넘치는 축구중계가 펼쳐질 때, 국제평화축구대회 분위기는 확 살았다. ‘말’은 이처럼 모든 것을 살리는 생명력이 있다.
바위속 그늘에 앉아 멀리서 바라본 축구경기는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협력의 진정성’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그가 10걸음만 움직이면 바로 골대앞인데, 그는 공을 뒤로 툭 패스한다. 공을 받은 선수가 골대쪽으로 길게 넘기더니 순간 헤딩 슛, 골인이다. 어시스트로 경기가 대부분 풀렸다. 그는 어시스트를 ‘볼 분배’라고 표현했다. ‘우리의 팀’을 위한 협력의 가치가 분명히 설교처럼 전해졌다. 개회사에서 “운동을 통해 하나님께서 교훈을 주시고, 깨닫게 하신다”라는 말씀이 이뤄지는 순간들이다.
불볕의 청중들을 위해, 다양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최고의 배려는 시원한 바람인데, 그 바람은 하나님께서 경기 중간중간 불어오게 하셨고, 1경기가 끝날 때마다 운동장을 누비고 다닌 2대의 물트럭과 물호스와 작은 물뿌리개가 ‘기화열에 의한 냉기 발산’의 효과를 발휘했다. 물을 뿌리면, 증발될 때까지 주변은 시원해지는 자연현상을 활용해 물트럭이 운동장에 물을 뿌렸다.
성경에 등장하는 오병이어 기적은 들판에 모였던 5천명의 청중들에게 예수님이 떡을 배불리 먹도록 나눠줬다는 기적인데, 그것은 비유와 상징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로 실체의 오병이어 기적이 일어났다. 쭈쭈바가 모인 모든 청중들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나는 심쿵 쭈쭈바를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저렴한 가격에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팔았다. 길게 줄이 늘어섰는데 10분 정도 기다려 금방 식사가 펼쳐졌다. 맛은 천하제일!!! 운동장에 전국 팀들의 경기가 펼쳐지듯, 청중들의 각종 애로사항들이 해결된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북편 돌조경에 앉아 월명동 전체를 내려다보는 그 모습은 하나님 의자의 등받이 바위 ‘피카소 돌’이 명확하듯, 하늘에는 구름기둥으로, 땅에는 청중구름으로 모두가 화목하는 국제평화축구대회였다. 동화속 풍경을 보는 듯 하다. 땅밑에서는 낙타바위가 출현해 1997년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이제 하늘에는 ‘전설의 새’ 파랑새가 출현해 우리를 또한 깜짝 놀라게한다. 신비하고 오묘한 월명동이다.
잔디밭 좌측에서는 아이들이 라면박스를 엉덩이에 깔고서 비탈 미끄럼 대회를 하면서 까르르르 행복하고, 냉이와 쑥을 캐는 어떤 어머니, 돌조경속에서 들려오는 청중의 함성들, 나는 닭강정을 사서 폭포수 밑에서 시원한 오후를 즐기는 ‘맛의 천국’도 이뤘다. 팔각정 연못에는 배를 노젓는 가족과 친구들의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골짝골짝 아름다운 월명동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에, 이미 사연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국제평화축구대회를 하나님과 함께 해낸, 6월 9일, 나도 그 속에 있었음을 진정 감사히 기도한다. 이제 국제평화의 운명을 가로짓는 운명적 사건이 이틀 남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명자와 그 청중이 폭염에 물을 뿌리듯 평화의 사건을 펼쳤으니, 하나님께서 정녕코 행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