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칼럼]=같이 살래요 드라마는 ‘사랑의 근본’에 대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애로틱한, 혹은 선정적인 자극의 사랑이 판을 치는 요즘, 사랑의 본질은 그렇지 않음을 따뜻한 스케치로 펼쳐준다. 박효섭과 이미연의 황혼 재혼, 박유하와 정은태의 재혼, 박선하와 차경수의 연상연하, 박재형과 연다연의 동창커플 충분히 현실에서 가능한 조합이다.
박효섭과 이미연도 본래 첫사랑이었는데, 우여곡절로 서로 헤어졌다가, 이미연은 돈많은 갑부로 나타났고, 박효섭은 그저 좋아하는 옛 남친으로 등장한다. 거기에 ‘돈문제’가 걸린다. 박효섭은 돈문제와 별개로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는 않다. 박효섭과 이미연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동거부터 시작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재산문제가 걸리니, 살다가 좋으면 결혼하자는 주의다. 서로 맞지 않으면 헤어지기도 쉽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침대와 바닥으로 서로 옥신각신 갈등한다. 이미연은 침대가 좋다고 하고, 박효섭은 바닥이 좋다고 한다. 이는 상징성이다. 침대의 안락함과 바닥의 딱딱함이 서로 어울어져 살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내를 잃고 독신생활을 너무 오랫동안 해온 박효섭은 누군가 함께 있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같이 사는 것이다. 같이 살면,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을 증명하는 것은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은 어떤 말이나, 감정이나, 선물이나, 업적이 아니다. 같이 사는 것이다.
같이 사는 것은 내가 가는 것, 그가 오는 것, 2가지 방법이 있다. 박효섭이 이미연의 집으로 들어가서 사는 것만 생각했지만, 이미연이 자신의 처지를 벗어나서, 비좁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게 가서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좋으면 함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곧 사랑이다. 사랑은 어떤 격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 무엇을 해도 사랑해서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박유하와 정은태 커플도 사랑의 본질을 은은하게 말해준다. 정은태에게 선을 보는 자리가 들어왔다. 정은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분명히 호언장담했는데, 누나가 계속 나가자고 한다. 박유하에게 정은태의 선보는 이야기가 들어갔다. 정은태는 박유하를 찾아가서 “어쩔 수 없는 자리인데,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께요”라고 말하자, 박유하는 “그렇다면 가요”라고 말하고, 가버린다. 말로는 가라는 것인데, 속뜻은 가지 말라는 것이다.
정은태가 선을 보러 간 것을 알게 된 박유하는 급히 정은태에게 전화를 걸어서, “거기 멈춰요. 가지 말아요”라고 말한다. 사랑의 고백이다. 가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이 가겠다고 한다. 사랑은 이처럼 가는 것이다. 오는 것이다. 그렇게 만나는 것이다. 사랑은 곧 모든 모양의 만남이다. 내가 가든, 그가 오든 그렇게 만나는 것이다. 정은태가 말한다. “내가 갈테니, 거기서 꼼짝말고 기다리라고”
한편, 최문식은 어머니의 사랑을 잘 알지 못하여, 약간 삐딱하게 모든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가 진 빚을 갚겠다고 증여받은 주식을 모두 매도하려고 했다. 이미연은 그것을 알고서 특약사항 위반으로 증여취소 통보를 내린다. 사랑의 매를 든 것이다. 사랑은 중여를 하는 것, 증여를 취소하는 것, 모두 해당된다. 사랑하니까 자식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이 잘되길 바란다. 그런데 자식은 부모가 무조건 잘 대해주는 것만을 사랑으로 인식한다. 사랑은 그렇지 않다. 사랑은 살아가는 것이라서, 자식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랑이다. 자식이 잘못 살고 있는데 거기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망치는 일이다. 사랑한다면, 잘못 가고 있는 자식을 거기서 빼내야하고, 매를 들어서 방향을 바로 잡아야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