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내가 소속된 어떤 사회단체 서울지역회 모임에서 훈훈한 소식을 알려왔다. 아이스 군고구마 사연이다. 운동할 때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 미리 준비했는데, 어제 모든 선수들이 맛있게 먹고, 인기만점이라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다른 취재가 있어서 그 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했는데, 소식만 들어도 ‘시원한 군고구마’ 맛이 느껴졌다.
소식(消息)은 숨쉬기같은 사소한 삶의 이야기를 말한다. 안녕하세요는 편안했는지 안부를 묻는 것이다. 어떤 특별한 정보가 아니어도, ‘잘 지낸다’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간혹 전해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따뜻한지, 오늘 다시 깨닫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편지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경험칙으로 나왔던 격언이다. 지금은 의미로 연결된 인터넷 시대여서 신경조직처럼 자주 소식을 말하는 것이 아름다운 일이다. 자주 말하면, 친해진다. 친(親)에 볼 견(見)이 있듯이, 자주 보고, 자주 말하고, 자주 반응하면 그것으로 연결된다.
니클라스 루만의 기능주의 체계이론에 따르면, 소통은 ‘전달과 반응’으로 구성된다. 1개의 소통은 전달과 반응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마치 분자는 원자와 전자로 구성된다는 이론과 같다. 전달과 반응이 무한적으로 반복되면, 그 조직은 살아있는 조직으로 해석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옷깃이 스친 그 순간, 그것을 시작으로 서로 말하고, 또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옷깃의 인연이 연분이 되었을 때, 그 말이 실제가 된다. 옷깃 자체가 인연일 수 없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면, 백화점에서 옷을 판매하는 매니져는 날마다 인연의 축복을 받겠지만, 실상 그렇지 못하다.
내게 고향에서 엄마가 가끔 전화가 오신다. 어떤 특별한 말을 하지 않으신다.
“아들아!! 보고싶어서 전화했어. 어찌 지내냐?”
그때마다 나는 “잘 지내요. 엄마는요?”
우리의 대화는 늘상 이렇다. 어떤 정보를 전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묻고 대답하고, 그렇게 몇분이 흐르면 옛날 하우스하던 시절 이야기도 넌지시 꺼내고, 힘들었던 사연도 살짝 말하고, 동생 안부도 묻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금새 내 마음은 봄이 되고, 향긋한 쑥냄새가 난다.
살아있다는 것은 신경(神經)으로 연결된 것이다. 같이 살래요 드라마에서 정은태가 박유하에게 “사랑하니까 자꾸 신경이 쓰이죠”라고 했다. 사랑하면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신경이 쓰이면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곧 살아있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서로 신경이 쓰이면 서로 연결된 것이다. 신경은 유기체의 조직으로만 연결될 수도 있고, 생각의 의미로서 서로 연결될 수도 있다. 신경은 결국 느낌이다. 생각의 느낌으로 서로 연결되면 그것도 ‘신경조직’의 연결로 봐야한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은 자주 만나고, 자주 말하고, 자주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오늘 아이스 군고구마 소식을 들으면서, 이런저런 소식이 자주 전해지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