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교육칼럼]=배움은 약수와 같다. 배우지 않음은 약수를 마시지 않음과 같다. 날마다 많은 것을 그로부터 배운다. 흙과 물과 바람의 이치를 특히 배웠다. 참으로 신묘했고, 사람은 자신의 신체 특징을 알고, 건물주는 모든 방을 알 듯, 그는 월명동 구석구석 설계도를 상세히 알고, 설명하셨다.
유럽이나 미국은 건축가에 따라 건물가격이 평가되고, 한국은 건축가보다 시공사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결정되는 ‘건물문화의 차이’로 인해서, 설계가의 가치가 보다 낮다. 건물이나 아파트나 작품은 결국 작가의 구상이 핵심이다. 설계도가 없으면 결코 아파트가 만들어질 수가 없다. 시공사는 심부름꾼이고, 건축가(설계가)가 건물의 머리 역할이다. 삽보다 삽질하는 사람의 가치가 훨씬 높듯, 건축가의 설계가 시공하는 일꾼보다 그 가치가 높다. 일하는 일꾼은 설계도에 따라 일하기때문이다.
◆ 잔디밭 자연음향시설
잔디밭의 자연음향시설에 대한 설명은 소름이 돋듯 신묘했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눈에 보이니 상식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 위로 흐른다는 그의 설명앞에 나는 ‘배움의 무릎’을 탁 꿇고 만년필은 쉴 틈 없이 적기 시작했다. 물은 아래로!! 말은 위로!! 말은 공기의 매체를 타고 340m/s(초속 340m)로 이동한다는 것은 과학시간에 늘 배웠던 이론지식인데, 말이 바람을 타고 위로 흐른다는 설명은 잔디밭에 설계된 자연음향시설의 설계도를 보는 듯 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른다. 기압(氣壓)은 공기압력이다. 수압(水壓)은 물의 압력이다. 바다 밑 해저에 사는 물고기들은 납작하다. 수면에서 해저까지 물의 무게를 견뎌야하니, 세로형 물고기가 된 것이다. 그처럼 바닥은 공기압력이 가장 높고 위로 올라갈수록 압력은 낮아진다. 땅에서 하늘로 바람이 올라가는 이유는 땅의 압력이 더 높아서다. 그처럼 잔디밭 약수샘이 잔디밭 위보다 지대가 낮아서 잔디밭 밑이 고기압이고,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점 저기압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 약수샘에 모이고, 말은 밑에서 위쪽으로 흘러서 산을 넘어간다. 자연음향시설이 이렇게 만들어졌는데, 소나무 가지가 울창하게 뻗어서 말이 흘러가는 것을 막다보니, 자연음향시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 위 설명은 정명석 목사님이 건축가로서 월명동 잔디밭 작품을 설명한 내용을 중심으로 편집한 글입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