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칼럼]=미스터 선샤인 3회는 ‘혼돈의 격변기’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하고, 치명적 손실이 발생하는지, 그러한 위험을 기회로 살아가는 각종 인생들의 천태만상이 드러난다. 과연 이 시대도 그러한가? 미스터 션샤인의 연출기법중 하나는 배우들의 생각이 대사로 처리되는 것이다. 나래이션 기법이 적용되면서, 고애신(김태리)은 늘 자주 질문한다.
“적인가? 동지인가?”
유진(이병헌)은 조선인으로서 미국인이다. 사상은 미국인, 피는 조선인, 만약 조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한다면, 그것은 조선의 멸망일 것이다. 유진의 철학이다. 조선이 유진을 버렸고, 조선의 귀족이 유진의 부모를 죽였기 때문이다. 노비로서 미국을 상징한다. 조선은 미국을 미리견(쌀을 파는 오랑캐)으로 노비취급을 했으나, 미국이 조선을 강압한다.
백정의 자식은 백정이고, 노비의 자식도 노비다. 조선시대에 존재하였던 계급사회, 물론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로서 경제적 계급주의가 존재한다. 정치적 계급은 사라졌다. 조선시대에는 법으로서 노비는 노비, 천민은 천민이었다. 지금은 그런 사회는 아니다. 다문화 가정도 사회적 복지 혜택을 받을지라도 법을 통해 기본적 권리는 보장받는다. 백정의 신분을 대변하는 인물은 구동매이다. 백정의 자식으로서 부모가 죽는 것을 현장에서 목도하고, 어머니가 강간범인 양인을 죽였으나, 그것으로 오히려 어머니가 몰매를 맞는 사회적 부조리를 겪으면서, 조선의 멸망을 이미 예견한다.
유진(이병헌)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 노리개를 따라 원수에게 갈까?
** 사발을 따라 은인에게 갈까?
사람은 무엇을 보느냐로 마음과 사상과 길이 달라진다. 유진은 미국 장교로서 이미 성공했다. 미국 장교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준 도공(陶工)은 잊을 수가 없다. 기억의 강물이 흐르는 내도록 유진은 그 도공을 생각했고, 사발을 따라 그 은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러나, 도공을 만나서 목숨을 간절히 요청하였던 그때, 버려짐의 도망길은 그 양반 때문이다. 원수는 언제나 원수의 노리개로 생각났다. 양반집 며느리의 소유였던 패물이 곧 노리개였다. 노리개를 볼 때마다 어머니의 죽음이 떠올랐고, 원수에게 가서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유진은 늘 2가지 갈림길에서 망설인다.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그날밤 그대에게 들킨 것이 나의 낭만이었으니…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안에 있을 뿐”
– 애신의 대사
애신은 그날밤, 같은 표적을 겨눈 유진의 정체가 낭만적이다. 총을 겨눈 그 살벌함이 낭만으로 여겨지는 것은 ‘같은 방향’을 향해서이다. 동지(同志)다. 같은 뜻을 가졌다는 것은 같은 마음으로 서로 통한 것이다. 志는 선비 사(士)와 마음 심(心)이 합쳐져서, 선비의 마음은 뜻이다로 해석하지만, 士는 之의 변형이다. 志(지)는 之心으로, 마음이 가는 방향이다. 뜻은 곧 마음이 가는 곳이다. 사람이 가는 방향이 있듯이, 마음도 향하는 방향이 있다. 애신은 조선의 변화, 조선의 새로움을 향한다. 같은 표적을 겨누었으니, 유진도 조선의 변화, 조선의 애국을 원하는 줄 알았으나, 유진은 ‘조선의 멸망’을 바랬다. 서로 동지가 될 수 없는 위치였다. 애신은 조선의 명문귀족이요, 유진은 조선의 천한 노비출신이니, 둘은 양립할 수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
애신이 유진에게 묻는다.
“LOVE(러브)가 무엇이요”
“그것은 총보다 어렵고, 위험하고, 뜨거워야 하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요?”
“또한 그것은 혼자서는 불가능하오”
“둘이서 해야한다면, 나는 그대와 하고싶소”
얼마나 낭만적인 대화인가? 러브의 뜻을 알지 못하여 단어 뜻을 물으면서 잔잔히 형성되는 사랑의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