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5회에서 정혼자 희성과 애신이 만났다. 애신이 기다린 정혼자 희성의 모습은 비겁하고 쓸모없는 약골이었는데, 과연 꽃을 들고 나타난 희성의 모습에 그러함을 확인한다. 희성은 부자의 상징인물이고, 애신은 귀족과 명예의 상징인물이다. 부자들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희성은 일본에 붙어서 살아갈 유학생으로서 복선을 깔고 있다. 정혼자는 개화사상이 퍼지지 않았다면 정혼을 하였을 것인데,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이다.
애신은 총을 잡았고, 희성은 꽃을 들었다. “그대는 꽃과 같소”라고 희성이 말하였으나, 그 내면을 알지 못하는 우매한 소리에 불과하다. 애신이 꽃과 같기를 바랄 뿐, 조선은 꽃이 아니다. 중국의 청이, 러시아가, 미국이, 일본이 꽃을 꺽기 위해서 침략하였고,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도 시해가 되었으니 참으로 비참한 조선의 운명이다. 그래서 애신은 꽃 대신에 총을 든 것이다.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지 못하므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애신의 선택은 곧 의병의 일어남을 상징한다.
“10년을 기다렸소. 5년이 지나자 추문이 담을 넘었고, 할아버지는 걱정했고, 어머니는 욕을 했소”
“그대는 무엇을 했소”
“나는 실망했소”
(애신과 희성의 대화)
10년만에 나타난 정혼자를 향해 정중하게 약혼을 물리려는 애신의 대화법은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직설법이 아니다. 간접화법으로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미스터 션샤인의 전체적인 어조가 그렇다.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폭력물이 난무하는 요즘에 보기드문 명작이다.
유진 해병대 대위에게 당했던 일본군 장교는 미국 장교가 그렇게 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깨닫게 된다. 군대를 집결해서 미국 대사관을 쳐들어갔다. 유진 대위는 겁먹지 않고, 정면 승부한다. 일본어로 말하니, 그들은 깜짝 놀랜다.
“진정, 선전포고를 한 것이요? 그렇다면 하늘에 1발의 총을 쏘시오. 아니면 내가 쏠까?‘”
개인적 감정으로 군대를 동원한 그 일본장교는 책임을 져야할 사건임을 스스로 인지한 것이다. 전쟁선포를 한 것이 일본장교에게 있다면 그는 결국 사형을 당해야한다. 개인적 원한으로 군대를 동원한 것은 총살감이다. 유진 최는 말로서 그들을 물리쳤다. 상냥한 말과 커다란 채찍으로 상황을 돌린 것이다.
5회 마지막 장면은 정말로 인상적이다. 애신을 연모하는 구동매가 엎질러진 물품을 줍다가 애신의 치마를 스친 것이다. 치맛자락을 스치자 손으로 끝을 움쳐쥔다. 흠칫 놀란 애신이 치맛자락을 붙잡자, 구동매도 놓지 않는다. 조선말, 일본이 조선을 향해 그러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으로,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