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뮤지컬 멘붕 세탁기 공연 연습실을 찾다
장유리 문예총 회장, 직접 대본에 참여 ‘yull’ 역할
문화예술업계 및 국제문화예술 교류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장유리 회장은 1년전 ‘가수’(호암하트홀)로도 데뷔한 인물이다. 예술이라고 하면 그 열정이 ‘활화산’인 그녀가 이번엔 멘붕 세탁기로서 ‘락뮤지컬’의 새로운 무대를 펼친다. ‘파격’이라고 할만한 내용들이 상당히 많다. 모든 장르의 춤이 동원되고, 모든 장르의 음악이 동원되는 것만 해도 예술업계로서는 ‘종합무용 뮤지컬’을 경험하게 되는 것. 멘붕 세탁기는 이미 단원모집 일정을 마쳤고, 역할배정에 들어갔다. 뮤지컬 공연은 5월예정이다.
멘붕세탁기는 은유적 제목이다. ‘멘붕’은 멘탈붕괴의 줄임말로서 정신적 붕괴상태이다. 세탁기는 더러움을 청소하는 기능과 함께 ‘짤순이’의 혼돈의 의미도 존재한다. 멘붕세탁기는 예술이 가져야할 숭고한 가치가 세상의 경제 때문에 붕괴된 현실을 비판하는 뮤지컬이다.
특히, 멘붕세탁기에서 중요한 인물로 설정된 좀비주점 사장 ROCK-D는 실존인물의 대본에 옮겨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비딕의 락커이다. 또한 대본중 ‘율’도 장유리 회장을 옳겨놓았다. 문예총 및 국제문화예술교류협회를 지금껏 운영해오면서 느꼈던 예술의 고뇌가 그래도 투영된 작품이 ‘멘붕 세탁기’인 것.
12일 오후 4시 공연 연습실에 20명의 단원들이 모였다. 장유리 회장과 함께 방문한 그곳, 무슨 비밀 결사대를 보는 듯한 강열한 느낌들은 ‘장유리 회장’ 덕분이다. 장유리 회장은 중요한 모임에 데려간다면서 ‘그 모임의 성격’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던 것. 가서 보니 협회장으로서 예술단원을 직접 이끄는 그 리더쉽에 다시 한번 ‘예술가의 영향력’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대본 모두 읽어보셨죠? 느낌이 어떤가요? 좋나요?”
“재밌어요. 좋아요!!”
모두가 만장일치로 ‘좋다’고 하자, 장유리 회장은 만족스럽지 못한듯, 왼쪽 구석에 있는 단원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면서 ‘어떤 부분이 재밌어요?’라고 묻는다. 단원들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도 이번 ‘뮤지컬’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얼마나 많은지 묻어났다. 배우들의 성향을 파악해야만 배역 배분에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어서, 그러한 듯. 뮤지컬도 어떤 측면에서는 ‘인재등용’과 같다. 사람과 배역을 가장 잘 배치하는 것, 그것에서 뮤지컬의 승패가 갈린다.
“오늘 배역을 1차로 결정할거예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뮤지컬이 무대위에 올려지면 모든 역할이 중요해요. 뮤지컬은 곧 사람과 같아요. 사람에게 중요하지 않은 신체가 없듯이, 눈, 코, 입, 팔, 목, 손가락, 발가락 모두가 소중하듯 뮤지컬의 배역은 모두가 그 자체로서 소중해요. 이 사실 하나를 명심하세요. 뮤지컬을 공연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치없는 배역은 결코 없다는 것. 그 배역이 필요없다면 대본에 아애 없을테니까요. 단지 배역을 소화하지 못하는 배우가 있을 뿐이죠.”
배우들은 숨조차 쉬지 못한다. 리더쉽은 이런 것인가? 장유리 회장의 목소리 자체가 평범하게 전해지는데도 마치 태평양같다. 매우 놓은 어조라서 남자든 여자든 모두 가만히 경청한다.
페이스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로서, 서울문화예술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서울예술전문학교 무용학과 교수로 활동했던 경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순간이다. 짧으면서 분명한 ‘배우로서 역할’은 그 자체로 ‘강연’이었다. 배우들은 모두 노트에 필기는 안했어도 이미 뇌속에 다짐의 기록을 남긴 눈빛이다.
“이번 뮤지컬은 종합예술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대무용, 왈츠, 펑크, 재즈, 발레 등등 모든 장르의 춤이 뮤지컬 내내 들어갈거예요. 기본 핵심 동작은 충분히 연습을 해둬야합니다. 이미 공지받으셔겠지만, 모비딕에 대한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 멘붕 세탁기예요. 실제 인물들의 성격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도 배역소화에 도움이 될거예요”
배우들은 장유리 회장의 그 말에 ‘장유리 회장’을 그대로 응시한다. 장유리 회장의 역할을 맡은 배우도 자세를 긴장한다. 장유리 회장의 어조는 강인함, 직격탄, 거침없는 ‘호랑이 스타일’이다. 그것을 소화한다는 것은 잔다르크와 같은 저돌적인 추진력이 필요할 듯….. 게다가 외국유학을 통해서 예술을 배운 장유리 회장은 대화체에서 ‘영어’가 50% 정도 섞여서 나온다. 발음도 거의 현지인 수준. “어셉트할께요. 그만 스탑핑”라고.
한번 한다고 하면 작품을 만들고야 마는 예술정신의 소유자 장유리 회장이 직접 발벗고 나선 ‘멘붕 세탁기’가 5월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단원들과 모비딕 밴드 및 스텝진들의 열정이 필요할 것 같다. 멘붕 세탁기 연습실은 그 자체로 이미 ‘세탁기’가 돌아가는 ‘바쁜 호흡’이 느껴져, ‘아직 한국예술은 살아있구나!!’라고 스스로 고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