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희 내부장애인협회 이사장
[서울교육방송 황정희 이사장 에세이]=모든 행사가 끝나고, 호텔에서 1시간 가량 차를 타고 네팔의 장애인협회를 방문했다. 서울 북부교구장님 내외분과 함께 했다. 이곳은 네팔가정연합에서 평소 도움을 주던 곳이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수많은 먼지들이 창문을 통해 내 입과 코로 들어왔다. 이곳의 현실은 너무 암담했다. 지진과 내전으로 부모를 잃고 장애를 가지고 사는 어린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생활물자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목욕도 못하고 음식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영양상태도 매우 심각했다. 특히 어린친구가 뇌수막염으로 누워있는데, 안아주려고 몸에 손을 대니 온 몸이 땀이 흠뻑 젖은 상태였다. 아이는 초점없는 눈동자로 시야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살짝 옅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다른 곳에 있는 아이들은 사람을 경계하는 듯 몸에 손을 대면 고개를 흔들며 악수를 하지 않은 채 그들의 언어로 소리를 질렀다. 잠시후,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하다 보니 우리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계속 안아달라고, 혹은 손을 잡아달라고 먼저 다가왔다. 그 친구들은 정말 사람이 그리웠고, 따뜻한 마음으로 내미는 사랑의 손길이 너무도 절실히 필요했던 것 같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그것도 장애를 갖고 태어나서 그들이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평생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지…. 내게 주어진 상황에 감사함이 조심스럽게 스몄다. 장애를 갖지 않고 태어남, 더불어 장애를 가진 사람을 향한 긍휼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지, 깊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