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30년 있었던 곳에서 배운 성경지식 중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는 것이 엘리야와 까마귀밥 비유다. ▲선악과 비유 ▲베드로와 물고기 ▲불심판 등등 많은 성경지식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엘리야와 까마귀밥’은 충격적 지식이다. 이 성경구절을 배웠을 때, 순복음 교회를 다니면서 배웠는데, 엘리야와 까마귀밥의 성경말씀을 배우고 본교회(순복음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열왕기상 17장’의 본문에 대해 당시 목사님이 설교를 했다.
“까마귀가 밥을 가져왔는데, 아침과 저녁으로 떡과 고기를 먹였습니다. 믿기지 않지만 믿어야합니다”라고 설교했다. 그때 나는 “까마귀는 우상숭배자로 보는 것이 합리적 성경해석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나, 왜 까마귀를 부정하게 볼까? 그것이 나의 오랜 의문이었다. 30년 있던 그곳은 특권의식이 너무 강해서 “세상=까마귀”로 보고, “자신=까치”로 봤다. 이분법이다. 세상은 까마귀니까, 엘리야를 위해서 떡과 고기를 바쳐야한다. 이런 특권의식은 피라미드 계급의 이분법을 형성한다. 밥값을 지불하지 않은 엘리야였다. 하나님의 명령으로 까마귀는 순종을 다했으니, 엘리야는 까마귀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을까?
나는 세상속에서 취재를 하다보면, 식사대접을 받을 때가 많다. 그때 나는 정말로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그들이 믿는 자이든, 불교신자든, 무신론이든, 나는 대접을 받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엘리야는 오랫동안 떡과 고기로 배를 채웠는데, 그것이 설령 ‘눈물의 떡과 고기’였다고 하더라도, 감사의 마음이 없었다면 애석한 일이다. 왜 엘리야는 아합과 이세벨을 ‘까마귀’로 규정했을까? 그것이 옳았을까?
선지자의 행함이 진리는 아니다. 선지자는 예언을 할 뿐이다. 율법은 하나님의 뒷모습이고, 선지자는 하나님의 그림자이다. 율법과 선지자는 하나님의 얼굴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의 얼굴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의 구원사역이다. 엘리야와 예수님의 사역은 비슷한 것 같지만, 완전히 달랐다. 예수님과 세례요한의 사역이 달랐듯이 그러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5장 43절에서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하셨다. 또한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의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엘리야는 아합왕의 악행 때문에 “가뭄”을 선포했다. 그 기도가 의로운가? 엘리야처럼 세례요한은 헤롯왕의 불륜과 악행을 비난했고,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행위를 비난하면서 ‘정치적 심판’을 촉구했다.
엘리야 시대에 바알선지자와 아세라 선지자 850명이 처형당했다. 갈멜산 종교전쟁이었다. 이후 종교적 평화가 왔는가? 우상숭배가 사라졌는가? 엘리야 선지자의 행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이후에 우상숭배가 사라졌는지 묻는 것이다. 북이스라엘은 결국 멸망당했다. 갈멜산 전투는 엘리야의 일시적 승리였을 뿐,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신앙이 뿌리내리도록 하지 못했음을 인정해야한다. 정치적 탄핵은 ‘일시적 불꽃놀이’에 불과하다. 불꽃놀이는 짙은 어둠을 밝힐 수 없다. 엘리야와 예수님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여기에 있다.
예수님은 마귀를 없앴고, 마귀의 앞잡이가 된 정치인과 지도자와 제자와 백성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하고, 그들의 죄를 자복하면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다. 엘리야는 갈멜산 전투에서 여호와의 불, 심판을 촉구하면서 850명의 거짓 선지자를 죽였다면, 예수님은 당신이 그 죄값을 담당하고서 거짓 선지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다시 부여하셨다. 거짓 선지자들을 죽인다고 해서, 탄핵시킨다고 해서, 새로운 이상세계가 오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목사님이 “까마귀는 히브리어로 오렙인데, 아랍과 흡사하다. 아랍인은 검은색 옷을 입고 다닌다”라고 해석했다. 결국, 까마귀를 우상숭배자로 특정해서 해석할 이유는 없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해서 성경을 넓게 봐야한다.
아합왕밑에서 종교직책을 맡았던 바알선지자와 아세라 선지자 850명이 까마귀떼였다. 그들이 차려준 제사상으로 배를 채웠던 엘리야가 3년후에 그들을 몰살시켰다. 이 비정함에 과연 무엇으로 답하랴!! 깊게 생각해야한다. 나의 아버지는 내게 “말고기를 잘 먹고, 말내가 난다고 한다”고 했다. 힘들 때 우상숭배자의 도움을 받았으면서 어찌?
성경은 아메바처럼 단세포로 생각하면 안된다. 이분법으로 나눠서 정적을 없애는 식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면, 큰 낭패를 당한다. 엘리야와 까마귀밥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까마귀는 엘리야를 공궤했다. 왜 엘리야만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는가? 까마귀들도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다. 아닌가?
나는 성경을 탐독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불교를 통해서, 이슬람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다. 성경만 깊게 볼 때는 막다른 골목에 막히듯이, 동굴에 갇히듯이 답이 없었는데, 생각지 않은 동방박사의 출현처럼 종교가 다른 곳에서 내게 답이 날아올 때가 있다. 그들이 내게는 까마귀다. 이런 까마귀를 ‘마귀의 앞잡이’라고 할 것인가? 착한 하나님의 심부름꾼이라고 할 것인가? 동방박사는 점성술자요, 바벨론의 지식인이요, 우상국가의 타로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아기 예수에게 바친 황금과 몰약과 유향은 까마귀의 선물인가? 하나님의 선물인가?
가끔, 과거 30년간 있었던 곳에서 내게 소식을 전해주는 몇몇이 있다. 내게 고마운 까마귀들이다. 엘리야가 까마귀의 떡과 고기를 먹듯이 그 소식을 귀하게 듣는다. 나는 까마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아랍권 국가를 방문해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노아가 홍수심판이 끝났을 때, 까마귀를 날려 보내고,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아합왕에게 까마귀는 엘리야였듯이, 천주교와 아랍은 서로가 서로에게 ‘까마귀와 비둘기’로 여겨질 뿐이다. 까마귀를 ‘추악한 까마귀’로 판단하는 자가 ‘까마귀’일 뿐이다. 혹여, 내가 누군가에게 까마귀로 여겨진다면 나의 칼럼이 그들에게 떡과 고기가 되기를 염원하면서 오늘도 글을 쓴다.
30년동안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그 모든 성경지식이 바벨탑이 아님을 하나님께 고백하게 되었다. 인생의 깊이를 그 누가 임의로 예단하리요!! 단지, 내가 30년간 있었던 곳은 이분법적 특권의식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세상을 ‘까마귀’로 규정해서, 늘상 자신들은 엘리야의 모순에 봉착한다.
엘리야는 결국 어찌 되었는가? 살인자가 되어서 도망자로 전락했다. 엘리사에게 전권을 위임하고서 불수레를 타고서 하늘로 도망쳤다. 세례요한도 그러했다. 세례요한은 정치적 탄핵을 주장하다가 결국 순교를 당했고, 예수님은 ‘로마와 이스라엘의 평화정책’를 외치면서, 유대교의 내적 신앙운동을 펼치셨다.
엘리야처럼 하면 안된다. 선지자는 하나님의 부분만 보여줄 뿐이다. 엘리야의 갈멜산 전투가 정답은 아니다. 왜 하나님은 까마귀들을 엘리야에게 보냈을까? 왜 하나님은 이세벨의 고향인 시돈의 과부에게 엘리야를 보냈을까? 왜 하나님은 호세야 선지자에게 창녀 고멜과 결혼하라고 했을까? 왜 하나님은 요나를 니느웨 성으로 보냈을까?
엘리야는 까마귀떼같은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을 멸절시켰다.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의 판결로 십자가에서 까마귀처럼 처형당했다. 예수님이 정답이지, 엘리야가 정답은 아니다. 예수님이 엘리야처럼 했다면, 도망치고 배신한 까마귀같은 제자들을 버렸을 것이다. 주님은 당신이 버림을 당할지라도 배신한 까마귀를 품으셨다. 나는 프란체스코 교황이 아랍권 국가를 방문한 사건을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내게 까마귀같은 곳, 내게 원수같은 곳, 나는 그곳으로 갈 수 있는가? 주님께서 가라고 하시면, 갈 수 있는가? 주님은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고, 원수같은 유대교속으로 들어가셨다. 과연, 원수를 축복할 수 있는가? 원수를 먹일 수 있는가?
엘리야와 까마귀밥의 깊은 비밀을 누가 이해하고, 까마귀를 향해 평화의 비둘기를 날려 보낼꼬? 프란체스코 교황처럼!!
[열왕기상 17장]
1.길르앗에 우거하는 자 중에 디셉 사람 엘리야가 아합에게 고하되 나의 섬기는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노니 내 말이 없으면 수년 동안 우로가 있지 아니하리라 하니라
2.여호와의 말씀이 엘리야에게 임하여 가라사대
3.너는 여기서 떠나 동으로 가서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숨고
4.그 시냇물을 마시라 내가 까마귀들을 명하여 거기서 너를 먹이게 하리라
5.저가 여호와의 말씀과 같이 하여 곧 가서 요단 앞 그릿 시냇가에 머물매
6.까마귀들이 아침에도 떡과 고기를, 저녁에도 떡과 고기를 가져왔고 저가 시내를 마셨더니
7.땅에 비가 내리지 아니하므로 얼마 후에 그 시내가 마르니라
8.여호와의 말씀이 엘리야에게 임하여 가라사대
9.너는 일어나 시돈에 속한 사르밧으로 가서 거기 유하라 내가 그곳 과부에게 명하여 너를 공궤하게 하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