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는 ‘착한 귀신’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영적인 존재가 악령만 존재하지 않고, 때론 사람의 슬픔을 아파하면서 도와줄 수도 있음을 보여준 ‘착한 드라마’였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는 마카엘 신부를 통해 ‘종교적 정의’가 무엇인지, 새로운 각도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코 무겁지 않고, 무섭지 않고, 화끈한 웃음속에 묵직함이 있다. 강력 추천한다. 금토 드라마이다.
김남길과 이하늬가 주연이다. 이하늬 배우는 극한작업 영화를 통해 완전히 달라진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개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구사한다. 열혈사제에서는 검사 역할인데, ‘색깔있는 돌발검사’를 맡았다.
활화산처럼 참을 수 없는 다혈질 신부 미카엘이 거짓 무당을 현장에서 폭행한다. 거짓 무당을 사주한 사채업자를 찾아가서 주먹으로 훈육한다. 결국, 경찰서에 입건, 그때 스님과 목사님이 경찰서로 찾아와서 “마카엘 구출작전”을 펼치면서, 스님이 “제가 대신 십자가를 지겠습니다”라고 하는데, 폭소가 터지면서도 ‘십자가를 지는 불교’가 깊게 와 닿았다. 십자가를 지는 곳에 그리스도가 있으니….. 기독교는 십자가를 안지고, 불교가 십자가를 진다는 것인가?
결국, 김남길(김해일) 미카엘은 그곳을 떠나는 조건으로 서울의 구담 성당으로 돌아온다. 그곳에 아버지와 같은 이영준 주임신부가 있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의 죽음이 열혈사제 드라마의 초반부에 등장한다. 이영준 주임신부(가브리엘)가 김남길을 맞이하는데,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집떠난 탕자’로 김남길을 묘사한다.
“왜 저를 다시 받아주셨어요?”
“너라면, 자식이 집에 오는데 기쁘지 않겠니? 너는 내 영혼에 딸린 아이야. 너가 어디서 사고치면 내 마음이 아파”
돌아온 탕자 비유를 이렇게 절묘하게 연출할 수 있을까? 놀라운 것은 가브리엘 신부는 모든 범죄자와 위선자들을 성당에 받아드린 것이다. 가브리엘과 미카엘은 ‘교회에 찾아오는 위선자’들을 놓고, 서로 의견이 엇갈린다. 가브리엘은 인내함으로 그들에게 문을 열어줘야한다고 주장하고, 미카엘은 위선자들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사람답지 않은 사람을 솎아내서, 사람다운 사람을 지키는 것이 사제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미카엘 신부)
미카엘 신부가 첫 미사를 드린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대목을 읽는데, 어디선가 빵먹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아이가 빵을 먹다가 들킨다. 화를 참지 못한 미카엘은 그 아이를 현장에서 쫓아낸다. 그리고, 선언한다.
“성당은 죄를 용서하는 곳이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은 잘못한 그 사람에게 용서를 받아오세요. 성당은 죄를 용서하는 결재서류를 주지 않습니다. 용서는 여러분이 직접 잘못한 사람에게 받아오시고, 용서받은 것만 이야기하세요. 그러면, 하나님께 배달하겠습니다. 죄지은 사람에게 용서를 받지 않으면 성수로 반신욕을 해도 천국에 못갑니다”
– 미카엘 신부
미카엘 신부의 말씀은 ‘성화’(聖化)에 해당한다. 이신칭의(以信稱義)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로서 사람의 죄가 사해지는 것인데, 성화(聖化)는 삶속에서 짓는 죄를 날마다 회개하는 것이다. 미카엘 신부가 형제에게 잘못한 것을 직접 용서를 받아오라고 한 것은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성경구절이다.
[마태복음 5장]
23.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만한 일이 있는줄 생각나거든
24.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25.너를 송사하는 자와 함께 길에 있을 때에 급히 사화하라 그 송사하는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내어주고 재판관이 관예에게 내어주어 옥에 가둘까 염려하라
형제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는데, 용서를 해주지 않을 경우, 용서를 안해준 자에게 화가 있다. 이는 마태복음 18장에 나온다. 용서를 해주지 않으면, 하나님은 용서를 해주지 않은 자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신다.
[마태복음 18장]
회계할 때에 일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25.갚을 것이 없는지라 주인이 명하여 그 몸과 처와 자식들과 모든 소유를 다 팔아 갚게 하라 한대
26.그 종이 엎드리어 절하며 가로되 내게 참으소서 다 갚으리이다 하거늘
27.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놓아 보내며 그 빚을 탕감하여 주었더니
28.그 종이 나가서 제게 백 데나리온 빚진 동관 하나를 만나 붙들어 목을 잡고 가로되 빚을 갚으라 하매
29.그 동관이 엎드리어 간구하여 가로되 나를 참아 주소서 갚으리이다 하되
30.허락하지 아니하고 이에 가서 저가 빚을 갚도록 옥에 가두거늘
31.그 동관들이 그것을 보고 심히 민망하여 주인에게 가서 그 일을 다 고하니
32.이에 주인이 저를 불러다가 말하되 악한 종아 네가 빌기에 내가 네 빚을 전부 탕감하여 주었거늘
33.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네 동관을 불쌍히 여김이 마땅치 아니하냐 하고
34.주인이 노하여 그 빚을 다 갚도록 저를 옥졸들에게 붙이니라
35.너희가 각각 중심으로 형제를 용서하지 아니하면 내 천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