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密敎)는 비밀스런 종교다. 대부분 이단들이 그런 특징을 갖는다. 이단의 덫에 걸리면 무섭다. 육체적 억압보다 무서운 것이 ‘인식의 덫’이다. 그렇게 보이게 하면, 보인다. 상징과 비유로 경전을 기록하고, 암호처럼 그렇게 보게 하면, 보이게 된다. 영화 사바하는 밀교 동방정교의 영생불사를 추적한 탐정추리물이다. 조금 무섭지만, 반전이 있다. 끝나고, 종교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가, ‘종교적 사명’을 추구하는 자들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마음이 묵직했다.
예언이나 계시를 받는 것, 사람은 인식의 프로그램에 의해서, 금방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 영화 사바하를 틍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종교적 특명을 받아서, 뱀의 후손을 살해해야만 열반할 수 있다는 종교적 예언을 받은 4명이 1999년에 태어난 여자들을 죽인다는 내용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라고 할 수 있어도, 그렇게 인식관이 설정되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하나?
영화를 보고나서, 그렇다면 신(神)은 없는 것일까? 신앙생활을 하는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가? 내 인생의 현실이 낙담되기도 하고, ‘종교적 특명’으로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음표가 생겼다. 어떤 선교사가 해외에 가족과 함께 파송을 나갔다가, 1년후 혼자 귀국했다. 아내와 자녀 둘이 모두 살해당했다. 무슬림 14살 소년이 범인이다. 그 범인은 잔인하게 살해하면서 “신의 뜻이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단종교연구소 소장이 이런 내용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정감있게 살아가고, 피와 살이 흐르듯 진심이 통하는 그런 사이가 좋은 것 같다. 사바하 영화를 통해서 ‘사상과 이념’을 추구하는 모든 종교는 무섭고, 삭막함을 거듭 확인한다. 종교생활을 한다는 것이 이처럼 힘들다면, 왜 해야할까? 깊은 고민이 든다. 잘못된 사상과 인식이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답게 살아가는 인생을 추구해야겠다.
맨 끝장면이 인상깊다. 거짓예언을 신봉한 자가 참회하고, 거짓 선지자를 잡아서 죽이고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데, 이단종교소장에게 귓속말을 한다. 그것을 함께 간 직원이 보고서, 물어본다. “무슨 말을 들었냐”고.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을까?
“춥다고 말했어”라고 마지막 대사가 나오는데, 결국 사람사는 세계인데, 종교인들이 금권과 권력과 신권에 대한 탐욕으로 일반 백성들을 혼미케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