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사인’ 드라마는 내 삶의 계곡에 깊은 울림을 줬다. 그때 봤던 드라마 노트는 자주 꺼내 읽어본다. 유진초이(이병헌)가 복수를 하러 갔던 장면은 김희성이 정혼자 고애신을 방문한 것과 비교되면서 드라마는 극적 효과를 일으켰다. 복수의 총을 겨눈 유진 초이, 사랑의 꽃을 내민 김희성, 모두 놀람이다.
“아침에 보니 레아더라”
올 것을 기대했던 아들 김희성은 오지 않고, 원수의 아들이 갑자기 들어닥친 김안평 집(김희성의 아버지)은 혼비백산에 빠졌다.
고애신도 마찬가지다. 올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정혼자 김희성이 갑자기 출현했고, 기대했던 총의 강함은 없고, 꽃의 약함으로 남자가 서있으니, ‘실망의 놀람’은 견디기 어려웠다. 두 장면은 묘하게 닮았다. 훗날, 유진초이는 복수 대신에 사랑을 선택하고, 고애신은 꽃대신에 총을 선택하면서, 유진초이와 고애신의 운명적 연합이 성립한다.
언젠가 목사님이 “예수님은 평화 대신에 검을 주러 왔다”고 말씀했다.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를 보면서, 3부류 남자가 있다. 꽃, 칼, 총이다. 천민출신 구동매는 칼을 잡았고, 부잣집 도련님 김희성은 꽃을 들었고, 노비출신 유진초이는 총을 가졌다. 꽃이 사랑의 상징일 것 같지만, 사랑의 여인 고애신은 ‘꽃 대신 총’을 들었다. 총을 든 그 여인은 ‘사발’을 표적삼아 사격한다. 사발은 곧 도자기를 상징하며, 도자기는 ‘옛것’의 유물들이다.
유진초이의 총은 곧 하나님의 심판이다. 심판의 총알은 그 어느날 도적처럼 출현한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주인집 양반이 총구앞에서 “여봐라”로 하인들을 불렀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기면 이미 죽은 목숨인데도, 주인집 양반은 여전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반문한다.
과연, 성경은 증언하길 “도끼가 이미 나무에 놓였다”고 했고, 로마의 도끼가 이스라엘 나무에 놓였으니, 40년후에 예루살렘은 함락당했다. 그리고, 1948년이 되기까지 이스라엘은 독립하지 못했다. 하나님께서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경고하신 것이다. 그리고, 로마의 방아쇠를 당기셨다. 우리는 꽃을 원하지만, 나타난 것은 총이다.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던져진 것은 전쟁이다.
청산하지 못한 죄(罪)가 있기 때문이다. 버리지 못한 근원적 우상이 각자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심판의 하나님은 방아쇠를 쥔 총을 들고 나타나신다. 우리안의 우상을 표적삼고…. 우상이 우리 마음속에 있으니, 하나님께서 자신을 겨냥삼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하나님은 우상을 멸하기 위해서 오늘도 방아쇠를 당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