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固)는 성곽을 말한다. 성곽은 무너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굳어서 그렇다. 건물붕괴는 간혹 일어나며, 철거할 때 철거비가 상당히 들어간다. 철거는 건축처럼 공법이 필요하다. 고(固)는 口와 古의 합성이며, 발음기호는 [古]이다.
고정(固定)은 굳은 것이다. 변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칠 경우, 엄청난 소요가 발생한다. 故노무현 대통령이 수도를 옮기려고 했을 때, 관습법에 따라 굳어진 서울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고정(固定)은 관습이며, 전통이며, 문화이고, 인식으로 정착된 법률이다.
고정관념은 나쁜가? 이 질문 자체가 무식한 것이다. 고정관념은 나쁜지, 좋은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고정관념은 나쁜가?”는 “사람은 나쁜가?”라는 질문과 같다. 관념(觀念)은 고정되어야 그 효력이 발휘된다. 법이 고정되지 않고, 공기와 같다면 행정부도, 사법부도, 입법부도 무의미하다. 고정된 헌법과 법률이 있으니까, 입법부는 기존 법률을 바꾸려고, 결사투쟁을 한다. 고정된 것들은 물질세계의 본질이다.
위험한 고정관념은 ‘선민사상’이나, ‘특권층의 억압’으로 나타날 때, 무섭다. 그리고, 성경에 대한 그릇된 해석으로 구원의 문을 닫을 때, 무섭다. 성경해석은 영혼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보수적 원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감록(鄭鑑錄)처럼 성경을 해석하면, 영혼은 지옥에 가기 십상이다. 정감록은 누더기 예언서로, 원본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변질된 예언서다. 동양의 계시록이라고 하지만, 진위여부는 불분명하다. 반면, 계시록은 원본이 분명하다.
언젠가, 누군가 내게 “정감록”에 근거해서, 어떤 예언을 해석했다. 그때 나는 “어떤 정감록”이라고 물었다. 그는 내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감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된 한자도 다르다. 지식인들이 정감록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사용된 단어가 ‘일본이 만든 한자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만든 생활단어가 들어간 정감록은 100% 위작(僞作)이다. 위작(僞作)을 근거로 예언의 성취를 주장하면, 그것은 무엇인가?
고정(固定)은 좋은 뜻이다. 그러나, 사람의 인식관은 문(門)이 열려 있어야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드린다는 것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다. 복음서를 읽어보면, 예측 불가능한 돌발상황이 자주 표출된다.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에 대한 형사소송이 무죄로 기각된 사건,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기도를 받으려고 하자, 제자들이 꾸짖었으나 예수님은 아이들에게 안수하면서 “천국은 아이들이 간다”고 했던 사건 등등 기존에 생각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관점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한 사례를 자세히 고찰하면, 삶에 도움되는 ‘구원의 지혜’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