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드라마 비평]=동학혁명은 민초들의 혁명으로 4.19 혁명과 흡사하다. 동학을 믿는 성도들이 주축이 되었으나, 믿지 않는 일반백성도 함께 협력할 정도로 당시 탐관오리들의 횡포와 국가의 행정이 마비되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다. 국가가 국민을 외면하면, 국민은 국가를 개혁하는 법이다. 백이강과 백이현은 정반대로 묘사되는데, 백이강은 천한 신분을 가지고 이방의 개노릇을 하다가, 동학군에 합류한다. 백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반면, 백이현은 이방의 친아들로서 동학 토벌대에 합류하면서 살인병기로 점점 변질되어 간다. 향후 어떻게 사건이 전개될지 모르지만, 백이강과 백이현의 인물성격이 극중에서 정반대로 바뀌는 점이 절묘하다. 초반부에는 분명 백이현이 백성을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백이강은 백성을 탄압하는 약탈자로 그려지는데, 둘의 인물갈등이 정반대로 바뀌면서, 동학혁명의 전주 전투가 마친다. 백이강과 백이현은 이복형제다.
평범한 백성 입장에서 동학혁명은 비애스런 사건이다. 축구게임은 마을청년끼리 편을 나눠서 즐겁게 경기를 할 수 있는데, 마을 청년끼리 총을 나눠주고, 서로 죽이는 살인게임을 하라고 하면, 그것이 정상인가? 동학혁명은 마을청년끼리 서로 편을 나눠서 죽이는 그런 전쟁이며, 내분이다. 정부는 토벌대를 보내면서 마을주민을 향토 예비군(민병대)로 조성하고, 동학혁명은 백성들로 구성되니, 결국 백성끼리 서로 죽이는 그런 전쟁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총을 겨눈 것이다.
민병대에서 탈영병이 발생했다. 그때, 지휘관은 3명의 탈영병을 잡아와서, 병사들에게 칼을 주고 탈영병을 현장에서 죽이도록 명령한다. ‘살인의 명령’에 복종하는 병사들은 끔찍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백이현에게도 칼이 쥐어지고, 결국 칼로 사람을 죽인다. 탈영병이라는 이유로 죽여야한다. 확대하면, 동학혁명군은 정부의 탄압이 힘들어서, 탈영을 하듯이 반기를 든 것인데, 그들을 토벌하는 것이다. 탈영병은 곧 동학혁명군을 상징한다.
궁을(弓乙)을 부적처럼 붙이고서, 궁을가를 외우면서, 찬송을 부르듯이 동학혁명군은 정감록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정감록은 조선시대에 여러번 회자되면서, 혹세무민의 필독서가 되었고, 한문은 뜻의 변형이 매우 자유스러워서, 추상적 의미연결이 자유롭다. 이렇게 해석하면 이렇게 풀리고, 저렇게 해석하면 저렇게 풀리는 것이 한문의 해석법이다. 궁을가도 그러한 해석으로 백성들에게 혁명의 명분을 심어준다.
전봉준은 궁을(弓乙)을 약하고 약한 자로 해석한다. 궁은 窮의 축약이다. 窮은 굴속에 갇혀서 갈 곳이 없는 처참한 인생이다. 다할 궁(窮)은 비참한 인생의 삶을 말한다. 을(乙)은 새를 말한다. 갑과 을은 항상 강자와 약자의 대립구도이다. 을은 곧 약자를 말한다. 궁을은 궁핍한 약자를 뜻하며, 궁을(弓乙)을 합쳐도 弱이 된다. 궁을궁을은 弱을 풀어서 쓴 것이다.
그러나, 전봉준은 사회적 약자가 칼을 들어서 혁명을 일으키면, 정의가 실현된다고 믿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백성이 죽창을 들고, 칼을 들고서 결국 무엇을 했는가? 같은 백성을 죽였고, 정부는 일본군과 청나라 군대를 요청하면서, 조선은 불바다가 되고 말았다. 칼은 칼로 망하는 것이다. 약자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동학혁명이 무의미한 몸부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바꾸는 것은 약하고 약한 사람의 변화이다. 동학혁명후 갑오경장이라는 엄청난 제도개혁을 일으켰지만, 세상은 그렇게 변화하지 못한다.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세상이 오지 않듯,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결국 ‘나의 개혁’이 핵심이다. 내가 바뀌지 않고, 남이 바뀌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전봉준의 모습은 궁을(弓乙)은 아닌 것 같다. 칼을 잡고 승리했으니, 더 이상 약자가 아니고 강자가 아니던가!!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칼을 버리라고 했다. 칼을 버리는 것이 진정한 ‘약자의 길’이다.)
One Comment
서정현
촛불혁명으로 새로운 세상이 오지 않듯?
촛불혁명은 칼을 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칼을 들어서 싸웠기 때문에 2017년 칼을 들지 않아도 혁명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탐관오리의 죄를 벌할 수 있도록 동학농민혁명 이후 법이 다듬어져왔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은 과정입니다. 촛불혁명은 분명한 터닝포인트입니다.
중국과 미국이 1970년대 손을 잡기(수교조약 체결)까지 7년여가 걸렸습니다.
1,2년의 조삼모사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한없이 허무하고 바뀌지 않고 지루할 뿐입니다.
십년, 백년, 우주의 시각으로 봐야겠지요.
좀더 넓고 깊게 세상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나의 개혁이 우리의 개혁과 함께 동시에 가는 게 옳은 거 아닐까요?
나의 개혁 뿐이라면 한계가 있고
우리의 개혁 뿐이라면 각각의 의견이 무시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