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문제는 결국 가족문제다. 국가(國家)의 최소단위는 국민인 것 같아도, 사실은 가족(家族)이다. 가족의 집합이 곧 국가(國家)다. 가족은 최소 공동체이며, 가족이야기는 모든 인간관계가 들어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은 이러한 가족의 일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둘째 딸의 시각으로 진정한 엄마가 누구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런 측면에서 드라마는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프리즘과 같다.
셋째딸 강미혜가 가족 이야기를 글로 쓴다고 하자, 편집장이 흔쾌히 허락하면서, 좋은 반응을 보여준다. 그 대목이 이 드라마의 주제를 담고 있다. 가족은 너무 흔한데, 그곳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 아이가 맺는 최초의 인간관계는 어머니와 만남이다. 어머니와 아이는 최초의 인간관계이며, 가족은 아이에게 주어지는 첫 운명 공동체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혈액속에 있는 DNA를 말하지 않고, 피로 맺어진 가족관계를 말한다.
“모든 인간관계는 가족속에 있어요. 가족 때문에 행복하고, 가족 때문에 상처받고, 가족이 힘이 되기도 하고, 가족이 힘들게 하기도 해요.”
– 세젤예 대사중에서
이와 정반대로 가족을 이익집단의 본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대기업의 가족들이 그렇다. 드라마를 통해서 보여지는 기업가의 가족 이야기이지만, 사실상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기사들이 그것을 사실로 입증한다. 이익집단의 가족은 철저한 ‘이윤추구’로 결합된다. 한종수는 아들을 불러놓고, 엄하게 훈육한다.
“거대 기업의 운영법을 말해주마.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돼. 의심이 대기업의 경영이념이야. 어느 누구도 믿지 마! 가족이라도, 혈연이라도, 누구도 믿어서는 안돼. 그것만이 거대기업을 운영할 수 있어!”
– 세젤예 대사중에서
이렇게 대조적인 가족상황을 보여주는 것은 작가의 의도적인 연출이다. 한쪽은 가족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루고, 다른 한쪽은 가족끼리 의심하면서, 서로 다른 두 가족을 대비시키는 방법으로 ‘가족의 본질’을 시청자에게 알려준다. 가족은 어떠해야하는가?
매뉴큐어 사건도 동일하다. 전인숙과 강미리는 함께 마사지를 받고, 매뉴큐어(네일샵)에 들러서 모녀로서 전에 못했던 일들을 한다. 기분전환도 하면서, 엄마와 딸의 역할을 해보기 위해서 다양한 사건을 접하지만, 겉돌기다. 혈연적으로만 모녀관계일 뿐, 서로는 여전히 직장 상사와 부하의 관계인 것이다. 어떤 사연을 공감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할 뿐이다. 그런 강미리가 박선자에게 와서는 발에 매뉴큐어를 발라준다. 이런 모습이 진짜 모녀관계다. 엄마와 딸은 어떤 형식도 필요없는 것이다. 박선자는 싫다면서도 강미리가 발톱에 매뉴큐어를 발라주는 것이 너무 좋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만약 아버지와 자식으로 표현될 때는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내는 것을 뜻한다. 집을 떠난 탕자가 돌아오자, 아버지는 벗은 발로 나가서 맞이했다.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