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드라마가 이념전쟁의 참혹함을 아프게 연출해 감동을 준다. 동학혁명은 공산혁명과 흡사한 것 같다. 동학혁명으로 지주계급을 몰아내고, 백성의 한풀이를 하려고 했는데, 세상은 더 참혹해졌다. 지주계급을 몰아낸다고 해서, 세상이 천국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처벌하면 모든 원한이 풀릴 것 같지만, 가해자 처벌과 원한은 별개의 문제일 뿐이다. 백이현이 이복형 백이강이 동비(동학혁명 가담자)에 가담한 것을 말하면서, “전쟁터에서 마주보는 사이끼리 덕담을 주고 받겠습니까”라고 언급하는데, 사상이 변질되고, 권력에 물들면서 본래 성격에서 인물성경이 변경되었다. 백이강과 백이현은 드라마에서 정반대로 인물성격이 바뀐다. 매우 독특한 드라마의 반전이다.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인데, 드라마는 가능하다. 배우의 연기력이 탁월하다.)
백이현이 황석주의 비열한 음모를 발각하고, 혼례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함잡이를 하는데, 그것이 황석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다. 백이현이 진중하게 기다리면서, 사랑하는 당사자의 마음을 기다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텐데, 사랑이든 권력이든 강제로 취하면 배탈이 나고, 문제가 발생한다. 혼례는 좋은 일인데, 전쟁중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은 것이 맞는 말인데, 백이현이 무리수를 둔 것같다. 황석주가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백이강이 백이현의 마음을 위로해준 것인데, 백이강을 구해주려고 왔던 동학혁명군 2명이 나타나면서, 백이현이 권력탐욕이 솟구친다. 백이현에게 백이강은 가족이지만, 다른 2명은 동비이고, 원수이며, 적군일 뿐이다.
“따뜻한 밥한끼 대접하겠다”고 유혹하면서, 수면제를 타서 동비들을 사로잡는다. 황석주가 백이현을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나, 백이현이 은혜를 베푼 백이강과 동학혁명군들에게 배반의 칼을 꽂은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백이현은 가족과 가문의 권력에 속해서, 계급의 노예로 사는 권력자의 가면을 쓴 인물일 뿐이다.
14회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백이강이 고부지역에 들어가서, 시장통을 지나가는데 멀리서 어머니가 걸어오는 장면이다. 그때, 백이강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다가 얼굴을 돌리고 만다. 전쟁 때문에 어머니를 앞에 보고서, 아는 척 할 수 없는 이 슬픈 비극이여!! 이념 때문에 가족이 나뉘어진다면, 그 또한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