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은 ‘서울교육방송 선정 교육우수도서’에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How to read a book)>(모티머 J.애들러, 찰스 반 도렌)을 선정하였다. 해당 도서에 대한 추천 심사평은 아래와 같다.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책은 스테디셀러로서, 1940년대 초 발간된 이래 오랜 시간 독서법의 바이블로 거론되며 좋은 책으로 평가받아 왔고, 독서의 다양한 방법과 올바른 책읽기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 명작이므로, 교육우수도서로 선정하였다. / 서울교육방송 교육우수도서 선정위원회
[교육우수도서 선정위원회 박근영 심사위원]=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일년에 한 번 가장 많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 아이들에게 ‘독서왕’ 이라는 상장을 주었다. 어린 시절에는 퍽 얌전한 편이었어서 복도 한켠 자그마하게 마련된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조용히, 또 열정적으로 혼자 탐험하는 것을 좋아했다. 일년에 책 몇 십 권 읽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독서왕’의 영예는 나의 것이 되었다. 총총총 책걸상 사이를 지나 상장을 내미는 선생님을 향해 가는 길. 구름보다 가벼운 발. 치솟는 어깨. 하… 그 뿌듯함이란. 독서를 왜 하는지도 모르고 선생님께 받는 칭찬이, 빳빳한 상장의 촉감이, 친구들의 시기와 부러움 섞인 시선이 그저 좋아 책을 읽던 시절이다.
하늘빛 유년기를 지나온 지금의 나는 왜 독서를 할까? 유희를 위한 놀이. 궁금증의 해소. 마음의 위안. 지식이 정체되는 듯한 불안감의 해소 등등 생각해 보면 책의 종류 또 책을 읽는 순간의 나의 상황, 마음가짐 등에 따라 책을 읽는 목적은 참으로 다양한 것 같다.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의 저자는 독서의 목적을 유희, 위안, 즐거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정보의 습득과 사고를 통한 재해석, 지식의 체화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하는데 이는 저자의 글을 나의 언어로 바꾸어 말한 것이고, 그대로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다. 1. 정보를 얻기 위한 읽기와 2. 이해를 하기 위한 읽기.
처음에는 둘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갸우뚱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정의하는 독서의 단계별 수준과 마지막 수준인 통합적 읽기가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면 그 차이는 바로 ‘능동적/적극적 읽기’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과정을 거쳐 책의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한 경우, 나아가 사고의 발전, 정신 향상의 과정에 도달한 2. 의 경우를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책의 서두에 정의 내린다. 나는 능동적 읽기를 ‘사고를 통한 정보의 재해석’ 으로, ‘이해하기’ 는 ‘(지식 또는 사상의) 체화’ 라는 단어로 해석한 것이다.

도서법의 바이블로 알려진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은 교육우수도서로 추천받았다.
“이해력을 높이는 독서를 위해서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이해하는데 근본적인 수준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저자가 독자보다 ‘더 높은 수준’이어야 하며, 독자에게 없는 저자의 지식이나 견해들을 책을 통해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한다. 둘째, ‘독자는 어느 정도 이러한 수준 차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하지는 못하다 할지라도 저자와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은 책을 단순 유희나 시간 떼우기 등의 목적으로 읽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은 아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슥슥 읽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와. 재밌었다.’ 하는 게 아니라 훨씬 많은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읽고, 깊이 사고하여 기존에 잘 몰랐던 책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고도로 훈련된 독자들을 위한 지침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독자들은 ‘능동적/적극적 읽기’ 를 하는데 아래 단계별 독서의 수준을 실천하는 과정이 ‘능동적/적극적 읽기’ 이며, 하위 수준을 거쳐야 상위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다.
- (독서의 제 1수준) 기초적인 읽기: 읽기를 배우는 단계로 단어를 기억하고, 조합하여 뜻을 이해하는 기초적인 어휘력의 습득 및 강화의 시기.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음
- (독서의 제 2수준) 살펴보기: 속표지나 서문, 목차와 같은 실마리가 되는 부분 또는 전체를 빠르게 읽고 책의 주제나 견해를 파악할 수 있는 단계.
- (독서의 제 3수준) 분석하며 읽기: 1, 2수준을 거쳐 ‘능동적 읽기’를 실천하는 단계. 무엇에 관한 책인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저자의 의견에 대해 논리적으로 비평할 수 있음
- (독서의 제 4수준) 통합적인 읽기: 주제가 같은 두 권 이상의 책을 분석적으로 읽고 독자의 관점에서 재해석 하여 하나의 결론이나 통합된 의견을 도출해 내는 단계
“정보나 흥미를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다소 덜 적극적인 독서다. 깨달음이나 이해를 위해 책을 읽는 경우,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적극적인 독서를 할 수는 없다.”
저자는 독서의 수준을 4개의 단계로 나누긴 했지만 책의 절반 이상의 내용을 분석하며 읽기에 대해 다루고 있고, 후반부는 분석하며 읽기를 책의 종류별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또 분석적 읽기를 응용한 통합적 읽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상당히 원론적, 실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해서 책을 읽다보면 교과서를 읽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앞서서도 말했다시피 저자가 정의하는 독서의 목적과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독자가 어느 정도 훈련된 수준에 달했다는 것을 전제로 체계적인 독서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교과서적이다’. ‘원론적이다.’ 라는 말인 즉 읽기에는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심지어 저자는 책 중간 중간 끊임없이 사고하길 요구하고 매우 귀찮고 고된 과정을 실천할 것을 다그친다. 바쁜 시간에 짬 내어, 휴가지에서, 또는 출퇴근 길에 머리를 식히고자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독서의 목적을 그리 거창하게 잡을 필요가 있나 싶을 수도 있다. 사실 소설, 수필, 시와 같은 문학서적의 일부는 저자가 제시하는 모든 분석 단계를 거쳐야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1940년대 초 발간된 이래 오랜 시간 독서법의 바이블로 거론되며 좋은 책으로 평가 받는 이유는 정신적, 좁게는 학문적으로 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우리는 어쩌면 책을 너무 가볍게 보는 지도 모르겠다 – ‘가볍게’라는 표현을 써도 되나 싶지만, 머리가 아픈 논리적 사고보다는 감정적 공감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측면에서 – 삽화나 사진이 많이 들어가 눈이 즐거운 책. 두어 시간 읽고 재밌었다 할 수 있는 책. 심지어 최근에는 읽는 게 아닌 그리는 컬러링 북까지. 가벼운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을 읽는 다양한 목적 중 우리가 너무 손쉬운 목적만 달성하는 데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나태하진 나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신선함이 있었다.
자. 잠자고 있는 두뇌를 깨우고 지식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만큼은 서점으로 가보자. 가서 눈이 핑글핑글 돌아갈 만큼 어려운 서적을 자신있게 들고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의 가르침을 실천해 보자. 머리는 조금 아파도 지적으로 성숙한 것 같은, 세련된 지식인이 된 것만 같은, 스스로에게 뿌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내가 초등학교 때 상장을 받으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던 순간처럼.
* 저자 모티머 J. 애들러는 철학 박사이며 저술가이다.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교수를 거쳐 시카고 대학 법철학 교수를 역임했다. 1952년 미국 철합협회를 설립하고, 회장을 역임하고, 아스펜 인문연구소 원로 회원으로 지냈다. 「변증법」, 「철학의 조건」, 「우리들의 시대」 등이 있다.
* 저자 찰스 반 도렌은 컬럼비아 대학에서 철학, 수학, 영문학을 전공하고, 1955년 같은 대학의 영문학 교수를 역임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저서로는 「The Idea of Progress(1967)」, 「Great Treasury of Western Thought(199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