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여자고등학교 1학년 6반 16번 이아영
독재 정권에 맞선 비판적 희곡
197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맞서는 지식인의 비판적인 소설, 극이 많이 만들어졌다. 이강백의 ‘파수꾼’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파수꾼’은 무비판적인 권력 추종에 의해 잘못된 권력이 강화되는 사회의 비극을 담아내었다. 특히 위협과 기만으로 유지되는 당시의 권력을 풍자하며 많은 지식인과 학생의 인기를 모았다.
파수꾼 ‘다’는 어느 날 우연히 망루 위에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황야에는 이리 떼는 없고 흰 구름만 있을 뿐이다. 파수꾼 ‘다’는 이 사실을 편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린다. 편지를 본 촌장은 파수꾼 ‘다’를 찾아오고 회유와 협박으로 그를 설득한다. 설득에 넘어간 그는 진실을 은폐하는 데 동조하게 된다. 그리고 극은 여기서 끝난다.
이강백의 극본은 독재의 시대를 잘 풀어낸다. 특히 체제 유지를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권력자의 모습을 촌장에 비유해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또한 진실을 밝히려는 지식인이 결국 촌장의 교묘한 말에 설득당하여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는 데 동조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담아내었다. 독재 정권 시절의 지배자, 지식인, 민중들을 촌장, 파수꾼, 마을 시민에 비유하여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눈 여겨봐야 할 것은 파수꾼이다. 파수꾼 ‘가’는 한 번도 망루 아래로 내려오지 않으며, 파수꾼 ‘나’는 한 번도 망루 위로 올라가지 않으며, 파수꾼 ‘다’는 망루 위로 올라가 진실을 밝히게 된다. 사람들로 하여금 나는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무지하게 순응하고 있는 지,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는지, 진실을 밝히려고 하고 있는 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파수꾼 vs 파수꾼
이강백의 ‘파수꾼’와 제목이 비슷한 책으로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소설이 있다. 배경이 위선과 허위로 가득 찬 세상으로 설정된 것은 동일하다. 다만 ‘호밀밭의 파수꾼’은 가출해서 방황하는 10대 소년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담아내었다. 오염된 현실세계와 기성세대의 위선을 마주하게 된 홀든은 호밀밭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고,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한다. 이 성장소설은 청소년의 정신적 방황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며, 혼란스러운 내면을 잘 묘사해냈다. 파수꾼 모두 혼란스러운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이 소설에서는 파수꾼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에 희곡에서는 권력의 하수인으로써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