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 출발이 좋다. 시청률 5% 나쁘지 않다. 요즘은 드라마가 별로 인기가 없다. 3% 시청률도 많다. 그런데 5%이니, 청신호다. 배우 박은빈, 연기력이 탄탄하다. 얼마전에도 스토브리그에서 주연을 맡았다. 이번에도 주연이다. 예술의 전당, 경영대에서 음대로 전공을 바꾼 채송아에게 처음 서는 떨리는 자리, 작가는 시작부터 채송아를 추락시킨다.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기대했던 순간, 전혀 엉뚱한 사건이 터지면서 점점점 낮은 음자리로 저음이 깔린다. 사건의 몰입도는 주인공의 추락에 있다. 맨 끝자리, 그것은 성적순이다. 지휘자가 들어오기전까지 모든 악기는 제멋대로 연주하다가, 지휘자가 들어오자 분위기는 살얼음, 손가락을 들자, 악기는 차렷자세! 연주가 모두 끝나고, 그때 피아노 연주자가 귀국해서 왔다. 그는 귀족, 그녀는 구석. 둘의 현저한 차이다.
“잠깐, 잠깐, 잠깐. 거기 둘, 바이올린, 빼야겠어. 그냥 집에 가!”
그 말로 채송아는 예술의 전당 공연에 설 수 없게 됐다. 지휘자의 말이 법이다. 이것이 음악인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작가는 폭풍같은 사건을 계속 던진다. 채송가는 메달리는 마음으로 붙들지만, 지휘자는 냉정하다. 자신의 음악에 바이올린의 소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채송아의 인생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같이 연주하면 안될까요?”라고 애걸해도, 지휘자는 “니가 지휘자야?”라고 칼을 뺀다. 음악에도 1등과 꼴찌가 있음을 보여준다. 쫓겨난 채송아, 그리고 지휘자는 “스마일”이라고 말한다. 전혀 웃을 수 없는 상황인데, 웃어야 하는 이들의 연주. 음악의 이중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그때, 친구가 공연을 보겠다고 찾아오니, 그것이 곤혹이다. 화장실에 몰래 숨었더니, 단원들이 채송아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말하면서….. 어디로 가야하나?
“언니, 바이올린 잘해요?”
“좋아해, 아주 많이”
친구와 식사, 구석에 밀려난 채송아에게 편견없는 어떤 아이의 질문이 채송아의 정체성을 알게 한다. 정체성! 나는 누구인가! 갑작스런 질문이 자신의 근원을 깨운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찾고, 작은 질문에서 사람의 감성을 불러온다.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못했지만, 그 여자아이는 “이게 뭐예요?”라고 물으면서, 채송아가 자신을 인지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다. 누군가에게 호기심을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인생은 여전히 이 땅에 존재할 가치가 있다. 비가 오자, 채송아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바이올린에 입혀 뛴다. 아!! 이런 장면은 눈물난다. 얼마나 바이올린을 하고 싶은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잘함의 문제가 아니다. 간절함, 절박함, 그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이 바이올린에 담겨있다. 집에 왔으나, 역시 가족들에게도 밀려난다. 공연장에서도, 집에서도 채송아의 자리가 없다. 방에 들어와 맥주나 마시자 하면서 한모금 들이키려는데, 맥주거품이 글쎄 팜플렛의 채송아 이름에 떨어진다. 아뿔싸! 채송아의 하루가 그대로 엎질러진다.
#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김민재 배우가 연기하는 박준영! 그는 천재 피아니스트! 그러나, 들키고 싶지 않은 사건이 있다. 친구의 여자친구가 자신을 좋아하고, 기습키스를 한 것이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그때 사건이 떠오른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을 놓고, 박준영은 혼자 갈등한다. 핸드폰속에 담긴 동영상을 끄고, 가방속에 넣고, 옷장안에 가방을 숨기려는데 들어가지 않는다. 이 장면은 정말 탁월하다. 어떤 말보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 감춰지지 않는 것을 그대로 드러낸다. 팜플렛의 이름이 맥주거품에 지워지듯이, 바이올린을 겉옷으로 덮듯이, 가방이 옷장안에 들어가지 않는 그 장면은 사람의 심리가 그대로 표출된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마음은 마음속에 숨겨지지 않고 행동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드러난 행동이 곧 표정이다.
1회에서 정말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만날 수 없는 두 남녀, 채송아와 박준영이 정말로 우연히 서로의 공간이 겹친다. 마지막 장면은 인천공항이다. 서로 친구를 기다리는데…. 공통점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채송아는 민성의 전 남친인 윤동윤을 좋아하고, 박준영은 한현호의 여친인 이정경을 좋아하고, 삼각관계다. 채송아는 박준영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었다. 박준영은 채송아의 질문에 자신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서, 옷장속에 들어가지 않은 가방처럼, “아니요. 안 좋아합니다. 브람스”라고 대답한다. 브람스는 평생 선배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사랑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브람스’의 인물에 박준영은 대답한 것이다. 음악도 그 관계가 참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