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훈]=단골집 식당이 며칠째 문을 닫았다. 굶주린 고양이가 빈 참치캔을 혀로 홀짝이며, 식당앞에 웅크리고 있다. 나를 쳐다보는 고양이를 내가 보자, 고양이는 실망한 듯 다시 웅크렸다. 나도 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웅크린다. 왜 문을 닫았지? 고양이는 침묵했다. 근처, GS25 편의점 앞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할아버지 두 분이 있다. 바람따라 내게 전달된 소리는, “술을 마시더니, 며칠째야”라는 문장이다. 머리에 모자를 쓴 할아버지, 새마을협회 조끼를 입은 할아버지가 서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나는 모자쓴 할아버지에게, “여기 왜 문을 안 열어요?”라고 물으니, 그 할아버지는 “왜긴 왜야, 술을 마시니까, 지 맘대로지, 배짱이 맘이야. 자기 배짱!” 새마을협회 조끼 할아버지도 “배가 부르니까,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술을 마셨다가 열었다가, 그래서 고양이가 저렇지. 저 고양이 저 식당에서 개처럼 키우는데, 홀쭉하잖아” 나는 “밥먹을 식당이 없나요”라고 물었더니, 두 할아버지는 같은 방향으로 손을 내밀면서, “저기 가다가 왼쪽 골목”이라고 했다. 모자쓴 할아버지는 ‘전주 추어탕집 김치찌개’를 추천했고, 새마을 조끼 할아버지는 ‘엄마밥줘’ 식당을 말했다. 갔더니, 웬걸 장안평에 5년을 살았으면서, 이 골목을 얼마나 자주 다녔으면서, 두 식당을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익숙한 길에 낯선 식당이다. 단지, 김치찌개 장독대 식당은 가본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들은 그 식당을 말하지는 않았다. 웬지, 할아버지들이 추천해준 식당이 끌렸다. 전주 추어탕과 엄마밥줘는 붙어 있었다. 좌측으로 갈까, 우측으로 갈까, 머뭇머뭇했다. 모자가 떠오르고, 조끼가 떠오르고, 그때다. 엄마밥줘 아줌마가 “뭘, 망설어요, 오늘 고등어예요”라고 말하면서, 말로 내 마음을 잡아당겼다. 나는 고등어처럼 딸려 들어갔다. 밖에서 보면 술집같은데, 들어오니 밥먹는 손님들을 위해 테이블 간격을 넓게 했고, 파리가 없어서 좋다. 게다가 식당 주인 아줌마가 직접 홀서빙을 하다보니, 손님들의 접대가 제법 정답다. 마스크를 써도, 대부분 아는 사람이어서, “오늘 고등어예요”라고 친근하게 말한다. 접대성 말은 아니다. 나는 처음 그 식당에 갔으니, 그 아줌마는 “처음이죠”라고 했다. 아는 사람은 알아보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본다. 마스크를 썼어도 그런 듯 하다. 나는 그 아줌마 얼굴이 궁금했다. 밥은 밥솥에서 바로 퍼주니, 고향집 밥처럼 찰지다. 김이 모락모락 솟는다. 국도 커다란 양은 냄비에서 직접 퍼주고, 손님들은 자유롭게 가서 퍼서 먹었다. 밥솥 밥도 직접 퍼서 먹거나, 식당 아줌마가 더 줬다. “엄마밥줘”라는 식당 이름이 안성맞춤이다. 나는 배가 고팠으므로 모든 음식은 맛있었다. 모름지기 식당은 깨끗해야한다. 그리고, 정답고, 맛있어야 한다. 맛은 ‘정’에서 나오는 법이다. 내 맞은편에 남자와 여자가 밥을 먹고 있었는데, 남자가 “밥 더줘요”라고 하니, 식당 아줌마는 “속이 안좋아서 죽을 먹는다면서?”라고 묻는다. 그러자, 남자는 “와이프가 속이 불편하고, 저는 아니예요”라고 말했다. 여자 3명이 식당에 들어오면서, “오랜만이죠”라고 한다. 아주 오랫동안 못 왔던 모양이다. 내가 오랫동안 그 단골집에 가지 않고, 다시 방문하면, 그런 기분일까? 식당 아줌마는 나를 맞이하는 것보다 더 반갑게 다가가서, 코로나를 망각하고 손을 붙잡는다. 엄마밥줘 식당을 나와, 왔던 길로 돌아간다. 단골집 식당을 지난다. 고양이가 없다. 다른 곳에 갔나? 그때, 식당문이 열리더니, 단골집 아줌마가 문을 빼꼼 열고, 고양이를 보내며 인사한다.
“또 와”
그리고, 나를 보고 인사한다.
“어디가?”
나는 “저기요”라고 말하고, 집에 왔다. 내일은 어디서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