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쟝 한글소리. 어느새 5월 중순 끝자락에 갑진년 한해가 머물고 있다. 마치 넓디 넓은 창공에 구름 조각 걸쳐있듯 그렇게 한글은 아비쟝 항구에 닻을 내리고 그 잔치를 하려고 한다. 아비쟝 항구에는 국립대학이 있다. 아비쟝 코코디 대학이라는 명칭으로 시작하여 지금은 주 야간 14만 5천의 재학생수와 300만명의 동문들을 보유한 아프리카 제 1대학이라고 불리우는 곳에 한국학 석사과정의 대학원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30여명의 석사생들이 한국 역사, 문화, 문학 그리고 정치, 사회 및 언어학 특히 유네스코에 1997년에 등재된 “훈민정음 해례본” 의 원문 강의는 의미있는 과정으로 학생들에게는 대단한 행운이라고 할 정도다. 한국인도 읽고 이해하기 힘든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동기와 그 원리 그리고 그 운용법에 관한 세계적 언어철학 내용을 현장 강의실에서 직접 한국인 교수에게 배울수 있다는 장점을 알고 있기때문에 학생들에게는 이 기회가 소중한것이고 그래서 그만큼 열심히 공부한다. 인생에서 만난 이 행운을 열심히 공부함으로서 각자 미래를 한국학으로 설계하는 모습들이 매우 적극적이고 희망적이다.
지금은 대학 창시자이자 초대 건국 대통령인 이름 그대로 펠릭스 우푸에부아니를 붙이고 원래 대학명인 아비쟝 코코디를 살려서 이름이 길어졌다. 이 코트 디부아르와 1961년에 한국이 최초로 아프리카와 국교 수교를 했으며 올해는 63주년이다. 이 63년만에 아비쟝에 한글시가 낭송되고 훈민정음 해례본의 이야기가 이슬비 적시듯 조금씩 학생들의 옷깃을 물들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외국어학과가 불어로 논문을 쓰고, 불어로 래포트 및 강의 연구 수업을 듣고 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을 하기 때문에 한국학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두배로 공부해도 힘든 과정이다. 무엇보다도 복수전공이 기본이고 졸업제 프랑스식 교육제도이기때문에 기간 안에 한국학 졸업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며, 그만큼 인내심과 전문성을 요하는 과정인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졸업을 하기위해 새벽 4시부터 100일 동안 하루도 쉬지않고 훈민정음 해례본 강의가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하는데 연중 30-40 도 무더위속에서 어떻게 이런 생각과 이런 교수법이 가능하십니까?
“ 어려운 환경이기때문에 새로운 방법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새벽 4시부터 글 읽기는 쉽지 않죠. 처음에는 실패했고 그 원인이 무거운 눈꺼풀도 있겠지만 “공부해라”식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 저부터 새벽부터 온라인으로 접속하고 함께하는 것이었어요. 제일 먼저 제 얼굴부터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것 같습니다. 마음들이 순수하고 한국역사 문화에 관심이 높아서 함께하면 충분히 가능한것 같습니다“.
한국학 프로그램 디렉터인 선미라 파견교수의 발언이 인상적이며 가슴을 울리는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그녀의 열정과 생각이 뛰어난 점도 있어서이겠지만 아프리카의 어려운 환경속에서 사람들을 살려내는 신선한 아침이슬 같은 생명수를 얻어 마신 기분이 들어서이다. 한국인도 어려운 한글 시를 어떻게 읽고 외워서 낭송하고 발표까지 가능할수 있습니까? 프랑스어권 문화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네. 물론 어렵죠. 하지않으면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시작하면 한글이 보입니다. 훈민정음 햬례본에 “ 반나절이면 누구나 읽고 쓸수 있다”는 귀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우는 과정을 자세하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하면 되는것 같습니다. 이 방법으로 공부하면 한글은 물론, 한글 시도 읽고 외우는 것이 그래서 가능합니다. 아름다운 한글소리가 울려퍼질때, 그 결실을 배우는 학습자들이 알기때문에 속도를 내고, 더욱 열심히 공부가 가능한것같습니다“.
이론적으로 누구나 하면 되겠지만 현장에서 한글과 한국학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도움없이는 어려운 일일것이나 아비쟝에서는 그 기적같은 일이 펠릭스 우푸에부아니 대학교 한국학 석사과정에서 선미라 교수와 함께 실현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20편의 한글 시 낭송이 시작되었고 100편을 목표로 하고있다. 주로 한국 교과과정에서 소개하는 내용으로 분야가 다양하다. 삼국시대 향가시부터 국한문 혼용체 가사 문학 그리고 고려 조선 시대의 시조 한글시가 등장하며 저항기 문학과 근 현대까지 2천년의 역사를 넘다들며 폭넓은 지식과 그 깊이까지 매우 유용한 방법론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장이다. 석사과정에서 너무 어려운 분야가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난이도가 매우 높은 분야입니다. 그래서 찿아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훈민정음식 정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 바른소리 규칙을 알면 그 어떤 시도 한글표기로 가능하며, 읽고 외워서 낭송할수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핵 폭탄보다 더 강력하고 우리 한국인의 무기인것입니다. 유네스코는 이미 그것을 알고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세계 7천개 언어중에 한글이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일것입니다”.
코끝이 찡하는 선미라 교수의 힘있는 발언이다. 아비쟝에 도착하면 누구나 공항에서 “환영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오십시요“의 한글 소리로 안내받고 식당이나 호텔에서는 이순신의 한산섬을 읊어주고, 멋쟁이 아프리카인들이 어느날 한국 역사 문화를 자랑할 날을 고대해보며 아비쟝의 긍정의 힘과 함께 본 취재를 모두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