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문화교육원 노인대학 19기, 열띤 학구열
이중언어 사용…국제사회의 글로벌 인재 양성
다문화에서 多는 ‘나와 너희’를 합한 우리 모두를 의미
다문화(多文化)는 뭘까? 많을 다(多) 글월 문(文) 변화할 화(化)로 구성된 3음절 다문화. ‘문화가 많다’는 뜻이 분명하다. 정지윤 명지대 국제교류경영학 교수가 한일문화교육원 노인대학 19기 교육강좌에서 ‘알기쉬운 단어들’로 다문화의 맥을 짚었다. 20C말에는 외국인들이 외국인들로 인식됐다면, 이제 외국인들은 우리 동네에, 우리 학교에, 우리 직장에서 한국말로 말을 걸어오는 이웃들이다. 또한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 국회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에 이어, 멀지않아 더 많은 다문화 가정 출신의 국회의원이 당선될 것 같다. 정지윤 교수는 “다문화는 낯선 문화같지만, 역사를 통해 보면 익숙한 문화다”고 말한다.
나당연합군으로 삼국통일이 이뤄졌고, 북한과 요동반도에 발해가 세워졌다. 이들도 다문화였다. 고려족과 말갈족이 융합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신라 역시 당나라 문화가 급물살로 들어왔고, 당나라는 당시 선진문화로서 외국 유학생들이 벼슬까지 할 수 있게 했다. 모두 다문화이다. 당나귀, 당면(唐麪), 당근(唐根)은 당나라 수입품이다.
고려시대 무신정권을 멸망시킨 징기스칸의 나라 원(元)도 고려민족에 다문화로 정착했다. MBC 드라마 기황후도 다문화이다. 고려입장에서는 송출.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와 청나라가 다문화로 조선민족과 함께 했다. 유학은 중국 노나라 공자의 학문으로 다문화이다. 효종시절 제주도에 난파한 하멜 일행들도 모두 다문화였고, 그들은 모두 호패를 지급받았다. 성은 남(南)씨였고, 결혼한 가정도 많았다. 14년간 조선에 정착했다가 탈출한 하멜 일행은 문화충돌로 ‘정착에 실패한 다문화 정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국제결혼이 지금 이 시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죠. 몽골 공주와 결혼했던 고려왕족을 생각하면, 그게 다문화 가정입니다. 다문화는 2개의 문화가 서로 만나는 것입니다. 이질적인 두 문화가 만나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 그게 다문화입니다.”
예술이 발달한 백제, 국방력이 발달한 고구려, 화백제도를 통해 법률이 발달한 신라가 서로 섞여서 한반도에서 2000년 넘게 함께 어우러진 그 자체가 다문화 역사였던 것이다. 정지윤 교수는 역사의 맥을 진단하면서 ‘다문화의 긍정적인 얼굴’을 조심스럽게 끌어올렸다. 노인대학 19기 학생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강의에 빠져들었다.
“다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송출과 수민을 함께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싫어서 혹은 외국이 좋아서 한국을 떠나는 것을 송출이라고 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수민이라고 합니다. 이민을 통한 정착으로 국제결혼과 외국인 근로자 등이 이민 1세대, 1.5세대, 2세대를 이어갑니다. 다문화는 이민 1세대~2세대가 그 나라에서 정착하면서 그 나라 국민과 더불어 문화적으로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의 다문화 교육과 정책은 행정적으로 연구결과가 많고, 행정부서에서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는 있지만 정작 다문화가정들의 문제해결은 어려운 실정이다. 정지윤 교수는 “다문화를 고려할 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항상 배제하고 있다. 자기 자신이다. 다문화는 많은 문화가 섞여서 함께 어울어지는 것인데, 국내에 들어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사람들이 우리나라 문화와 만나서 섞이는 것이다. 다문화에는 반드시 한국문화를 포함해야,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 비빔밥이라면, 우리나라 문화는 밥과 같고, 반찬은 외국문화에 해당하고, 고추장은 서로의 언어소통이며, 그릇은 국가와 가정이 아닐까? 정착할 국가의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이주한 외국인에게만 강요하는 다문화 정책은 결국 ‘이질감을 조장해서’ 다문화 정책이 정착하지 못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 이중언어 사용자가 될 것인가? 문화장애자가 될 것인가?
– 태국 며느리에게 태국 문화 배우기
– 자녀에게 중국어와 한국어 동시에 배우기
– 베트남 엄마에게 베트남 문화 배우기
– 필리핀 아내에게 경복궁 설명하기
– 필리핀어와 한국어로 말잇기 게임
– 동물 식물 생활단어 서로 알아 맞히기
정지윤 교수는 다문화가정을 ‘미래사회의 주인공’으로 묘사했다. UN사무총장을 현재 맡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과 UN스텝재단의 국제기구화, 난민법 제정 등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의 무대로 급부상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재는 이중언어 사용자라는 것이다. 통역사, 문화해설, 외교관 등등 이중언어 사용자는 활동범위가 광범위하다. 국내에서는 외국인을 상대할 수 있고, 해외에서는 자국인을 상대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2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국제화 시대를 살아갈 미래사회에서 언어전문가들의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다. 게다가 외국어에 대한 학원비 절감의 효과도 있다.
끝으로 정지윤 교수는 “한국 남편과 외국 아내가 함께 사는 다문화 가정이라면, 남편은 아내의 외국문화와 언어에 관심을 갖고 배워야하고, 외국인 아내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워서 익혀야한다. 언어와 문화로 가정안에서 서로 소통해야 다문화 가정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이중언어 사용자로 성공할 것인지, 문화충돌로 문화장애인이 될 것인지,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