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방송 | 장창훈이 만난 세계적 명사(名士)]=세계적 인물을 만난다는 것은 설렌다. 바다의 수면에서 수증기가 증발해 하늘을 비상하는 느낌? 오늘은 남양주까지 특별한 인물을 만나러 다문화 교육전문가들과 함께 여행하듯 떠났다. 하늘은 맑았고, 한강의 수면(水面)은 평온했다. 이정호 성공회 신부, 외국인 노동자 인권 수호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머릿속에서 ‘평화의 색채’가 뭉클뭉클 솟을 때 즈음, 남양주 성공회와 외국인복지센터가 함께 운영하는 까페에서 다문화를 위한 특별한 회의가 진행됐다.
“차카게”
웃음이 나올 뻔 했다. 거룩한 이미지가 툭 떨어져 껍질은 산산히 부셔졌다. 까페 사장인줄 알았는데, 이정호 신부였다. 말로만 듣고 그렸던 나의 이미지는 엉뚱한 번지수를 찍었다. 바깥 커브를 기다리던 타자에게 안쪽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처럼, 사람은 만나봐야 그 본모습을 아는 듯 하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의 진리를 오늘도 여실히 경험했다. 소탈함과 진실함과 속마음을 보여주는 그런 손바닥같은 인품을 증명하려는 듯 ‘차카게’라고 프린트물에 기록한 듯 하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이정호 신부의 다문화 경험을 듣고서, 나는 취재수첩에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세계적인 인물이다.
나는 경험을 다이아몬드로 정의한다. 금반지에 얼굴은 다이아몬드이다. 지식은 금이고, 금의 중앙에 경험의 다이아몬드가 있을 때,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이정호 신부의 말은 ‘가볍고, 투박하고, 툭툭 뱉는 어법’이 많지만, 모두 ‘경험의 뼈’가 존재해서 그 눈빛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 교장과 대학교수 및 교육전문가들 10여명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편안하게 30분을 물흐르듯 말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최대 장점인 것 같다. 어쩌면 자연스런 교육설교랄까? 천주교 신부의 색채는 어디에도 없다.
그가 다문화를 한문장으로 정의했다.
다문화는 잃어버린 양을 찾는 것이다.
인성교육전문가 김임천 소장이 ‘잃어버린 양한마리’의 소재를 꺼내자, 이정호 신부가 답변으로 정의를 내렸다. 신약성경에서 청년 예수가 “99마리 양을 두고 잃어버린 양한마리를 찾으러 간다”고 비유했다. 절박함, 또는 1명에 대한 생명의 소중함을 비유할 때 자주 인용되는 성경구절이다.
이정호 신부는 “국제사회 공동체, 한국사회 공동체에서 다문화 가정은 잃어버린 양한마리와 같고, 잃어버린 양한마리를 찾을 때 완전한 100%가 되듯이 우리가 함께 다문화를 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잃어버린 양한마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의미한다.
지난해 이정호 신부는 특별한 단체를 준비했고, 올해 3월 정부로부터 인가를 얻었다. 한누리다문화사회적협동조합이다. 남양주시에서 29년동안 외국인복지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는 남양주 성공회에서 준비한 사회적 협동조합이어서, 앞으로 활동에 무게감이 따른다. 다문화는 이미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고, 올해 이주민 2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어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의 상징적 인물인 그가 추진하는 사업이 다문화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
한누리다문화사회적협동조합은 이제 시작이다. 조만간 다문화 야구단 창단식도 진행할 예정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서 수십년을 봉사해온 그는 이제 다문화 자녀들과 한국인간 교류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한누리다문화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외국인복지센터가 외국인노동자들의 생존권에 집중한다면 한누리다문화사회적협동조합은 다문화 자녀들의 교육프로그램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한국을 다녀간 해외 현지인들과도 꾸준히 소통하는 교류 프로그램까지 사업을 확장한다.
국내에서는 외국인노동자의 정착과 자녀들의 한국문화 배움교실이 핵심사업이고, 해외에서는 각 나라로 귀국한 외국인노동자들이 한국문화 홍보대사가 되도록 문화소통을 갖고, 법무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외국인 인권의 사각지대를 문화외교로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정지윤 명지대 국제교류경영학 교수도 함께 했다. 정지윤 교수는 캐나다 이민 등 송출업무 전문가이면서, 명지대에서 다문화 학문의 주춧돌을 놓은 인물이다.
정지윤 교수는 “2007년부터 다문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다문화의 중요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다문화 가정의 정착은 현지인과 함께 이뤄져야한다고 늘 주장했는데, 이렇게 현장에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서 발벗고 나서는 이정호 신부를 직접 만나서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세계적 인물은 2가지로 분류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거나, 세계적으로 소통하는 인물이다. 이정호 신부는 후자에 해당한다. 방글라데시, 네팔,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16개국 외국인들의 문화와 성향을 알고서 문화로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의 벽을 넘어서 ‘공동체 다문화 사회’를 그는 꿈꾼다. 그는 다문화를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문화’로 정의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중략)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지인(知人)의 소개로 알게 된 이정호 신부를 오늘 처음 몇시간 만났는데, 그의 일생을 느낀다는 것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다만, 가마솥에서 밥한공기 먹듯 오늘 본 느낌을 잠시 적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다문화는 국제사회로 가는 첩경’이라는 사실이다. 다문화의 ‘多’가 더욱 좋아지는 시간이었다.
** 우리가 알고있는 것보다 더 절박하게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힘들다.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한다고 구호외치듯 갑자기 감시 단속을 한다고 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더 꽁꽁 숨을 뿐이다. 이제는 법무부가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법(法)은 물이 흘러간다고 해서 법이라고 배웠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 이정호 신부의 말(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