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북초등학교 6학년 4반 교실문을 열자, 풍년이 왔다. 함박꽃처럼 활짝 핀 아이들의 손 끝에 벼이삭이 주렁주렁 달렸다. 추수를 마친 아이들, 곧 졸업을 마칠 아이들, 한해의 농사처럼 6년의 결실이 무르익은 6학년 아이들은 올해 전체 학년 추수행사를 위해 오늘 미리 인절미 만들기 행사를 가졌다. 도시농사꾼으로 유명한 맹정영 교사가 담임이기도 한 6학년 4반은 어느 시골 풍경처럼 아이들은 신이 났다. 풍년가를 불러도 어깨춤이 들썩들썩 출 듯, 학부모들도 오늘 교육에 도우미로 참석해서 인절미 만들기에 거든다.
쩌렁쩌렁한 맹정영 교사의 목청, 아이들은 언제나 참새처럼 짹짹짹, 옆친구와 떠들면서도 귀로는 경청한다. 시청각 교육이 따로 없다. 아이들이 여름철 내내 모두 물을 주면서 길렀던 그 벼이삭이어서 더더욱 정겨운 듯 하다. 머리빚는 빗으로 벼이삭을 훑고, 마늘 빻는 플라스틱 절구에 벼를 넣고 빻자, 눈이 매운가보다. 마늘냄새 난다면서 여기저기서 항의섞인 불만과 웃음이 나왔다.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의자를 떠날 줄 모른다. 벼이삭 훑고 절구에 빻고, 저울에 달고, 마지막으로 넓적한 떡판이 앞에 자리잡았다. 떡매 2개가 준비되었다. 맹정영 교사가 떡매를 들자, 안성맞춤이다. 도시농사꾼의 폼이 제법, 쌀이 떡이 되는 과정을 2시간의 만들기 과정과 실습으로 교육하니, 따로 외울 것도 없이 지식이 떡처럼 입속에 쏙 들어간다. 쌀이 밥이 되고, 그 밥이 떡이 되기까지 아이들의 떡매 내려치는 경험은 신선한 재미다.
우리네 밥상이 맛있는 이유는 식구들 저녁식사를 마련하려고 어머니가 시장에 다녀와서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옛날 시골에서는 어머니들이 부엌에서 눈물 삼키면서 큰 솥에 밥을 지었다.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면, 어머니의 향기가 식구들을 불렀다. 오늘의 교육이 평화롭게 진행되기까지 학교의 지킴이 교육인들이 있어서이고, 나아가 아이들을 돌보는 모두의 어머니들이 있어서이다. 6학년 4반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어머니들을 보면서, 인절미처럼 수수한 마음이 느껴졌다.
신북초등학교 올해 농사는 풍년같다. 벼이삭을 훑고, 절구에 빻고, 저울에 달고, 떡매로 떡까지 만들어서 인절미를 나눠먹는 아이들과 교사와 학부모의 교육공동체를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교육풍년이 또 있을까? 내년에도 올해처럼 교육풍년이 신북초등학교에 찾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