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문학상 : 김외숙 소설가
[심사평]=서울문학상을 선정하는 일은 가장 힘겨운 일이다. 문학의 업적이 있어야하고, 작품성이 분명해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랫동안 서울교육방송에 문학칼럼을 기고해오고, 캐나다 한국일보에 작품을 연재해온 김외숙 소설가가 서울문학상 후보에 추천되어, 심사위원회는 김외숙 소설가의 작품들과 살아온 업적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현재도 캐나다에 살면서 캐나다 한국일보의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캐나다 문인협회 활동을 하면서 ‘소설과 수필 작법’에 대한 강연을 작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 살았다면, 꽤 널리 알려졌을 그녀의 작품이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는 조건으로 한국보다 해외(캐나다)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철저히 작품성이 뛰어나서, 한국일보(캐나다)에 연재된 것이 사실이다.
김외숙 소설가의 삶이 ‘현직 작가들을 교육하는 것’으로 독특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캐나다로 이주(移住)’에 있었다.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작가들의 대부분은 캐나다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한국말보다는 캐나다 문법에 익숙해서, 학문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받아볼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국내에서 15년 넘게 사람들의 사연을 듣는 상담사 직업에 종사하면서, 소설가로 수필가로 활동했던 작가(명지전문대 문창과 졸업)로서 삶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소설의 건축 프레임 기법(구조 잡기)에 대한 강연은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로부터 시작한다. 생각의 첫 단추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글쓰기 기법은 알고보면, ‘낯섦의 캐나다’에서 생존해낸 그녀의 외국삶이기도 하다.
김외숙 소설가가 걸어온 문학적 길을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대구 신명여자고등학교 졸업.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91 계간 『문학과 의식』에 단편 「유산」으로 등단.
<생명의 전화〉 상담원.
한국소설가협회, 한국문인협회. 캐나다 한인 문인협회 회원.
서울 YMCA 홍보 출판위원. 서울 생명의 진화 홍보출판위원.
[상훈]
1998 제1회 한하운 문학상 대상 「두개의 산」.
2003 제20회 한국크리스천 문학상.
[소설]
「유산」, 『문학과 의식』, 1991, 단편.
「길」, 『문학과 의식』, 1992, 단편.
「홀로 날기 위하여」, 『문학과 의식』, 1993, 단편.
「못질」, 『문예사조』, 1993, 단편.
『그대 안의 길』, 제3의문학, 1997, 장편.
「해빙」, 『샘이깊은물』, 1998, 단편.
『두 개의 산』, 석일사, 1999, 소설집.
「어머니의 십자가」, 『크리스천 문학』, 1999, 단편.
「겨울비」, 『크리스천 문학』, 2001, 단편.
「견고한 성」, 『크리스천 문학』, 2001, 단편.
『바람의 잠』, 제3의문학, 2003, 소설집.
『바람, 그리고 행복』, 나눔사, 2005, 장편.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김외숙 (한국여성문인사전, 2006. 11. 28., 태학사)
김외숙 작가의 소설, ‘그 바람의 행정’에 따르면, 가족은 부모라는 큰 나무에서 자녀라는 가지가 자라는 것이다. 뿌리는 곧 그 가문이며, 가족의 울타리이다. 바람이 불면 기둥은 흔들리지 않지만, 가지는 그 바람에 흔들린다. 가지가 흔들리면 가지 때문에 나무 기둥이 흔들린다. 가지가 기둥을 흔든다고 기둥이 가지를 버리지는 않는다. 가지를 붙잡고 있어서 나무기둥은 흔들리는데, 흔들릴수록 그 가지를 붙잡는 나무기둥, 곧 자녀를 향한 부모의 심정이다. 이것은 가족심리치료기법에서 가족공동체를 이해할 때, 자주 사용되는 비유다. 이러한 비유가 그대로 적용된 소설이 바로 ‘그 바람의 행적’이다.
김외숙 소설가의 가족을 배경으로 삼았고, 소설속에 등장하는 엄마는 주인공 은이의 친엄마이다. 아버지는 양조장을 경영하고, 은이 위에 오빠가 두명 있다. 오빠 두명의 성격은 정반대인데, 큰 오빠는 듬직하고 자신의 철학이 뚜렷하며 신념 때문에 인생을 걸 수 있는 다부짐이 있다. 남자다운 그런 성격이다. 반면, 둘째 오빠는 잔 정이 많고, 그래서 잔소리도 많고, 은이한테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면서, 은이의 첫사랑 상대까지 개입해서 헤어지게 만든다. 배다른 오빠들과 겪는 사춘기 시절이 지나고, 가족속에 숨겨진 깊은 비밀의 문이 열린다. 아주 오랫동안 친엄마가 함구해야만 했던 그 아픈 비밀은 사랑때문이었다.
“너도 알게 될 거야. 이 다음에. 자식이 지고 있는 짐은 설령 그것이 참새 깃털이라도 대신 지고 싶은 것이 어미 심정이란 것을….”
“왜 저만 몰라야 해요? 왜 제게만 숨기셨나요?”
“몰라도 될 일이란 말에 내가 이번에는 할머니의 가슴에다 따발총을 갈겼다. 무자비한 내 사격의 목표물이 된 할머니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진대도 어쩔 수 없는 일어있다. 당신보다 내가 먼저 엉망진창이 되고 갈기갈기 찢어지도록, 그래서 다시는 알어나 찢어진 것을 꿰매어 제 모양을 할 수 없도록 내 인생을 날조한 잘못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의 중심에 할머니가 있었을 것이므로.”
김외숙 작가의 ‘그 바람의 행적’ 소설은 소설 전개방식이 팽팽하다. 문장과 문장이 이어지는 속도가 화살처럼 빠를 뿐만 아니라 언어속에 감춰진 언어의 색감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맛있게 요리하는 그 어머니의 솜씨처럼 사건을 묘사한다. 심리묘사는 사건에 사용되는 그 사물을 통해서 물흐르듯 펼쳐진다. 사건의 전개방식이 매우 빠르고 흡인력이 뛰어나서, 읽는 독자들은 하룻밤 부모와 자식의 갈등이 얼마나 지독하면서 치열한지, 그리고 결말에 이를 때즘엔 독자의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뭉클 솟구칠 수 있도록, 책도 영화일 수 있다는 그런 재미가 존재한다.
그녀의 에세이집으로, 쉰 둘에 일흔 일곱의 캐나다인 목사와 재혼한 김외숙의 수필집 「바람 그리고 행복」. 그녀가 낯설음과 그리움이 만드는 갈등을 이기기까지의 삶의 과정을 49여 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막의 선인장만 생존력이 강한 것이 아니다. 문화는 토양과 같고, 서로 다른 문화는 상대적 낯섦의 사막을 형성한다. 한국인으로서, 중년의 여인으로서 캐나다인과 결혼하면서 겪었던 진솔한 삶들이 책으로 엮여, 한국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다문화(이중문화 충돌문제)에 긍정적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또한 기대가 된다. 작품성과 살아온 삶의 업적으로 기반으로 김외숙 소설가를 2015 가장 아름다운 인물(서울문학상)에 선정하게 되었다.
[미니 인터뷰]=12월 1일 대학로 학림(學林) 근처에서 ‘찾아가는 시상식’이 진행됐다. 명지대 정지윤 국제교류경영학 교수가 함께 했다. 국내 체류외국인 2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지점에, 외국으로 이주를 떠난 한국인의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도 들을겸, ‘찾아가는 시상식’이 끝나고, 대화는 매우 진지했다.
현재 캐나다에서 살고있고, 살아냈기에 김외숙 소설가로서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나무(木)와 같다. 정지윤 교수는 “외국에서 실제 거주하며 살았던 삶”에 대해 직접 물었다. 김외숙 소설가는 한권의 책을 서술하듯 담담히, 잔잔히 말했다.
“사랑을 믿고 캐나다에 바람처럼 떠났지만, 그곳에서 삶은 냉혹한 현실이었죠. 첫째 말이 다르고, 둘째 문화가 다르고, 셋째 표현법이 다르고, 넷째 생활습관이 다르고, 모든 것이 낯섦의 연속이었어요. 갈등이 생각 이상으로 컸어요. 보따리를 싸서 캐나다를 떠나려고 결심했던 것이 수차례였어요. 그때마다 글을 썼어요. 작가로서 삶이 없었다면 그 갈등을 풀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저를 붙잡아줬던 것은 낯설지만 주변의 그 따뜻한 시선(視線)이었어요”
‘따뜻한 시선’을 표현할 때, 김외숙 소설가는 방점을 찍듯이 몇차례 강조했다. 캐나다인(人)의 인격을 경험의 잣대로 평가하는 단어였다.
“제가 살고있는 지역의 캐나다인들은 정말 젠틀하고, 아주 따뜻하고,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깊어서 늘 자주 묻고 관심을 가지면서 배려심과 이해심이 깊었어요. 낯섦의 연속이었던 캐나다에서 갈등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캐나다가 정을 붙이니까 살고싶은 동네라는 것을 발견해서일 겁니다. 캐나다인의 이퀄러티(equality) 사상, 상대를 배려하는 동등권 의식, 그들은 정말로 인격적이예요. 살아보니 캐나다가 좋은 나라구나, 살아보고싶은 동네구나. 뿌리를 내리고싶구나, 이런 것을 느꼈죠. 자연이 정말 아름다워도 그게 살아가는 전부가 될 수 없죠. 사람이 마음을 뿌리내리는 것은 결국 사람과 관계죠. 그 마을에 마음을 뿌리내리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서 정을 붙이는 것이죠. 제가 살고있는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 마을은 사람들의 마음이 참으로 따스한 좋은 마을입니다.”
어쩌면,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 가정들도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그 갈등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동남아시아 문화는 배척하면서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는 대접받길 원하는 한국인의 편협된 문화는 ‘사대주의적 뿌리’로 말미암은 것이 아닐까? 한국인을 향해 ‘동등권의 시선’으로 배려하는 캐나다인은 ‘모든 민족’에게 같은 문화로서 포용하는 배려의 인격을 가진 것 같다. 다문화가정을 무조건 배타시(排他視)하는 한국인들의 편견이 벗겨진다면, 아마도 한국은 국제사회속에서 새로운 도약(跳躍)을 할 날개를 펼칠 수도 있겠다. 다문화 가정의 2세들은 이중언어, 이중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국제사회의 숨겨진 보물들이기 때문이다.
*** 미니 인터뷰의 직접 인용 표현법은 전체적 맥락을 따라 편집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