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협업 협업 협업, 김성미 한국쇼콜라티에협회 회장
협업(協業)은 협력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기주의(利己主義)가 팽팽한 현대사회에서 가장 아쉬운 인성(人性)이다. 비타민 A가 결핍되면 야맹증(夜盲症)에 걸리듯 ‘협력의 인성’이 부족하면, 이기주의가 ‘배타적 개인주의’로 변질된다. 나에게 이익만 있으면 된다는 사고(思考)는 사고(事故, accident)를 일으킨다. 개인기와 함께 팀웍의 중요성은 월드컵을 통해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입술을 꽉 물고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느낌으로,
“협업 협업 협업 협업”이라고 김성미 회장이 말했다. 지금도 그 외침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나는 소리를 상당히 좋아하고, 민감하다. 텍스트속에 흐르는 느낌의 물고기를 찾는 취미가 있고, 나아가 사람의 소리속에 감춰진 진정성을 발견하는 것을 즐긴다. 말은 2가지다. 말로만 하는 것과 마음을 담은 말이다. 말에 맘이 담기면 그 말은 사람처럼 살아 움직인다.
영어로는 collaboration이다. 김성미 회장은 협업을 영어로도 자주 발음했다. 이 단어가 무척 좋은가 보다. 대단히 좋아하니까 자주 발음하고, 그 단어를 찾는 것이다. 마치 좋아하는 음식은 다양한 형태로 즐겨먹듯이 그러하다. 협력, 협동, 하나됨, 화목, 통일, 대화, 회의, 소통….. 모두 collaboration이다.
지난 12월 5일 학생들 7~8명이 진로탐색 초콜릿 만들기로 한국쇼콜라티에협회에 방문했을 때, 나는 내심(內心) 깜짝 놀랬다. 왜냐면, 학생들을 맞이하는 직원들의 자세가 남달랐고, 1:1 멘토링을 할 정도로 상세히 설명하고, 3~4명의 학생들을 팀으로 나눠서 교육강사가 배치해서 모든 학생들이 직접 도구를 잡고서 자기 초콜릿을 만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라면도 본인이 끓여서 먹으면 웬지 그 맛이 정겨운데, 하물며 초콜릿이랴!!!
초콜릿은 그 자체가 협업이다. 수많은 도구들은 손가락 10개, 발가락 10개로도 부족하다. 아주 작은 초콜릿을 만드는데도 다양한 도구들이 필요하다. 얼굴에 화장을 할 때 눈썹, 속눈썹 화장하는 도구가 다르듯이 그렇다. 김용훈 쇼콜라티에는 “온도 1도의 차이로 초콜릿의 맛이 달라진다”고 했다. 얼마나 정교한 예술작업인지 실감하는 대목이다. 고려청자를 만들 때 초벌구이와 재벌구이가 있다. 그처럼 초콜릿도 민감한 온도와 시간을 다투는 예술작업이다.
초콜릿은 수많은 도구들이 서로 협력해야만 가장 맛있고 멋있는 초콜릿이 나온다. 김성미 회장이 유럽의 초콜릿 문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초콜릿 문화를 통해서 연인과 가족이 함께 ‘초콜릿 만들기’로 가족공동체의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한 것이다. 연인들이 함께 초콜릿을 만들다보면, 그 과정이 사랑이 된다. 만들어진 작품은 사랑의 언어가 된다. 이보다 아름다운 맛이 또 있을까?
가족이 함께 초콜릿 만들기를 하면 말하지 않아도 자식은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부모는 자식들의 손길이 마냥 좋아진다. 요리와 또 다르다. 요리는 먹는 맛이 강하다면, 초콜릿은 보는 맛이 강하다. 또한 함께 만들면서 서로의 감정이 스르르르 녹아 흐른다. 모든 과정이 완결되면 가족은 더 끈끈한 애정으로 가족공동체로 살아간다.
“협업 협업 협업 협업”이라고 김성미 회장이 외칠 때, 주먹을 강하게 쥐면서 협업을 강조할 때, 그 속뜻은 “나를 따르라”가 아니고, “각자에게 충실하라”였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 일, 즉 학생부로 이야기하면 ‘진로희망과 흥미’를 말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그것으로 모두 화목하면 그 공동체는 가장 아름다운 소셜이 일어나게 된다.
소풍(消風)을 가면, 각자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음식과 반찬’을 준비해서 함께 펼쳐서 나눠먹는 것이다. 협업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각자 잘하는 그 일에 열정으로 함께 하면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로 연출되는 것이다. 한국쇼콜라티에협회가 추구하는 협업의 무지개가 학교의 초콜릿 동아리들에게 활짝 펼쳐지길 더욱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