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영 칼럼니스트]= 나는 늘 그렇다. 파바박 불꽃처럼 무엇이 튀어야 하는 때가 있고, 그 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느낀다. 아. 이제 뭔가가 바뀔 때 이구나.
보통 그런 경험은 오랜 기다림 후, 이쯤이다 싶을 때 불현듯 나타나곤 하는데, 이번 출장 길에서 맞이한 것 같다.
출장은 힘들었다. 10박 11일 동안 머물거나 스쳐 지나간 도시만 런던, 에딘버러, 파리, 암스테르담, 함부르크, 플렌스부르크, 프랑크푸르트 총 7개 도시였고, 이 말인 즉 슨 밥 먹고 일하고 자는 시간 외에는 철도 위 또는 상공 위였다는 의미이다. 어마어마한 짐 가방과 연이은 회의에 누적된 피로는 보너스인 격.
이 밖에도 2번이나 놓친 비행기가 불러온 대참사, 가뜩 불편한 고객사와 함께하는 24시간은 눈 밑이 파르르르 떨리는 긴장의 끈 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격이랄까. 나는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그 줄 위에서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얽혀 있는 생각의 끈을 풀기 위해 이따금 헤매고 있었다.
원초적인 고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너무 원초적이어서 다소 실 없는 질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생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그 순간, 불꽃 같은 그 순간이 코 앞에 있음을 직감하며 나는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했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독일 북쪽 끝에 있는 플렌스부르크의 어느 대학 교수와 예정된 회의를 위해 택시에서 내려 캠퍼스를 바라보는 순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책이 떠올랐다.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의「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그리고 혼자 있고 싶었다. 고민의 끝에서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결정을 내렸기에.
어느 정도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하는 때가 되면 혼자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간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다.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상황을 미리 겪은 사람이 있다면 플렌스부르크가 아니라 남극이라도 찾아가서 물어보고 싶은 격한 마음이 든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 는 몇 년 전에 꽤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었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그의 과거 삶을 경영학적 이론을 통해 바라보며,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어떠한 기준과 태도로 임했으며, 삶을 어떻게 경영(Management) 했는지에 대해 자서전 식으로 풀어 쓴 책인데, 나와 삶을 바라보는 시각, 가치관, 관심 분야 등이 너무나 비슷하여 크게 공감 했더랬다.
제목이 너무나 직관적이어서 인상 깊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어떻게 평가 하겠느냐니. 어떻게 보면 참으로 무서운 말이지만, 그만큼 삶을 진지하게 또 정성을 다해 대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크리스텐슨 교수를 내가 존경한다고 해서 그의 삶을 똑같이 따르겠다는 건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다만 이 책은 인생의 중요한 고민을 겪고 있는 시점에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한 시점에 한 번쯤 들어볼 법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 중에 단 몇 줄이 내 고민의 해답을 주었다.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겠다. 왜냐면 아무리 적어 놓고 추천한다고 해도 각자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나처럼 향해야 하는 길의 이정표를 찾기 위한 나침반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이게 무슨 원론적이고 지루한 책이냐 그냥 덮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다만 당신에게도 어떠한 고민이 있다면,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해 결정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치열하게 고민하는 동시에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행운이 있길 바랄 뿐이다. 나처럼.
* 저자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대표저자)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 기술과 기업 혁신에 관한 창의적이고 명쾌한 통찰을 담아낸 ‘혁신 이론’의 창시자이다. 브리검영대학교, 옥스퍼드대학교,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두루 공부한 뒤 CPS 테크놀로지스라는 기업을 세워 회장 겸 의장으로, 보스턴컨설팅에서 컨설턴트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1997년에 수년간의 연구와 현장에서의 경험을 종합한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를 출간하며 경영학계의 신성으로 떠올랐고, 2011년에는 2년마다 경영구루들의 글로벌 랭킹을 발표하는 싱커스50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로 선정했다. 학술 연구 외에도 인텔·노키아·휴렛팩커드 등 유수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해오고 있다. 저서로 《성장과 혁신The Innovator’s Solution》《미래 기업의 조건Seeing What’s Next》《이노베이터 DNAThe Innovator’s DNA》《파괴적 의료혁신The Innovator’s Prescription》《행복한 학교Disrupting Class》 등이 있다. 출처: 교보문고)